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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국가모독죄'는 표현의 자유 과도 제한…위헌"

1988년 12월 정치적 악용 우려로 이미 폐지

[편집자주]

박한철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 /뉴스1 © News1 손형주 기자
박한철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 /뉴스1 © News1 손형주 기자
국가를 모독한 자를 처벌하도록 한 이른바 '국가모독죄'는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21일 '노예수첩 필화사건'의 주인공인 시인 양성우씨가 구 형법 제104조의2에 대해 낸 위헌법률심판제청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구 형법 제104조의2는 내국인이 국가나 국가기관을 모욕 또는 비방하거나 허위왜곡사실을 유포할 경우 7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으로 정치적 표현 억압 등 악용이 우려돼 1988년 12월 폐지됐다.

헌재는 국가의 안전과 이익, 위신이라는 입법 목적의 의미가 불명확하고 적용범위가 광범위해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형사처벌로 표현행위를 일률적으로 규제하고 있는 것이 국가의 안전과 이익, 위신 등 입법목적 달성에 기여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수단의 적합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형법과 국가보안법, 군사기밀보호법에 국가의 안전과 독립을 지키기 위한 다수의 처벌규정 등을 두고 있다"며 "이 조항을 별도로 둘 필요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들의 비판이나 부정적 판단을 국가의 위신을 훼손한다는 이유로 형사처벌하는 것은 자유로운 비판과 참여를 보장하는 민주주의 정신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헌재 관계자는 "이미 삭제된 구법 조항에 대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위헌 결정을 함으로써 민주주의 사회에서 표현의 자유가 갖는 가치를 재확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고교 국어교사였던 양씨는 1977년 6월 발간된 일본의 한 잡지에 유신체제를 비판하는 시를 실었다가 국가모독 및 긴급조치 9호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돼 징역 3년과 자격정지 3년을 선고받고 1979년 가석방됐다.

양씨는 2012년 12월 재심을 청구해 재판을 받던 중 자신을 처벌한 법률적 근거인 국가모독죄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며 이듬해 6월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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