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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참수후 달라진 미국…오바마 “IS 끝내자" 강경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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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 AFP=뉴스1 2014.08.21/뉴스1 © News1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 AFP=뉴스1 2014.08.21/뉴스1 © News1


미국이 급진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자국 기자 참수에 공습을 강화하고 치안을 위한 추가 병력 파견을 모색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섰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모두 제임스 라이트 폴리(40) 죽음에 고통을 느끼고 슬퍼하고 있다"면서 애도를 표시한 뒤 "ISIL(이라크·레빈트 이슬람국가·IS)가 그를 잔인하게 살해한 것에 전 세계가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ISIL이라는 '암'이 확산되지 않도록 공동 노력이 있어야 한다"며 "ISIL의 허무맹랑한 이데올로기는 완전하게 폐기돼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프리랜서 기자인 폴리는 2년 전 시리아 알레포지역에서 실종됐다가 지난 19일 IS 반군에게 참수 당하는 모습이 공개됐다.

존 케리 미국 국무부 장관도 IS를 '악마' 규정하고 "미국은 IS와 같은 악마에 절대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면서 "IS와 IS의 사악함은 반드시 파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강경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미군은 IS에 대한 공습을 재개했다. 이번 공격은 IS의 참수 영상 공개에 대한 보복 행위로 풀이되고 있다. 

국방부도 이 날 이라크 북부 모술댐 인근 IS 목표물을 향해 14차례 공습을 단행했다. 공습으로 IS 험비차량 6대와 장갑차 등 목표물을 파괴했다.

미국 중부사령부에 따르면 지난 8일 이라크 공습을 결정한 이후 총 84차례에 걸쳐 공습을 벌였으며 이 가운데 51차례는 북부 모술댐 인근에서 진행됐다. IS가 한때 장악했던 이라크 최대 댐시설은 현재 미군의 공중 지원을 받은 쿠르드자치정부가 탈환했다.

미국은 이와함께 300명 미만의 치안 유지 병력을 추가로 이라크에 파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미국 내에서도 IS 세력에 맞서 군사 개입을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공화당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폴리의 죽음은 IS 문제 해결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오바마에 터닝 포인트로 작용해야 할 것"이라며 "우선적으로는 공습을 늘려야 하며 이를 통해 시리아에도 공습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이라크 공습에 부정적이던 미국민들도 군사 개입을 해야 한다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했다고 로이터통신은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6월만 하더라도 응답자 가운데 55%가 오바마 정부의 이라크 공습에 반대한다고 밝혔으나 이번주 여론조사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미국이 이라크에서 책임있는 행동을 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여론조사가 폴리의 참수 영상이 공개되기 전에 진행됐으며 이번 사건으로 어떤 변화를 가지고 올지 불분명하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면적인 군사개입에 대해서는 신중론이 지배적이다.

다수의 미국 관리들은 로이터통신에 미국이 지난 6월부터 이라크 영토의 3분의 1을 장악하고 시리아에서도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IS에 대한 군사 개입을 강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익명의 한 관리는 "군사적 관점에서 봤을 때 어떠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미국의 군사적 목표는 ISIL을 격퇴시키는 것이 아니라 미국인과 시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중동 전문가 파이살 이타니도 "폴리의 죽음은 매우 비극적이지만 정책적으로 재검토는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IS의 위협이 증가한다면 미국의 대응 역시 강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당장 IS는 폴리에 이어 또다른 미국 기자의 참수를 예고한 상태이다. IS는 미국인 뿐 아니라 서방측 인질 20여명을 억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테러리스트와의 타협을 불허해온 미국 정부로서 택할 수 있는 옵션은 제한적이다. 결국 타의든 자의든 이라크·시리아 사태에 빠져들 수밖에 없지 않냐는 관측이 나온다.

10년부터 2012년까지 이라크 주재 미국 대사를 역임한 제임스 제프리는 "오바마 대통령이 이 문제를 질질 끌고 있다"며 "그가 내키지 않아하는 상황을 단순하게 지지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제사회는 IS가 미국인 기자 참수영상을 공개한 데 대해 규탄하고 나섰다. 

프랑스는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이란을 포함한 아랍 국가가 IS에 대한 조치를 마련하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이번 사건이 "끔찍한 범죄"라고 규탄했다.

독일과 이탈리아는 IS에 맞서고 있는 쿠르드족의 군사 지원을 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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