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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원인은 '변침·과적·고박·개조·조류'

[세월호침몰] 합수부, 5가지 요인 복잡적으로 작용 추정
선박직 15명 모두 피의자 …'쌍둥이배' 압수수색
해경 대응·구조과정도 수사

[편집자주]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세월호의 침몰 원인을 급격한 변침, 과적, 허술한 고박, 개조, 조류 등 5가지로 가닥을 잡고 있다.

합수부는 우선 무리한 변침에 따라 배가 기울고 나머지 4가지 원인으로 상황이 악화돼 침수 후 침몰로 이어진 것으로 판단하고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합수부가 제시한 5가지 사고원인

합수부는 이번 사고의 가장 큰 원인으로 사고 당시 근무자였던 3등 항해사 박모(25·여)씨와 조타수 조모(55)씨의 무리한 변침(선박의 진행 방향을 바꾸는 것)을 꼽고 있다.

구체적으로 조타기를 어느 정도 각도로 돌렸는지는 아직 수사 중이지만 결국 이번 사고의 원인이 과도한 우현 변침이라는 것이다.

또 화물 적재 관련 각종 잘못과 부실한 화물 고정, 선박 증톤에 따른 복원력(선박이 한쪽으로 기울었을 때 원상회복하는 능력) 저하, 국내에서 두 번째로 센 진도 맹골수도의 조류로 결국 침몰사고가 났다는 게 합수부의 판단이다.

이번 사고 원인을 누구보다 잘 알 것으로 보이는 조씨는 조사에서 "3등 항해사 조씨의 지휘에 따라 정상적으로 조타했지만 갑자기 선박이 왼쪽으로 기울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타기 고장 등 선체결함 가능성을 주장한 것이다.

◇'전원탈출' 선박직 15명 모두 피의자 신분

합수부는 단원고 학생 등 탑승객 수백명의 목숨을 챙기기 위한 구호조치를 하지 않고 자신들만 전원 탈출에 성공한 선장 이준석(69)씨 등 선박직 15명을 모두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했다.

세월호 실질적 운항을 맡는 이들은 선장, 기관장, 1등 기관사, 3등 기관사, 1등 항해사 2명, 2등 항해사, 3등 항해사, 조타수 3명, 조기장, 조기수 3명 등이다.

합수부는 지난해 7월 신설된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선박의 선장 또는 승무원에 대한 가중처벌)을 이씨에게 처음으로 적용했다. 이씨에게는 유기치사, 과실선박매몰, 수난구호법, 선원법 위반 등 모두 5가지 혐의가 적용됐다.

합수부는 이씨와 함께 승객들에 대한 구호조치 없이 세월호를 빠져나온 나머지 선원들에게는 유기치사와 수난구호법 위반 혐의롤 적용했다. 수사결과에 따라 적용되는 혐의가 늘 수도 있다.

◇'쌍둥이배' 압수수색으로 세월호 사고원인 밝힌다

합수부는 바다 한가운데서 발생해 수백명을 실종 또는 사망케한 복잡한 내용의 이번 사고 원인을 밝히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합수부는 세월호 침몰원인 검증을 위해 같은 선사인 청해진해운 소유 6322톤급 오하마나호를 24일 압수수색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오하마나호는 세월호처럼 인천~제주 구간을 운항하고 규모, 구조까지 비슷해 세월호 '쌍둥이배'로 불린다. 세월호 사고 후 청해진해운의 모든 항로 운항이 중단되면서 인천에 정박 중이다.

합수부는 이 배의 승객 구호장비 현황, 선장 및 선원들에 대한 비상대피 훈련 관련 자료 등을 살펴봤다. 세월호와 비슷한 상황으로 보여 향후 수사 및 재판에 활용하기 위해서다.

◇국내 최고 전문가 모인 시뮬레이션 감정단

세월호 침몰 원인 규명을 위한 시뮬레이션 감정단에 국내 최고 전문가들이 모인다.

감정단은 △서울대 조선공학과 교수 △한국해양대 교수 △목포해양대 교수 △한국해양수산연구원 교수 △한국도선사협회 기술고문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소속 선박해양플랜트 연구원 △해양 관련 기술업체 대표 등 13명으로 꾸려졌다.

감정단은 24일 시뮬레이션으로 세월호 침몰 원인을 밝히기 위한 입체동영상 및 세월호 모형 제작에 들어갔다. 25일 오후 첫 회의를 갖는다.

감정단은 세월호를 일정 비율로 축소한 모형 제작 후 사고 당시의 탑승객과 화물의 무게, 적재 방식 등을 재현하는 시뮬레이션을 한다.

◇합수부, 해경 대응·구조과정도 수사

합수부는 선장, 선원들 뿐만 아니라 해양경찰 등 관련 기관의 대응 및 구조과정도 수사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합수부 총괄책임자인 안상돈 광주고검 차장검사는 세월호 수사와 관련해 이날 광주지검 목포지청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은 방침을 시사했다.

안 차장검사는 "합수부는 지난 17일 출범하면서 국민들께 '사고원인을 철저하게 규명함은 물론 구조과정에 문제점이 없었는지도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며 "지금도 그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안 차장검사의 이 같은 발언은 사고 자체의 책임은 이준석(69) 선장과 선원들에게 있더라도 해경 등 관련 기관이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해 인명피해가 커졌다면 책임을 묻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해경 등 공무원들에 대한 수사가 '예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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