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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 '엄마를 부탁해' 도 표절?…문인들 견해 엇갈려(종합)

"작가가 문제제기에 응답해야" vs "귀한 작가로서 존중해야"

[편집자주]

신경숙 작가. © News1
신경숙 작가. © News1


"표절 의혹을 피하지 말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신경숙 작가의 해명을 존중해야 한다."

일본작가의 단편소설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신경숙 작가에 대해 문인들 간에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명원 문학평론가는 "이응준 씨의 글을 읽고 처음 든 생각은 '이것은 표절이 맞다'는 것이었다"라면서 "그리고 창비가 소설의 일부분일 뿐이므로 표절로 볼 수 없다는 해명은 적절치 못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 평론가는 "이 작품이 쓰여진 15년전 신경숙 작가는 당시 한국의 유력 인기작가일 뿐이었지만, 2012년에는 맨부커상의 하나로 아시아에 주어지는 맨아시아문학상의 수상자가 되는 등 이미 아시아의 대표작가로 성장했다"면서 "신경숙씨는 문단에서 가지는 지위에 걸맞게 이응준씨의 문제제기에 응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천문학  출판사의 이효석 문학팀장은 "굉장히 매혹적인, 훔치고 싶은 문장이 있을 수 있지만 표절이 맞다면 예술적으로도 이름이 높은 신경숙작가의 쌓인 이력에 오점을 남기는 안타까운 일"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표절은 우선 작가이 양심이 일차적으로 문제이며, 표절한 작품은 아무리 좋아도 소비자에게 외면받는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오래전 일이 다시 불거진 데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한 작가는 "새로운 것도 아니고 10여년 전 일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선 것은 뭔가 상당히 틀어지지 않고서는 일어나기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문단 내에서 신경숙 표절 의혹에 대한 목소리는 평론가들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고 동료 소설가들은 출판사가 얽힌 문제라  말을 아끼는 상황이다. 

여러 소설가들은 "사태를 잘 알지 못한다. 먼저 면밀히 분석한 후 말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 출판 관계자는 "이응준 씨는 법률자문까지 다 받고 총대를 매고 달려든 일이지만, 소설가들은 출판사와 얽힌 문제라 입장을 밝히길 꺼리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태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하자는 측도 많았다. 정우영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은 "본인이 일본작가의 그 작품을 안봤다고 했으니 이를 우리가 부정하는 것은 무리"라면서 "한 개인을 총공격하는 양상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일단 신경숙 씨의 입장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정 사무총장은 "한국문학이 이 만한 작가를 만들어 낸 데는 엄청난 공이 들었다. 해외에서 이만큼 알려진 우리나라 작가는 고은 시인 외에 신경숙이 처음이므로 이 귀함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다"며 "지금은 서로 당혹스러울 것이니 좀 더 기다려주자"고 말했다. 

일본 작가의 작품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이응준 소설가에 의해 지난 16일 제기된 후 신경숙 소설가는 17일 출판사 창비를 통해 "문제가 된 일본작가의 작품을 읽은 적이 없다"는 공식 입장을 전달했다. 아울러 창비 역시 두 작품의 유사성은 전체 작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며 표절로 판단할 근거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창비 문학출판부는 "일본 작품은 극우민족주의자인 주인공이 천황 직접 통치를 주장하는 쿠데타에 참여하지 못한 후 할복자살하는 작품이며, 신경숙의 '전설'은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인간의 근원적인 사랑과 전쟁중의 인간 존재의 의미 등을 다룬 작품"이라면서 "유사한 점이라곤 신혼부부가 등장한다는 정도"라고 말했다.

창비는 "(문제가 된) 신혼부부가 성애에 눈뜨는 장면묘사는 일상적인 소재인데다가 작품 전체를 좌우할 독창적인 묘사도 아니다"며 "인용 작품들은 두 작품 공히 전체에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 이를 근거로 표절 운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소설가이자 시인인 이응준씨는 지난 16일 온라인매체 허핑턴포스트 코리아 블로그에 올린 '우상의 어둠, 문학의 타락-신경숙의 미시마 유키오 표절'이라는 글에서 신경숙의 단편소설 '전설'(1996)과 미시마 유키오의 단편 '우국'(1983)의 일부 문단을 나란히 비교하며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

이 글이 발표된 후 파장이 커져 나갔다. 이 작가는 두 문단을 비교하며 "저것은 순전히 '다른 소설가'의 저작권이 엄연한 '소설의 육체'를 그대로 '제 소설'에 오려붙인 다음 슬쩍 어설픈 무늬를 그려넣어 위장하는, 그야말로 한 일반인으로서도 그러려니와, 하물며 한 순수문학 프로작가로서는 도저히 용인될 수 없는 명백한 '작품 절도행위-표절'"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의 글은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며 퍼져나갔고 뒤이어 표절을 부정하는 신경숙 작가와 창비의 입장발표까지 나오며 문제는 더욱 확산됐다.  

여러 네티즌들은 트위터를 통해 "근데 신경숙은 표절 의혹이 한 두 개가 아님.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이랑 신경숙의 '전설'의 한 문단은 아예 그냥 베껴쓴 수준임"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독자는 "신경숙 작가에게 대학노트 수백 권 분량의 습작용 필사본이 있다는 글을 어디선가 봤다. 그걸 자신의 문장으로 착각해 작품화 한 건 아닐까"라면서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  

불똥은 신경숙 작가의 다른 작품들에까지 튀었다. 단편인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와  장편 '엄마를 부탁해' 역시 루이제 린저의 '생의 한가운데' 일부 문장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응준씨는 17일 신경숙 씨의 공식 입장이 나온 후 자신의 블로그에 ‘신경숙과 창비의 성명서에 나, 이응준의 대답’이라는 제목의 글을 다시 올려 “문학의 진정성을 향해 간절히 기도하는 마음으로 쓴 글이었다. 그 글에 대한 신경숙과 창비의 이러한 반응에 대해서는 한국문학을 사랑하시는 모든 독자 분들께서 추상같은 판단을 내려주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다만, 한 사람의 문인으로서 제 모국어의 독자 분들께 이 기어이 반성하지 못하는 문단이 너무도 치욕스러워 그저 죄스러울 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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