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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롯데에게 '태극기 마케팅'보다 더 필요한 것

[편집자주]

뉴스1 © News1

"솔직히 경영권 분쟁으로 악화된 그룹 이미지를 감안한 퍼포먼스라고 봐야죠." 롯데그룹 한 계열사 관계자의 말이다.

한창 공사가 진행중인 서울 잠실 제2롯데월드를 보면 외벽에 대형 태극기가 부착된 것을 볼 수 있다. 롯데그룹이 광복 70주년을 기념하고 애국심을 고취하기 위해서라며 진행한 일이다.

하지만 이 취지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없다. 관련 기사를 접한 네티즌들은 '애쓴다'는 시큰둥한 반응부터, '태극기는 이럴 때 사용하는 게 아니다"는 부정적인 반응이 많다. 악화된 이미지, 특히 분쟁 과정에서 '사실상 일본 기업'이라는 국적논란까지 일자 이를 무마하기 위해 태극기를 이용했다는 것이다.

최근 롯데그룹이 발표한 일자리 창출 계획 역시 마찬가지다. 롯데그룹은 2018년까지 채용 계획을 밝히면서 청년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강조했다. 이 역시 반응은 좋지 않았다. 뜬금없이 장기 고용계획을 내놓은 것도 결국 그룹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희석하기 위한 것이냐는 시각이 많았다.

경영권 분쟁으로 롯데그룹은 국민들의 공적이 되는 분위기다. 국적논란과 가족간의 극한 대립 등으로 불매운동을 비롯해 정부, 정치권의 압박까지 사면초가다.

이런 상황에서 롯데그룹의 대처는 미흡하다. 한국 기업임을 강조하기 위해 태극기를 내세웠고, 국가 최대의 관심사인 청년 고용 이슈를 들고 나왔지만 사람들은 "눈가리고 아웅하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는 정작 해결해야 할 문제에 대해서는 손을 놓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롯데에 원하는 것은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립서비스'가 아니라 이번 사태에 대한 사죄와 책임지는 자세다.

이를 위해서는 문제를 일으킨 총수 일가가 나서서 국민들에게 용서를 구해야 한다. 이와 함께 현재 불거지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 투명하게 알려야 한다. 한국과 일본 롯데의 지배구조가 어떻게 돼 있는지, 신격호 총괄회장의 건강상태는 어떤지 등을 정확하게 알리고 최대한 빨리 분쟁을 마무리지으려는 모습이 필요하다. 그리고 재발 방지를 위한 지배구조 개선책을 보여줘야 한다.

롯데그룹은 창립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길어질수록 국민들의 반감은 더 깊어질 것이고, 이를 되돌리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당장 경영권 분쟁을 마무리하기 어려울 수 있겠지만 적어도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국가를 혼란스럽게 한 것에 대해 반성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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