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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조기총선 종료…방콕·남부 등에서 파행

[편집자주]

© AFP=News1 이지예 기자


야권의 반발을 무릅쓰고 2일 실시된 태국의 조기 총선이 반정부시위대의 방해로 곳곳에서 파행되는 사태가 빚어졌다. 반정부 시위 발발 이후 계속된 정정불안이 총선으로 더욱 격화되는 모양새다.

AFP통신에 따르면 총선이 치러진 이날 태국 각지에서는 총선 실시에 반대하는 반정부시위대와 이들을 저지하려는 친정부 시위대간 충돌이 이어졌다.

특히 전날 선거를 하루 앞두고 양측 시위대간 총격전으로 7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수도 방콕에는 이날 하루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으나 아직까지 별다른 유혈사태는 보고되지 않았다. 태국 정부는 총선이 치러진 이날 하루 전국에 병력 13만명을 배치, 만일의 사태를 대비했다.

결국 오후 3시 선거가 공식 종료되기까지 전국 375개 선거구 가운데 127개 선거구가 반정부 시위대의 방해로 투표가 파행을 빚었거나 중단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선관위 직원 납치 등 반정부시위대의 각종 방해공작으로방콕에 설치된 총 6673개 투표소 가운데 488개 투표소에서는 투표가 아예 열리지 못했거나, 도중에 중단됐다.

전국에서는 전체 9만 4000여개 투표소 가운데 야권의 세력이 강한 남부지역을 비롯 1만 여곳에서 비슷한 상황이 계속됐다. 잠정 집계 결과 전체 유권자 4877만명중 1200만명이 투표에 참여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방콕 일부 지역과 남부지역 수백개 투표소에서 투표가 취소됨에 따라 이 지역들에서는 곧 재선거가 치러질 예정으로, 재선거후 선거 결과가 확정되기까지는 최소 2~3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한 선관위 관계자는 "한 투표소라도 선거를 치르지 못하면 선거 결과를 발표할 수 없다"며 "시위대와 협상이 빨리 이뤄지지 않는다면 의회는 개원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지난달 26일 실시된 조기투표에서도 방콕 투표소 대부분과 남부지역에서 투표가 무산됐으며, 특히 남부 28개 선거구는 아직 후보 등록조차 못한 상태다.

태국에서는 하원 의원 500명 중 95% 이상의 당선이 확정돼야 새 의회를 개원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번 조기 총선은 잉락 친나왓 총리가 지난 3개월간 계속된 정국 불안을 누그러뜨리지 못한 가운데 제안하고 강행하는 것이다. 이 기간 중 유혈사태로 인한 사망자가 최소한 10명, 부상자는 약 600명에 이른다.

반정부 시위대는 친나왓 총리의 퇴진과 함께 총선이 1년 후로 연장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래야만 비선거기구인 '국민의회'가 친나왓 총리의 오빠인 탁신 전 총리의 영향력을 배제하고 개혁을 실행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반정부시위대를 이끌고 있는 수텝 터억수반 전 총리는 이날 군중들을 향해 "이번 선거의 당선자는 결코 타이 국민들을 대표하지 않는다"며 "탁신의 노예들이 당선될 것이 틀림없다"고 주장했다.

제1야당 민주당은 방콕 중산층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으나 유권자의 다수를 차지하는 농민 등 저소득층의 지지가 약해 선거로는 집권 푸어타이당의 승리가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실제로 민주당은 지난 20년 동안 한차례도 총선에서 승리한 적이 없으나 푸어타이당은 지난 2000년 이후 실시된 모든 총선에서 승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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