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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부산시청 앞 고공농성 111일째, 폭염보다 괴로운 '무관심'

[편집자주]

부산·경남본부 오영경 기자 © News1

소수 노동자들이 부산시청 앞 옥외 전광판 위에 올라가 고공농성을 시작한 지 4일로 111일째가 됐다. 보기만 해도 아찔한 10 여m 높이의 광고탑은 성인 두 명이 몸을 포개다시피 해야 겨우 누울 수 있을 정도로 좁다. 그곳에 목숨을 위협하는 태풍과 폭염에도 결코 내려올 수 없다는 두 사람이 있다.

탑 위에 스스로를 가둔 이들은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한남교통분회 심정보(52) 씨와 지역의 대표 막걸리 브랜드인 '생탁'을 생산하는 부산합동양조의 일반노조 현장위원회 송복남(54) 총무부장이다. 이들은 세월호 참사 1주년이었던 지난 4월 16일 철탑에 오른 뒤 한 번도 지상으로 내려온 적이 없다.  

두 사람은 동료들이 줄로 매달아 올려준 그늘막 하나에 겨우 몸을 가린 채 살인더위를 온몸으로 체감하고 있다. 식사도 매 끼니 아래에서 올려줘 간단히 해결한다.

비좁은 탑 속에서 몸을 움직이지 못하고 제대로 챙겨먹지도 못하는 등 육체적인 고통도 크지만 어쩌면 그보다 더 참기 힘든 건 회사와 부산시, 그리고 시민들의 외면과 무관심일지도 모른다.

이들도 노동자이기 이전에 누군가의 아버지이고 아들이다. 가족들 생각만 하면 미안함에 눈물이 앞을 가리지만, 어렵게 올라와 힘든 시간을 참아온 만큼 이대로 성과 없이 내려갈 수는 없다는 게 두 사람의 공통된 의견이다.

탑 위에 스스로 갇혀지낸 지 넉 달이 다 돼 가지만 사측과 노조는 아직도 팽팽한 줄다리기만 하고 있다.

현재 택시노조는 전액관리제(월급제)를 도입하고 부가세 경감분을 환수하라고 사측에 요구하고 있다. 생탁노조는 복수노조를 인정하고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회사의 입장은 아직까지는 강경한 상황이다.

고공농성이 길게 이어지자 최근 정치권과 부산시는 택시노조의 요구안에 대해 검토하고 사측에 타협 제안를 하는 등 중재에 나섰다.

시는 생탁노조 측에도 지난 6월 노동청장과 만남을 주선하는 등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지만 양측의 의견차가 커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이처럼 시는 겉으로는 중재에 나서는 것 같은 모양새를 보이고 있지만 뒤로는 고공농성을 막기 위한 적극적인 액션을 취하고 있었다.

부산시는 지난 6월 고공농성자 2명을 상대로 부산지방법원에 시 소유 재산을 무단점유하지 못하도록 가처분 신청을 해 결정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시의 이중적인 태도에 노조는 회사 측에 이어 두 번 상처를 받은 눈치다. 하지만 현재로선 별다른 수가 없는 만큼 시가 사태를 무마하기 위한 형식적인 노력이 아닌, 좀 더 적극적인 중재에 나서주길 바라고 있다.

오늘도 전광판 위의 두 사람은 뜨거운 햇볕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하루를 견뎌내고 있다. 그 간절함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보는 것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까. 나머지는 회사와 시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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