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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해고자, 역전 승소에 눈물 "예상 못했다"

김득중 지부장 "세상 떠난 25명 생각하면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어"
변호인단 "법원이 '회계조작' 인정…국회, 국정조사로 책임 물어야"

[편집자주]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금속노조 노조원들이 지난 2011년 경기도 평택 칠괴동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앞에 '희망텐트'를 설치하고 해고자 복직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News1 한재호 기자

정리해고 이후 5년만에 법원으로부터 해고는 부당했다는 판결을 받아낸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은 기쁨의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예상치 못한 판결에 당황과 기쁨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사이 세상을 떠난 24명의 다른 해고노동자들을 생각하면서 착잡한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7일 2심 법원의 승소 판결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은 "함께 하셨던 분들이 계셔서 오늘 이런 결과를 만들었다"며 "모든 동지들에게 마음을 담아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소회를 밝혔다.

김 지부장은 "5년간 노숙·농성을 하며 굶기도 하고 190일간 철탑 위에서 고공 농성을 하는 등2009년 해고의 진실을 밝히고 묻혀진 억울함을 풀기 위해 전국을 떠돌며 생활해왔다"며 "2012, 2013년 들어와 사안이 묻혀지면서 좌절을 맛보기도 했다"고 지난 5년간의 시간을 떠올렸다.

이어 "4차례의 조정을 거치면서 재판부가 우리 손을 들어줄지 의심했다"며 "승소 취지로 읽어나갔던 판결을 들으며 눈물만 나왔고 제 귀를 의심했다"고 말했다.

김 지부장은 "그 사이 우리 곁을 떠난 24명의 동료와 가족들을 생각하면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다"고 착잡한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또 이창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기획실장은 "오늘 재판 결과를 비관적으로 봤기 때문에 미처 기자회견문을 준비하지 못했다"면서 "재판부가 기적적으로 해고자들의 주장을 100% 받아들여 굉장히 당황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간 공권력의 폭력이나 죽음만이 쟁점이 됐지만 정리해고 자체에 대한 인식 확장은 한계가 있었다"며 "그러나 법원이 '해고는 어쩔 수 없다'는 패배감을 엎어줬고 재판 결과가 노사의 문제 해결을 위한 기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의 변호인단 또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소송의 변호를 맡았던 권영국 변호사는 "지금까지도 결과가 믿기지 않는다"며 "법정에 들어서면서도 반신반의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쌍용차 해고 노동자 분향소 강제철거 현장에서 쌍용차범대위 관계자들이 바닥에 주저앉아 있다. /뉴스1 © News1 손형주 기자

한편 쌍용차 해고노동자 변호인단은 기자회견에서 이날 내려진 판결의 의미 또한 조목조목 짚었다.

권 변호사는 우선 ▲해고 당시 해고를 해야만 할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없었다고 인정한 점 ▲쌍용차 사측이 해고 회피 노력을 다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한 점 등을 판결의 주요 의미로 꼽았다.

이어 "재판부가 쌍용차 사측의 회계조작을 사실상 인정했다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며 "당시 '유동성 위기'란 것은 상하이차 철수를 위한 명분을 만들어낸 것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변호인단은 향후 정치권이 해결할 과제를 제시하면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다른 소송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줄 것 또한 호소했다.

김태욱 변호사는 "회계조작 사실이 밝혀진 만큼 감독기관이었던 금융감독원과 회계를 맡았던 안진회계법인, 쌍용차 사측 간에 뭐가 있었는지가 밝혀져야 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며 "국회는 이에 대한 국정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창근 기획실장은 "최근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1심에서 손배해상 47억원을 맞은 상태"라며 "오늘 판결로 가압류나 구상권 문제에 대해서도 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상균 전 지부장을 비롯한 여러 노동자들의 징계해고 재판이 진행 중"이라며 "이에 대해서도 이 판결이 고려돼 법원의 현명한 판단이 내려졌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이밖에 김 변호사는 "현재 쌍용차 사측을 검찰에 고발한 사건은 오는 20일 공소시효가 만료되지만 현재 검찰은 기소조차 하지 않고 있다"며 "이에 대한 관심 또한 가져줄 것을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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