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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장학사 인사비리]교사 22명이 돈주고 장학사 자리 얻어

범행 가담자에 특혜성 인사부정도...초등은 교육감 연루 못 밝혀

[편집자주]

충남도교육청 장학사 인사비리 관련 경찰 수사결과 브리핑이 6일 충남지방경찰청 3층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조대현 충남청 수사2계장이 사건 개요와 검거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 News1

2011, 2012년 충남도교육청 장학사 선발시험 비리에 총 46명이 관여했으며 이 중 22명의 교사가 총 3억 8000여만 원을 주고 장학사 자리를 산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 유출 가담자에게는 특혜성 인사부정이 추가로 이뤄진 가운데 관심이 쏠렸던 초등부문 수사는 김종성 교육감과의 연관성을 밝혀내지 못해 변죽만 울렸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장학사 장사 총 46명 검거…22명에게 3억 8600만 원 받아

충남지방경찰청은 6일 충남청 3층 대회의실에서 충남도교육청 장학사 인사비리 수사결과 브리핑을 하고 시험문제 유출 관여자 17명과 부정응시자 29명 등 총 46명을 붙잡았다고 발표했다.

중등부문 장학사 시험문제 유출 등을 지시한 혐의(위계공무집행방해)를 받고 있는 김 교육감을 비롯해 6명(보석 1명 포함)이 구속됐고 39명(초등 6, 중등 33)은 불구속 기소됐으며 1명에 대해선 수사가 진행 중이다.

신분별로는 부정응시 당시를 기준으로 장학관·장학사·교육연구사 등 교육전문직이 14명, 교장·교감 7명, 교사 22명 등이다.

문제유출에는 총 17명이 관련됐으며 장학사 장사를 총괄한 도교육청 감사담당 장학사 김 모 씨(50)를 비롯해 7명이 부정응시자 선정은 물론 문제 유포·금품수수에, 논술 7명과 면접 3명 등 10명이 문제 출제·선제에 관여했다.

부정응시자는 총 29명으로 이 중 2011년 제23기 중등 응시자 5명이 9600만 원을, 지난해 제24기 중등 응시자 17명이 2억 9000만 원 등 모두 3억 8600만 원이 문제 유출 대가로 건네졌다.

경찰은 지난해 초등 부문에 대해 수사를 확대해 관련자와 그 지인을 대상으로 계좌추적을 벌였지만, 아직 돈거래 정황은 확인하지 못한 상태다.

받은 돈은 장기 보관을 위해 땅을 사려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김씨가 임시로 돈을 맡겼던 A씨가 마침 내놓은 땅을 사자고 김 교육감에게 보고했고 자신의 이름으로 근저당까지 설정했던 것으로 드러났다”며 “다만 구두로 약정한 상태에서 수사가 진행돼 실제 계약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매매 규모는 5억 1000여만 원 수준으로 대가성 돈과 김 교육감이 관리를 맡긴 부의금 액수 등을 합한 금액과 대략 일치한다”고 덧붙였다.

◇김종성 교육감 선거캠프 측근 배려가 장학사 장사 촉발

충남경찰은 김종성 교육감이 2010년 교육감 선거 당시 공로가 많았던 아산지역 체육교사 이 모 씨(47)에 대한 사례로 이씨를 장학사 시험에 합격시키라고 지시한 데서 장학사 장사가 비롯됐다고 결론 내렸다.

경찰에 따르면 김 교육감은 선거캠프 공로자 이씨를 2011년 11월 시행한 23기 교육전문직 시험에 합격시키라고 측근이었던 감사담당 장학사 김씨에게 지시했고 이후 김씨는 중등 인사담당 장학사 조 모 씨(52)와 이씨를 합격시킬 방안을 논의했다.

문제는 이씨가 장학사 시험준비를 전혀 하지 않았다는 점.

보통 교사들이 장학사 시험을 위해 짧게는 2~3년, 길게는 6~7년까지 그룹스터디를 하고 선발과정이 논술과 면접, 실사 등 다단계로 이뤄지는 점을 고려하면 이씨가 시험에 붙기는 사실상 불가능했다.

경찰 조사결과 김씨와 조씨는 타개책으로 이씨를 위한 맞춤식 전형계획을 수립하고 문제 사전 유출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체육전공자 1명을 선발하는 Wee스쿨 학생 생활지도 담당계열을 전형계획에 추가한 뒤 문제를 사전에 알려주고 대가를 받기로 한 것.

이 과정에서 김씨는 고향 후배인 장학사 노 모 씨(47)를 가담시켜 문제를 유포하고 돈을 받도록 했다.

또, 노씨는 장학사 동기인 고(故) 박 모 씨(46)를 통해 문제를 사전에 만들도록 했으며 박씨는 함께 시험을 준비했었던 응시자 권 모 씨(47)에게 접근, 고난도 3문제(논술 2, 면접 1) 포함 총 15개 예상문제를 받아 당락을 가를 고난도 문제가 그대로 출제되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1년 중등 시험에서는 이렇게 준비된 문제가 7명에게 유포됐고 이 중 3명은 김 교육감이 합격을 지시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5명이 9600만 원을 대가로 건넨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김 교육감은 2010년 교육감 당선 이후 측근 A씨에게 차기 교육감 선거 자금을 마련토록 수차례 지시했다”며 “B씨를 합격시키고 받은 대가도 선거 자금으로 쓰도록 지시했다”고 말했다.

김씨 등은 지난해 24기 시험에서도 같은 수법으로 총 19명 응시자에게 문제를 알려주고 17명으로부터 2억 9000만 원을 받았다.

충남도교육청 장학사 인사비리 관련 경찰 수사결과 브리핑이 6일 충남지방경찰청 3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가운데 장학사 자리 매관매직에 관한 증거물이 수북이 쌓여있다. © News1

◇응시자에게 대외활동 프로필 받아…선거 활용 목적 추정

경찰은 김씨 등이 부정응시자에게 별도 프로필을 받은 부분에 주목한다.

이들은 프로필 ‘지역사회 연계 교육활동’란에 응시자의 각종 모임과 사회단체 가입현황은 물론 직책 등을 적게 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이 부분이 차기 교육감 선거 때 인맥 동원 가능성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고 보고 있다.

◇범행 가담자에 특혜성 인사부정도 포착

경찰 조사결과 장학사 장사 가담자에 대한 특혜성 인사부정도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2년 연속 면접 출제위원장으로 참여한 당시 교감 윤 모 씨(48)는 지난해 3월 B고 공모제 교장으로 임용됐다.

공모제 교장 임기는 일반 교장 임기와 달리 2회까지 연장이 가능해 최대 12년간 교장을 지낼 수 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유출할 시험문제를 작성하고 23기 면접, 24기 논술 출제위원으로 각각 참여한 고 박 장학사도 인사상 특혜를 누린 것으로 확인됐다.

박씨는 최소 1년 6개월 근무를 전제로 하는 전보발령 규정을 따르지 않고 지역교육지원청 근무 1년 만에 주거지인 천안교육지원청으로 이동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초등은 김 교육감 연루 확인 못 해…“변죽만 울려” 지적도

초등부문은 시험문제 유출보다는 채점 조작을 통해 범행이 이뤄진 것으로 밝혀졌다.

초등 인사담당 장학관 안 모 씨(58)는 경찰 조사에서 “교육장이나 학교장으로부터 추천받은 교사를 합격시켰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씨는 이를 위해 지난해 논술과 면접 출제위원 각 1명씩과 짜고 출제장소에 미리 숨겨놓은 휴대전화로 출제 직후 문제를 전송받아 총 4명에게 문제를 유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면접 문제 유출 시 시간이 촉박해 시험 당일 시험장에서 볼펜 속에 문제지를 숨겨 전달하기도 했다”고 부연했다.
지난해 치러진 충남도교육청 초등 장학사 선발시험에서 부정응시자가 작성한 논술 답안지. 답지 대부분이 백지상태임에도 이 응시자는 합격한 것으로 경찰조사 밝혀졌다. © News1

부정 합격은 주로 논술 채점 조작을 통해 이뤄졌다.

안씨는 답안지를 수험번호 순서대로 걷은 다음 특정 위치에서 답안지를 섞은 후 채점위원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부정응시자 수험번호와 어느 부분에서 답지를 섞었는지를 알려주는 방법을 사용했다.

경찰은 “답안지의 70%쯤을 백지로 제출한 응시자도 합격했다”며 “공모한 채점위원이 도저히 합격점을 줄 수 없다는 의견을 냈지만, 묵살당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경찰은 초등부문 인사비리에 김 교육감이 직접 관련됐는지는 아직 밝혀내지 못했다.

응시자 주변으로까지 계좌추적을 확대했지만, 돈거래 정황을 파악하지 못했다.

안씨는 경찰에서 “충남교육의 발전을 위해 문제를 유출했을 뿐 대가로 돈을 받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충남교육계 일각에서는 초등이 중등보다 합격자를 조작할 여지가 많음을 고려할 때 초등부문 수사가 변죽만 울렸다는 견해가 제기된다.

초등 장학사 출신 한 교장은 “한마디로 초등은 한 줄 세우기”라며 “이번 수사가 초등 인사비리의 실체를 밝히지는 못했다”고 역설했다.

◇‘대가 없음, 불합격’ 등 특이사항도 발견

장학사 인사비리와 관련해 시험문제를 건네받고도 돈을 주지 않거나 소위 짜고 치는 판에서도 불합격의 고배를 마신 응시자도 있어 눈길을 끈다.

경찰 조사결과 2011년 중등부문 부정응시자는 총 7명이지만, 이 중 돈을 건넨 교사는 5명뿐이다.

나머지 2명은 모두 여성 응시자로 이들은 남편 덕을 톡톡히 본 것으로 전해졌다.

한 명은 남편이 도교육청 고위직이어서, 다른 한 명은 남편이 선거 때 공을 세운 덕분에 덩달아 장학사 시험에 무임승차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해 초등부문에서는 부정응시자 1명이 불합격하는 황당한(?) 사례도 발견됐다.

이 응시자는 커트라인에 해당하는 점수로 논술시험은 턱걸이했지만, 점수가 워낙 낮아 면접에서 떨어질 것이 확실시됨에 따라 아예 면접문제 전달에서 배제됐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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