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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유승민 체제, 비박 與주류 됐다…친박 몰락 '지각변동'

친박 구심점도 마땅치 않아 '분화' 가속화 전망
유승민, 당청관계·당정 정책 혼선·공무원연금개혁·대야관계·4월 보선 등 과제 산적

[편집자주]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왼쪽)와 원유철 정책위의장이 1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2015.2.1/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비박(非박근혜)계 지지를 받은 유승민 의원이 2일 친박(親박근혜)계 지원을 받은 이주영 의원을 물리치고 새누리당의 새 원내대표에 선출되면서 새누리당 내 권력지형에 지각 변동이 시작됐다.

지난해 7·14 전당대회에서 비박계 김무성 대표가 당선된 데 이어 당 서열 2위이자 원내사령탑으로 막강한 권한을 가진 원내대표마저 비박계가 접수하면서 당 지도부에서 친박 색채가 더욱 약화했다.

이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을 배출하며 오랫 동안 당의 주류로서 군림해 오던 친박의 분화(分化)가 더욱 가속화하면서 주류의 지위 또한 비박계에 내주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장 당 지도부인 최고위원회의 구성에서부터 유 원내대표와 원유철 정책위의장의 당선에 따라 친박 세력이 위축됐다.

원조 친박 출신이지만 현재는 '탈박'으로 불리는 유 원내대표와 계파색이 옅은 원 정책위의장은 당연직 최고위원으로 당 지도부에 합류, 당 주요 정책 결정은 물론 4월에 있을 보궐선거와 내년의 총선에서 영향력을 끼치게 됐다.

최고위원회의는 국회의원후보자 등 공직후보자, 주요 당직자 임명을 의결할 뿐 아니라 당 운영상 중요 사안을 심의·의결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현재 선출직 최고위원인 김무성·서청원·김태호·이인제·김을동 의원과 지명직 최고위원인 이정현 의원이 당 지도부를 구성하고 있다. 이 중 친박계는 서청원·이정현 의원 정도다.

친박인 이완구 전 원내대표(국무총리 후보자)와 비박인 주호영 정책위의장이 최고위원단에서 빠지고 유 원내대표 와 원 정책위의장이 새로 합류하면서 당내 친박 목소리는 더욱 힘이 빠질 수밖에 없게 됐다.

김무성 대표가 6개월 넘게 공석으로 두고 있는 지명직 최고위원까지 비박 인사로 채워질 경우 비박계의 당 장악력은 한층 강화할 수 있다.

친박은 이명박 정부 후반기부터 사실상의 차기 대선주자로 자리해 온 박근혜 대통령을 중심으로 당을 빠르게 장악한 데 이어 2012년 총선과 대선을 거치며 전성기를 구가했다.

그러나 지난해 국회의장 선거과 전당대회 등 당내 선거에서 잇따라 패배하는 등 점차 당내 장악력이 힘에 부치는 모습을 보여 왔다.

지난해 5월 국회의장 경선에서 친박 주자로 나선 황우여 의원이 예상을 깨고 비박계 정의화 의원에 패했고, 7·14 전당대회에선 친박 '맏형' 서 의원이 비박계 김무성 대표에 크게 밀렸다.

그에 앞서 2013년 5월에 치러졌던 원내대표 경선에서는 친박계 핵심인 최경환 의원(현 경제부총리)이 당시 비박계를 중심으로 지원을 받았던 이주영 의원에게 불과 8표차로 신승을 거두면서 이미 친박 분화의 전조(前兆)가 나타나기도 했다.

친박의 위축이 반전의 계기를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최근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20%대로까지 떨어지는 결과가 나오면서 친박계 의원들의 당내 영향력은 한층 더 떨어지게 됐다.

더구나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를 비롯해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황우여 사회부총리 등 친박 중진 인사 상당수가 현재 내각에 차출돼 있어 당내에서 친박 구심점 역할을 할 자원이 부족하다는 점도 친박으로서는 악재다.

이 같은 권력지형 변화를 온 몸으로 내보이며 원내사령탑에 오른 유 원내대표에게는 과제도 산적해 있다.

아슬아슬한 당청관계와 당내 계파 갈등, 요즘 부쩍 부각되는 당정 간 정책 혼선, 추락하는 대통령·당 지지율 등의 어려운 과제를 관리하며 박근혜정부 집권 3년차를 입법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유 원내대표는 선거과정에서 "지금은 평시(平時)가 아니라 전시(戰時)"라며 '쓴소리'와 '변화와 개혁' 등을 외쳤다.

그러나 경쟁자였던 이주영·홍문종 의원 조는 경선 과정에서 유 원내대표를 겨냥, 집권 여당이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우던 참여정부 중반 이후 열린우리당 때처럼 유 원내대표가 당선될 경우 향후 재보선 등 각종 선거는 물론 대선에서도 지게 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고 경고했었다.

결국 유 원내대표는 '당이 청와대와 정부를 옳은 길로 이끄는 선각자적 역할을 할 것이냐' 아니면 '의미 없는 쓴소리로 당·정·청간 파열음만 키워 여권 내 자중지란을 일이킬 것이냐'의 기로에 섰다.

당청관계를 어떻게 성공적으로 가져가느냐 하는 문제는 당내 계파 갈등 수습 문제와도 직결될뿐더러, 최근 연말정산 사태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백지화 등 여러 사안에서 불협화음을 보여 온 당정 간 정책 협의 문제와도 따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유 원내대표로서는 자신을 향한 의구심을 불식시키게 하기 위해서라도 당장은 청와대를 향한 쓴소리보다는 당정청 간 소통 강화에 방점을 둬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한다.

증세나 개헌 등 하나만으로도 정국을 뒤흔들 만한 이슈도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증세 문제는 복지 확대에 따른 재정 부담 증가를 배경으로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점차 공론화의 길을 타고 있고, 개헌은 여야를 막론하고 그 불길이 좀처럼 사그러들지 않는다.

유 원내대표조차도 개헌에 전향적인 입장인 만큼 현 시점의 개헌 논의에 반대하는 청와대와 정부 및 친박계와 긴장 관계를 형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에 전임 원내대표인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가 임기(5월) 내에 마무리하는 것으로 시간표가 짜여 있던 공무원연금 개혁과 해외자원개발(자원외교) 국정조사마저 고스란히 그의 몫으로 남겨졌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국정의 동반자인 공무원들을 겨냥해 칼을 휘둘러야 하는 입장이고, 자원외교 국조는 최근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 출간과 맞물리면서 전·현 정권 충돌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사안 하나하나가 고차방정식이다.

더구나 공무원연금 개혁은 박 대통령이 핵심 국정 개혁과제로 삼고 있는 것이어서, 여야가 앞서 합의한 대로 올해 5월까지 입법 처리가 완료되지 않을 경우 '탈박' 출신 원내대표로서 고의적인 '항명'을 의심받을 수도 있다.

이와 함께 대야관계 측면에서는 전임 원내대표가 불과 8개월여 간 야당과 함께 성공적으로 걸어온 족적을 성공적으로 이어받아야 한다.

또한 당 소속 의원들의 대표로서 내년 4월 20대 총선 승리가 가장 큰 과제인데, 당장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4월 재보궐선거는 현재로선 3곳에서 전패(全敗)를 걱정하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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