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공유하기

정부청사앞 국정화 규탄시위 봇물…"역사쿠데타 멈춰야"

잇단 기자회견으로 청사 앞 북쇄통…보수단체 확정고시 지지 회견도

[편집자주]

정부가 중·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확정 고시한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앞은 국정화에 반대하는 시위가 봇물을 이뤘다.
 
황교안 국무총리가 "객관적인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고 헌법가치에 충실한 올바른 역사 교과서를 만들겠다"고 밝힌 이날 오전 11시 정부서울청사앞은 시위대로 북새통이었다.
황교안 국무총리가 3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확정 고시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2015.11.3/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황교안 국무총리가 3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확정 고시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2015.11.3/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저지네트워크 회원 100여명(경찰 추산)은 오전 11시30분 규탄 기자회견을 열어 "박근혜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선전포고를 했다"며 "행정예고 기간 20일 동안 국정화 반대 목소리가 각계각층에서 봇물처럼 터져나왔지만 국민들 의견수렴은 커녕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역사정의실천연대 등 전국 470여개 단체가 모인 이 단체는 "속전속결로 국정화를 기정사실화하면 번지는 반대목소리가 수그러들 것으로 판단했겠지만 이는 박 대통령의 독선과 아집으로 인한 자승자박"이라며 "두고두고 정부와 여당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이크를 잡은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는 "어제까지 국민 의견을 받아놓고 바로 오늘 확정고시를 강행한 것은 행정예고기간 의견 수렴이 요식행위에 불과함을 자인한 것"이라며 "교과서 국정화를 통한 역사왜곡은 박근혜 정권과 일본 아베 정권의 반역사적 야합의 결과"라고 비판했다.

연대발언에 나선 송상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처장은 "어제 변호사, 교수 등 605명이 역사 교과서 국정화가 헌법에 위반된다는 취지의 의견을 정부에 전달했다"며 "교과서 국정화는 다른 무엇을 떠나 헌법에 위반된다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송 사무처장은 "박 대통령이 국가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국정교과서 만들겠다고 했는데 국가정체성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헌법 제1조,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2조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오전 11시엔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전국 퇴직교사연대 회원 30여명이 같은 장소에서 시국선언을 통해 "국정교과서 부활은 시대착오적 망상"이라며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퇴직교원들은 "국민 대다수의 반대를 무시하고 정부가 기어코 초·중·고 국사교과서를 국정제로 바꾼다는 소식을 접하고 참담한 마음을 가눌 길이 없다"며 "이는 사실상 정치권력이 역사해석을 독점하고 자신의 견해를 국민들에게 강요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정부는 역사를 평가할 자격이 없고 단지 역사의 평가를 받아야 할 대상"이라며 "그런데도 정부는 자신만이 올바른 역사를 평가하고 기술할 수 있다는 착각에 사로잡혀 나라 전체를 극단적 갈등과 혼란의 소용돌이로 몰아넣고 있다"고 지적했다.
 
퇴직교원들은 국정교과서가 학문의 자유와 교육의 중립성을 훼손하고, 세계의 보편적인 기준에 어긋나는 점, 역사왜곡의 우려가 있는 점 등을 들어 "박근혜 대통령은 40여년전 군사 독재시절을 향해 후진하는 타임머신을 당장 멈춰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날 시국 선언엔 전국의 초·중·고 퇴직교원 654명이 동참했다.
 
이들은 "오늘 선언을 계기로 대한민국의 퇴행을 막고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사회의 일원으로 할 수 있는 역할을 적극적으로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확정고시 발표일인 3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밤샘농성을 벌인 대학생들이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내용이 적힌 손피켓을 들고 있다.  © News1 양동욱 기자
교육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확정고시 발표일인 3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밤샘농성을 벌인 대학생들이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내용이 적힌 손피켓을 들고 있다.  © News1 양동욱 기자

전날 밤 9시30분부터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밤샘시위를 벌인 대학생과 노동당 청년 당원 70여명도 이날 시위를 지켜봤다.
  
구교현 노동당 대표는 "교과서 국정화에 다양한 반대여론이 있음에도 정부가 고시를 갑자기 앞당겼다"며 "소식을 들은 젊은 청년들이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생각에 자발적으로 거리로 나왔다"고 말했다.
 
경찰이 시위대에 해산을 요구하면서 밤샘시위는 노동당의 정당연설회 형식으로 진행됐다. 이에 이날 오전 10시 노동당이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최저임금 1만원, 노동시간 단축 등을 요구하며 국정화 확정고시를 규탄했다.
 
구 대표는 "국정화 강행 이후 정부가 다음 행보로 노동개악을 밀어붙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종북좌익척결단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올바른 역사교과서 행정고시 환영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날 참가자들은
종북좌익척결단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올바른 역사교과서 행정고시 환영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날 참가자들은

한편 보수단체인 올인코리아도 이날 오전 11시30분 청사 정문 우측에서 '올바른 역사교과서 행정고시 환영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에 같은 시각 약 50m 거리를 두고 정부서울청사 앞에선 교과서 국정화 규탄과 지지 시위가 나란히 열리는 풍경이 연출됐다. 
 
아스팔트네트워크·반국가교육척결국민연합·종북좌익척결단 등이 참여한 올인코리아 주최 회견에서 회원 30여명은 "대한민국을 지키려면 빨갱이를 없애야 한다" "빨갱이를 죽이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로딩 아이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