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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누코비치, 러에 "파병 요청" 친서…푸틴 '명분 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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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탈리 추르킨 유엔 주재 러시아대사가 3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에서 "우크라이나에 러시아군을 파병해달라"는 내용의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의 친서를 공개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러시아에 피신 중인 빅토르 야누코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에 파병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친유럽성향의 반정부세력에 의해 축출된 야누코비치를 여전히 우크라이나의 합법적 대통령으로 인정하고 있어 그의 파병 요청은 크림반도에 군대를 보낸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는 좋은 대외적 명분이 될 수 있다.

푸틴대통령은 앞서 우크라이나 크림지역에 군대를 보내면서 자국민과 교포, 군시설 보호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비탈리 추르킨 유엔 주재 러시아대사는 3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에서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의 법질서 회복을 위해 군 파병을 요청하는 서한을 공개했다.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서한에서 "서방국들의 영향 아래 테러와 폭력이 난무하고 있으며 사람들이 언어와 정치적인 이유로 박해받고 있다"며 "이와 관련해 나는 푸틴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의 적법성과 평화, 법질서 그리고 국민 보호를 위한 무력 사용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추르킨 대사는 지난 1일자로 작성된 편지를 들고 우크라이나 사태의 책임을 서방진영에게 돌렸다.

이에 사만다 파워스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이에 "우크라이나에 있는 러시아인들에 위험에 처해 있다는 증거가 없다"며 "우크라이나 의회를 제외한 크림반도 주정부 수반 등의 요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파병의 법적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파워스 대사는 "우크라이나 상황이 다른 식으로 전개되기를 꿈꾸는 것은 러시아의 자유"라며 "그러나 불만을 무력사용으로 표출하면서 국제사회에 위를 아래라고, 검은 것을 희다고 설득할 권리는 없다"고 지적했다.

추르킨 대사는 "파워스 대사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모든 정보를 미국 방송에만 의존하고 있다"며 "러시아의 입장에서는 올렉산드르 투르치노프 의장(현 대통령 권한대행)이 아니라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적법한 지도자"라고 맞받아쳤다.

이에 마크 리얄 그랜트 영국대사가 "이 같은 주장은 단순히 러시아의 군사개입을 정당화하기 위해 날조된 것"이라며 "야누코비치는 80여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부패로 나라를 경제 위기에 빠뜨렸으며 대통령직과 수도, 조국을 버리고 도망간 전직 대통령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제라드 아로 프랑스대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개입을 소비에트사회주의연방(소련)의 지난 1968년 체코슬로바키아 침공과 비교하며 "당시와 똑같은 정당화"라고 비판했다.

전반적으로 러시아의 군사개입을 비난하는 분위기 가운데도 중국은 우방인 러시아에 대한 비판을 자제하며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는데 주력했다.

러시아와 중국 외무장관들은 앞서 전화를 통해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대략적인 관점에서 일치함을 확인했다고 러시아 외무부는 밝힌 바 있다.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피난길에 오른 지난 24일부터 우크라이나 내 자국민 등의 안전을 이유로 크림반도에 병력을 보내고 있는 러시아는 거침없이 우크라이나를 옥죄고 있다..

이날 안보리 회의에 참석한 유리 세르게이예프 우크라이나대사는 러시아가 현재까지 크림반도에 군함과 헬리콥터, 수송기와 함께 1만6000여명을 파병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국경수비대에 따르면 러시아는 이날 크림반도 장악 후 케르치 해협을 통한 대규모 병력 이동을 시작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가 "역사의 잘못된 편에 서고 있다"고 경고했지만 미 공화당 소속 마이크 로저스 하원 정보위원장은 "푸틴은 체스를 두고 있는데 우리는 구슬치기를 하고 있다"며 러시아의 전략이 우수했음을 인정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이 정치·경제·군사적 고립과 제재외에 뾰족한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사이에 러시아는 크림반도에 대한 실질적인 장악과 파병 명분 모두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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