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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 피해자 779명, 역대 최대규모 공동소송

금융감독원도 피고 포함…정부 관리·감독 책임 묻는 첫 소송
금소원 "회계법인 상대 소송도 낼 것…국회, 방안 마련하라"
'증권 관련 집단소송'도 준비 중…소송 규모 더 늘어날 전망

[편집자주]

금융소비자원 조남희 대표 등이 21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 동양그룹 CP 및 회사채 사기발행 1차 피해자 779명이 참여한 대규모 공동소송 소장을 접수하고 있다.2014.1.21/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동양그룹 '사기성' 기업어음(CP) 발행 피해자 779명이 21일 오전10시 서울중앙지법에 대규모 공동소송 소장을 접수하고 본격적인 법정 투쟁에 들어갔다.

이번 소송의 피고에는 현재현(65) 동양그룹 회장 등 전·현직 임직원은 물론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과 정부도 포함됐다. 동양 사태 발생 이후 정부에 관리·감독 책임을 묻는 민사소송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피해액 규모는 236억여원 상당으로 현재 진행 중인 관련 소송 중 최대 규모다.

소송을 지원한 시민단체 금융소비자원(이하 금소원)은 "사기·불완전판매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이라며 "동시에 투기등급 어음·회사채를 불법적으로 발행·유통·판매한 사기행위, 분식회계 의혹 등 중요한 사실은 놔둔 채 불완전판매로만 피해를 한정해 피해자를 기만해온 금융당국에도 책임을 묻는 소송"이라고 밝혔다.

또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금융감독원은 2006년 실시했던 감사에서 부적격어음 매매 중개행위를 적발하는 등 동양증권의 불법행위를 오래 전부터 인지해왔다"며 "금융당국은 동양증권의 불법행위를 충분히 알면서 이를 방치해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금융당국이 중요한 피해배상 주체임을 밝혀내는 것이 이번 소송의 가장 큰 쟁점"이라며 "이는 실질적인 배상률을 높이는 길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동양증권 등에 대한 감사를 담당한 회계법인, 신용평가사 등은 이번 1차 소송의 피고에서 제외됐다. 소송을 대리하고 있는 법무법인 중정의 이성우 변호사는 "현재 이들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불법행위가 밝혀지는 대로 2차·3차 소송의 피고에는 이들을 포함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금소원에 따르면 이번에 공동소송을 제기한 피해자 중 50대, 40대 등 중장년층은 각각 30.0%와 24.3%로 절반을 넘는다. 또 70대 이상 고령층도 9.6%에 달한다.

직업별로는 가정주부가 52.8%, 은퇴자가 8.4%로 대부분이 금융정보에 어두운 일반 개인 투자자들이다.

이밖에 투자목적을 살펴보면 노후자금 35.9%, 주택마련자금·전세자금이 각각 17.8%, 12.6%로 생계형 자금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금소원 조남희 대표는 "소송에 참여한 당사자가 대부분 가정주부이거나 지방도시에 있는 사람들"이라며 "동양증권의 사기행위로 서민들이 손해를 입었다"고 설명했다.

또 "현재도 소송 접수를 받고 있다"며 "피해자가 모이면 2차·3차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소원 측도 "추후에 제기할 2차 소송에서는 회계법인 등에 대해서도 배상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국회도 국정조사를 통해 피해구제 방안을 조속히 논의·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동양피해자대책협의회' 회원들이 지난달 17일 오후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의 '사기성 기업어음(CP)' 발행 의혹 재소환 조사 출석을 앞두고 항의시위를 벌이고 있다. /뉴스1© News1 한재호 기자

앞서 대전지역 거주 동양사태 피해자 80여명이 40억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는 등 피해자들은 현재 지역적으로 모여 개별적인 소송을 내고 있다.

지난해 10월 최고액 피해자 1명이 동양증권을 상대로 2억원 상당의 첫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이후 이어진 줄소송이다.

또 시민단체 투기자본감시센터도 증권 관련 집단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힌 뒤 현재 피해자들을 상대로 구체적인 설명에 들어간 상태다. 증권 관련 집단소송은 피해자 중 1인이 대표당사자가 돼 수행하는 소송으로 승소할 경우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나머지 피해자들도 일괄적으로 구제를 받을 수 있게 된다.

각 시민단체들이 피해자들과 함께 연일 대규모 소송을 예고하면서 동양 사태 관련 민사소송 규모는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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