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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반도체로 불리는 '광결정 미세캡슐' 개발

KAIST 생명공학과 김신현 교수팀 '배추절임 원리 이용'
반사형 컬러 디스플레이 소자 등 응융가능

[편집자주]


김신현 교수 © News1

삼투압 원리를 이용해 차세대 광학소재로 주목받는 광결정의 미세캡슐화 기술이 국내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KAIST(총장 강성모)는 생명화학공학과 김신현 교수(32)연구팀이 하버드대와 공동으로 배추를 소금물에 절일 때 발생하는 ‘삼투압현상’을 이용한 광결정 미세캡슐을 균일한 크기로 제조하는데 성공했다고 15일 밝혔다.

연구진에 따르면 남미 열대림에서 서식하는 몰포(Morpho)나비의 날개는 파란 색으로 보이지만 색소가 없다. 이는 날개 표면에 있는 규칙적인 나노 구조로 인해 파란색 파장의 빛만을 반사하기 때문에 우리 눈에는 파란 색으로 보이는 것이다.
몰포나비. 날개 표면에 있는 규칙적인 나노 구조로 인해 파란색 파장의 빛만을 반사하기 때문에 우리 눈에는 파란 색으로 보인다. © News1

이처럼 물질의 광구조가 특정 파장의 빛만 반사하고 나머지는 통과하는 배열을 갖도록 만들어낸 물질이 ‘광결정’이다.

광결정은 빛의 파장 절반 수준에서 굴절률이 주기적으로 변하는데 특정 파장의 빛만을 제어할 수 있는 특성과 다양한 응용가능성을 갖고 있어 ‘빛의 반도체’라고도 불린다.

1987년 광결정 개념이 최초 보고된 이래 많은 과학자들이 광결정을 인공적으로 제조하기 위해 노력해왔으나 반사색이 대부분 고정된 구조에 의해 발현돼 색을 바꾸는 것이 불가능하고 제조 공정이 까다로워 상용화가 어려웠다.

김 교수팀은 액체 상태의 광결정을 잉크처럼 캡슐화하고 광결정을 덩어리 형태가 아닌 머리카락 굵기(약 100나노미터) 수준의 미세캡슐형태로 제조해 제작의 공정성을 높였다. 또 고무재질의 캡슐막을 적용해 모양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도록 제작했다.
삼투압 차에 따른 캡슐 크기 감소를 보여주는 모식도 © News1

연구팀은 배추를 소금물에 절일 때 발생하는 ‘삼투압현상’을 활용했다. 배추가 소금물에 잠기면 높은 삼투압을 갖는 소금물이 배춧잎 내부의 물 분자를 반투막 밖으로 꺼내고 배춧잎은 부피가 줄어드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특히 연구팀은 이 현상을 나노입자를 담은 미세 물방울에 적용했다. 삼투압현상에 의해 물방울의 부피가 줄어듦에 따라 나노입자가 스스로 규칙적인 구조로 배열돼 캡슐막 내부에 액상의 광결정을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머리카락 굵기 수준의 작은 통로를 구현한 미세유체소자를 활용해 광결정 미세캡슐을 균일한 크기로 제조하는데 성공했다.

김신현 교수는 “미세 광결정 잉크캡슐은 상용화 가능한 수준으로 향후 구부리거나 접을 수 있는 차세대 반사형 컬러 디스플레이 소자 및 인체 내로 주입 가능한 바이오센서 등을 구성하는 핵심 광학소재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초록색 및 파란색 반사색을 보이는 광결정 캡슐의 광학현미경 사진 © News1
균일한 크기의 광결정 캡슐을 제조할 수 있는 미세유체소자 © News1

KAIST 및 하버드 연구진들은 이번 연구 결과를 지난해 9월 불의의 사고로 고인이 된 콜로이드 및 유체역학 분야의 세계적 대가 고(故) 양승만 교수(전 KAIST 생명화학공학과 교수)에게 헌정했다고 전했다.

연구결과는 네이처 자매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지난 7일자 온라인 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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