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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기자 참수 범인, 끝까지 쫒아 잡는다"…추적 본격화

"아랍어 아는 런던 출신 파키스탄계 영국인"

[편집자주]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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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영국 첩보당국은 미국인 기자 제임스 폴리의 참수 동영상을 면밀히 분석해 영상 속 폴리를 살해한 남성을 반드시 체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미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21일(현지시간) 영상에 등장하는 복면 남성의 신원을 밝히기 위한 대대적인 국제공조와 추적이 시작됐다고 전했다.

일단 범인의 윤곽 파악에는 미 연방수사국(FBI)과 영국 MI5, 경찰 등이 나선다. 

일단 동영상 촬영장소가 이라크 또는 시리아 사막 어딘가로 추정된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

그러나 복면 사이로 드러난 그의 눈이나 손 등을 통해 이 남성의 피부 색깔을 구분할 수 있으며 그가 폴리의 뒤에 서있는 점을 고려해 키와 몸무게 등을 추측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들이 특히 주력하는 부분은 그의 목소리다. 복면의 남성은 런던 이스트엔드의 이주민들이 많이 사용하는 '다문화 런던식 영어(multicultural London English)'를 구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영국 언론들은 과거 IS에 피랍됐다 풀려난 익명의 인질을 인용해 영상 속의 복면남성이 시리아 북부 IS 거점인 라카에서 활동하는 납치 전문 영국인 지하드 조직의 지도자 '존'이라고 앞다투어 보도한 바 있다.

이 인질에 따르면 존은 2명의 영국 출신 동료들과 함께 지하드 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출신국 때문에 다른 지하드 조직원들로부터 '비틀즈'로 불린다. 그의 동료들은 각각 비틀즈 멤버들의 이름을 딴 '폴', '링고'로 알려졌다.

영국 법의학 음성전문가 마틴 배리는 수사 당국이 경찰이 보유한 요주의 인물들을 중심으로 런던 시내에서 활동하는 이슬람주의자들을 살펴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리는 "런던의 전과 목록에 이미 이름이 올라있는 인물일 수도 있기 때문에 먼저 목록을 훑어 본 다음 폴리의 참수 영상과 비교분석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엄청난 노동량을 필요로 하는 작업일 수 있기 때문에 단기간에 긍정적 결과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영상 속의 인물과 비교해야 하는 목소리가 수없이도 많은데다 사실상 경찰 기록에 남아있지 않은 사람일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 영국 비밀정보부(MI6)  테러대응 팀장 리처드 배럿도 '존'으로 알려진 이 인물의 신원이 밝혀질 수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폴리를 참수한 인물이 영국인으로 추정된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이 남성의 신원에 대한 추측성 진술이 잇따르고 있다.

'타임스 오브 런던'은 복면의 남성이 IS에 소속된 파키스탄계 영국인이며 서방국 출신 인질 10여 명을 인질로 잡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그가 '무슬림'이라는 단어를 발음하는 방법으로 보아 이 남성이 아랍어를 알고 있는 런던 동부 또는 남부 출신으로 추정된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영국 BBC의 군사안보 전문가 프랭크 가드너는 '존'과 그의 영국인 동료들이 IS의 전투에 직접 참가하는 대신 인간 방패나 협상 카드로 쓰이는 서방국 포로들을 지키는 임무를 맡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시리아에서 폴리와 함께 억류됐다가 5월 무사히 풀려난 프랑스인들이 "폴리가 미국인인데다 동생이 미 공군 소속이라는 이유로 더 심한 학대의 대상이 됐었다"고 밝혀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디디에 프랑수아와 니콜라스 에넹에 따르면 IS는 폴리를 벽에 걸린 십자가에 매달거나 그를 상대로 모의 처형식을 벌이기도 했으며 그가 다른 인질들 대신 잔혹행위를 당하는 일이 빈번했다고 증언했다.

폴리가 영상 속에서 주황색 죄수복을 입고 있던 이유도 알려졌다. 영국 가디언은 폴리가 주황색 죄수복을 입고 있는 이유가 "미국이 쿠바 관타나모 포로수용소의 수감자들에게 주황색 죄수복을 입히는 것을 조롱하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전쟁을 치루며 체포한 지하디스트를 가둔 관타나모 포로수용소의 인권침해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수감자들의 목에 줄을 걸고 끌고 다니거나 발가벗겨진 채로 성적 모욕을 하고 이슬람 경전인 코란을 모독하는 행위도 빈번히 일어났던 곳이다. 

IS를 비롯한 이슬람 지하디스트는 이에대한 보복으로 서방인질들에게 같은 오렌지색 죄수복을 걸치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관타나모 수용소 수감자들에 대한 인권침해 논란이 거세지자 2008년 대선 당시 공약으로 수용소 폐쇄를 선언했지만 의회의 반대로 아직까지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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