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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통죄' 62년만에 폐지…"3300여명 구제 받는다"(종합2보)

헌재 재판관 7대2로 위헌 결정…"성적 자기결정권 등 제한"
1953년부터 2008년 10월30일 사이 처벌된 이들은 구제 불가

[편집자주]

헌법재판관들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밖으로 나오고 있다. 2015.2.26/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헌법재판관들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밖으로 나오고 있다. 2015.2.26/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헌법재판소가 간통죄 처벌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로써 간통죄 처벌조항은 그 즉시 효력을 상실하게 됐다.


간통죄로 처벌이 확정된 이들 가운데 소급 적용대상인 3300여명은 재심 등을 통해 구제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재판관 7대2로 위헌 결정…"형벌을 통해 타율적으로 강제 못해"


헌법재판소는 26일 형법 241조 간통죄 처벌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에서 재판관 9명 중 찬성 7명, 반대 2명 등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박한철·이진성·김창종·서기석·조용호·김이수·강일원 등 재판관 7명이 위헌 의견, 이정미·안창호 재판관이 합헌 의견 등을 냈다.


재판부는 "간통죄 처벌조항은 선량한 성풍속 및 일부일처제에 기초한 혼인제도를 보호하고 부부간 정조의무를 지키게 하기 위한 것인데 이는 간통헌법상 보장되는 성적 자기결정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제한한다"고 위헌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사회구조 및 결혼과 성에 관한 국민의 의식이 변화되고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다 중요시하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며 "간통행위에 대해 국가가 형벌로 다스리는 것이 적정한지에 대해서는 더 이상 국민의 인식이 일치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또 "비록 비도덕적인 행위라 할지라도 본질적으로 개인의 사생활에 속하고 사회에 끼치는 해악이 그다지 크지 않다면 국가권력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현대 형법의 추세이고 전세계적으로도 간통죄는 폐지되고 있다"며 "혼인과 가정의 유지는 형벌을 통해 타율적으로 강제될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간통죄 처벌조항이 혼인제도를 보호하는 등 사회적으로 순기능이 있다하더라도 국가가 더 이상 개인의 성적 자유와 사생활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이 허용될 수 없다는 게 헌재 판단이다.


반면 이정미·안창호 재판관은 "간통은 일부일처제에 기초한 혼인이라는 사회적 제도를 훼손하고 가족공동체의 유지 보호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며 "간통은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의 보호영역에 포함돼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소수 반대의견을 냈다.


특히 "간통죄의 폐지는 '성도덕의 최소한'의 한 축을 허물어뜨림으로써 우리 사회 전반에서 성도덕 의식의 하향화를 가져오고 간통에 대한 범죄의식을 없애 우리 사회에서 성도덕의 문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간통죄 처벌조항은 1953년 형법이 제정된 이래 62년 만에 효력이 상실되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헌재가 간통죄 처벌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변화한 추세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정문 앞에 경찰들이 근무를 서고 있다. /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정문 앞에 경찰들이 근무를 서고 있다. /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10만명 중 3300여명만 구제 받을 수 있다…거센 파장


헌재가 간통죄 처벌조항을 위헌으로 결정하면서 간통죄로 처벌받은 이들은 재심이나 형사보상 절차를 통해 구제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다만 위헌결정에 따른 소급대상을 규정한 헌법재판소법 47조가 개정되면서 제한적으로 구제를 받을 수 있다.


개정된 헌법재판소법에 따르면 종전에 합헌으로 결정한 사건이 있는 경우에는 그 결정이 있는 날의 다음 날부터 소급돼 효력이 상실된다.


따라서 가장 마지막으로 합헌 결정이 난 2008년 10월30일 이후 간통죄로 처벌이 확정된 이들에 한해 재심이나 형사보상 절차가 허용된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08년 10월31일부터 올해 2월24일까지 간통죄로 기소돼 선고까지 이뤄진 이들은 총 5348명이다.


이 가운데 110명은 실형, 3168명은 집행유예 등을 각각 선고받았다. 재판 과정에서 합의가 이뤄지거나 고소가 취하돼 공소가 기각된 이들은 2070명으로 나타났다.


2008년 10월31일부터 지금까지 간통죄로 유죄가 선고돼 실형과 집행유예 형을 선고받은 3278명과 공소기각 된 이들 중 구속수사를 받은 이들이 재심이나 형사보상을 청구해 구제를 받을 수 있게 됐다.


헌법재판소에서 공개한 통계 기준 2008년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간통죄로 구속기소 된 피고인이 22명인 점을 감안하면 전체 구제대상 인원은 최대 3300명이다.


반면 형법이 제정된 1953년 이후 2008년 10월30일까지 간통죄로 처벌받은 이들은 구제를 받을 수 없다. 1953년부터 지금까지 간통죄로 처벌받은 사람들은 대략 10만여명으로 추산된다.


그동안 간통죄에 대해서는 법이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고 사생활의 영역을 지나치게 침해한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형법 241조는 '배우자 있는 자가 간통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그와 상간한 자도 같다'고 규정했다. 벌금형이 없고 2년 이하의 징역형으로만 처벌토록 해 양형이 무거웠다.


헌재가 간통죄를 놓고 위헌 여부를 심판한 것은 이번이 다섯 번째로 1990년부터 2008년까지 총 4차례에 걸쳐 합헌 결정이 내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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