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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도시 이대로 좋은가] ⓸·끝 “공공기관 이전 ‘플러스 알파’ 있어야 성공”

이전 기관 특성 연계한 ‘산업클러스터’ 구축 등 지역발전 효과 기대 못미쳐
정주여건 부족은 전국 10개 혁신도시 ‘공통과제’… 정부·지자체 지원 늘려야

[편집자주]



광주시 전남도가 전남 나주시 금천면·산포면 일원에 공동 조성한 광주전남혁신도시(빛가람혁신도시) 조성 모습.2015.12.15/뉴스1 © News1 최문선 기자
광주시 전남도가 전남 나주시 금천면·산포면 일원에 공동 조성한 광주전남혁신도시(빛가람혁신도시) 조성 모습.2015.12.15/뉴스1 © News1 최문선 기자


정부가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공공기관의 지방이전 등 본격적인 ‘혁신도시’ 건설을 추진한 지 벌써 1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2005년 전국 10개 혁신도시 입지를 모두 선정한 뒤 10년 동안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이 이어지고 있지만 당초 목표했던 ‘균형발전’ 효과는 아직 미미하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혁신도시가 완전하게 정착하기 위해서는 이전 기관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연구시설·기업의 동반 이전은 물론 정주여건 조성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단순히 기관 이전으로 그치는 것이 아닌, 관련 인프라 완성을 위해 ‘산업 클러스터화’에 더 많은 공을 들여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강인규 나주시장은 “나주혁신도시 활성화를 위해서는 공공기관 뿐만 아니라 관련 연구시설·기업도 나주로 옮겨와야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 시장은 “빛가람 혁신도시는 단순히 신도시로서의 기능 뿐만 아니라 미래의 먹거리사업인 에너지밸리 조성을 통한 세계적 에너지도시로 육성해야 한다”며 “또 정보통신·문화예술 관련 공기업 이전을 계기로 관련 산업을 적극 육성해 신산업의 메카로 발돋움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공기관 이전은 새로운 성장거점을 위한 ‘기초단계’일 뿐, ‘완성’으로 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전 기관의 특성과 연계한 산업 육성으로 해당 지역 경제 활성화와 균형발전을 도모해야 한다는 취지다.

경북혁신도시에 전국 최초로 세워진 ‘산학연 유치지원센터’가 이 같은 고민의 해답이 될지 주목된다.

경북은 전국 혁신도시 중 유일하게 241억원을 들여 지하 1층·지상 5층, 연면적 1만1328㎡ 규모의 산학연 유치지원센터 건립을 추진해 왔다.

30만7449㎡ 규모의 8개 산학연 클러스터에는 그린에너지, R&D, IT융합, 첨단교통, 교육·의료시설, 농생명산업 등 이전 공공기관과 연계된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있다.

용지 공급가격도 ㎡당 39만원으로 혁신도시 내 다른 용지에 비해 저렴하고, 공공기관과 인접해 업무 효율성과 입지 장점을 높였다.

산학연 유치지원센터가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가면 이전 공공기관과 연계한 기업·연구시설 유치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다른 지역 혁신도시는 아직까지 이러한 ‘연계효과’ 기대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제주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의 한 관계자는 “제주혁신도시의 경우 클러스터 부지가 분산돼 있고 소규모여서 일반 사기업이 들어오기에는 규모가 작고 수익성이 떨어진다”며 “공공기관 이전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이전 기관의 특성과 연계한 산업의 집적화와 함께 정주여건 개선 등 다양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또 “제주혁신도시는 연수원·연구기관 등이 주로 위치해 있다는 점에서 제주도인재개발원이나 제주발전연구원, 제주대 평생교육원 등의 이전을 검토해야 한다”며 “문화콘텐츠(CT) 계열 기업 유치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충북혁신도시관리본부 박승영 본부장은 “충북혁신도시는 배후도시가 없어 스스로 거점도시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라며 “현재 이전 공공기관 중 정보통신 분야가 많고, 개별입지에 태양광 관련 기관도 많이 유치한 만큼 이들이 상생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게 당면 과제”라고 의견을 밝혔다.

충북혁신도시 전경. 사진제공=충북혁신도시관리본부.© News1
충북혁신도시 전경. 사진제공=충북혁신도시관리본부.© News1


공공기관 이전이 속속 마무리되고 있지만 여전히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지 않다는 불만도 적지 않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더 많은 공공기관이 이전하고, 편의시설 등 정주여건 개선에 더 힘을 쏟아야 한다는 지적이 전국 혁신도시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전북연구원 김진석 선임 연구위원은 “혁신도시가 균형발전이라는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다소 허황되게 들릴 수 있지만 정부가 2단계 공공기관 이전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십년 된 대덕연구단지에는 혁신도시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많은 공공기관과 기업지원기관이 있지만, 지역발전 효과를 보기 시작한 것은 최근”이라며 “혁신도시에도 더 많은 공공기관이 들어서야 빛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이전을 마친 공공기관 간의 협업이나 혁신도시 주변 인프라와 연계 효과를 극대화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태호 제주발전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제주혁신도시의 전략과 비전이 교육·연수와 회의에 있지만 현재까지 이전기관 사이에 서로 연계할 수 있는 사업 발굴이 전혀 이뤄지지 않다보니 활성화 대책도 마련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제주혁신도시가 곧 완공될 예정이고, 공공기관 이전도 마무리되는 시점인 만큼 이전기관들이 한 자리에 모여 서로 연계될 수 있는 사업을 발굴하고, 이를 확대해 지역사업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시책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경상대 도시공학과 김영 교수는 “진주혁신도시의 공공기관 이전으로 고용창출과 세수확대 등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반면 혁신도시의 주거 공급과잉과 구도심의 쇠퇴로 인한 기능약화의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  “클러스트 용지가 활용되고 기존 시가지·상평공단과 연계해 새로운 산업 뿐만아니라 서비스 기능을 보완해 경제적 성장과 삶의 질 개선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며 “새로운 성장 모델을 만들기 위한 산·관·학 시스템을 구축해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울산 우정 혁신도시내 아파트 단지. © News1
울산 우정 혁신도시내 아파트 단지. © News1


허허벌판에 공공기관만 들어서 ‘유령도시’처럼 방치되고 있다는 것은 대부분 혁신도시의 공통된 골칫거리다.

한국의료보험공단 남제현 노동조합 사무국장은 “원주혁신도시의 공공기관들이 정착하기 위해서는 정주여건 개선이 시급하다”며 “이중생활로 불편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기본생활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남 국장은 “기본적인 생활을 위해서는 식당, 은행, 병원, 상가 등이 형성되어야 하는데 혁신도시 초반에 들어 오다보니 본청 건물만 덩그러니 있어 식사 한 끼 해결하기도 쉽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충북혁신도시도 수도권에 비해 교육·생활·문화·교통 등 인프라가 부족하다보니 이전 공공기관 직원들이 가족과 함께 이주하는 비율이 전국 최하위에 그치고 있다.

윤인섭 명품 혁신도시연합회 대표는 “자치단체장, 정치인은 그 정도면 혁신도시에 많이 해 준 것이라며 왜 자꾸 원하기만 하냐는 시각도 있다”며 “그러나 수도권에서 가족과 함께 내려오는 사람들은 기본적 인프라도 없는 황량한 시골도시에 내려오길 망설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울산혁신도시노조협의회 박진우 회장도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 임직원들이 울산에 정주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아이들 교육 때문”이라며 “서울과 교육 여건에서 차이가 크기 때문에 자식들이 좋은 환경에서 공부하길 원하는 건 모든 부모가 똑같은 마음 아니겠느냐”고 털어놨다.

음성군의회 한동완 의원은 “혁신도시 입안 당시 인프라에 대한 수요예측이 실패했다고 봐야 한다”며 “혁신도시가 들어선 진천·음성군은 물론 이주 공공기관, 충북도, 정부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혁신도시 효과를 기대했던 인근 상인들도 현재 상황에 낙담하긴 마찬가지다.

울산 중구 중앙길 상인회 강극동 사무처장은 “솔직히 혁신도시에 공공기관이 이전해 왔지만 중구 원도심 상권의 직접적 효과를 느끼지는 못한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고태호 제주발전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이전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지역이 얼마나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느냐에 달려있다”며 “실제 공공기관 이전이 경제효과와 고용창출 효과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지역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도시계획과 정주인구를 위한 인프라 등을 갖추고, 경제적 효과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주여건 미흡으로 여전히 출퇴근을 하는 공공기관 직원들을 위한 지원책도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적지 않다.

한국의료보험공단 남제현 노동조합 사무국장은 “2년 동안은 통근버스 비용을 지원해주지만 2년이 지나면 그마저도 끊겨 자부담으로 출퇴근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적어도 원주역이나 터미널에서 혁신도시로 들어올 수 있는 맞춤형 교통편이 있으면 좋겠다”고 요구했다.

전문가들은 혁신도시 정착과 정주여건 조성을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 등이 지역별 요구사항을 수렴, 적극 보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울산발전연구원 이주영 연구위원은 “수도권 신도시와 타 지역 혁신도시의 경우 자체적인 단일생활권을 형성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며 “하지만 울산의 경우 도로를 따라 혁신도시가 길게 늘어진 형태라 혁신도시만의 자체 생활권을 형성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그러면서 “울산혁신도시 발전을 위해서는 남쪽의 구 시가지와 혁신도시를 연계해 상호 부족한 부분을 보완, ‘상호 윈윈’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방향을 제시했다.

균형발전지방분권 충북본부 이두영 집행위원장은 “세종시와 혁신도시는 지방균형발전을 위한 이란성 쌍둥이나 다름없는데 이명박 정권 때 방치하다보니 많은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중앙정부가 지원을 확대하고, 민간 참여를 확대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혁신도시가 들어선 각 지자체도 문제점 보완을 위해 대책 수립을 서두르고 있다.

이철수 전북도 혁신도시추진단장은 “학교와 버스노선 등 정주여건을 개선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현재 대형마트가 없어 불편하다는 민원이 있는데, 조만간 농식품마켓이 들어서면 좋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북도의회에서는 도내 12개 시·군과 혁신도시의 균형발전·상생을 위해 ‘전국 혁신도시 성과공유 지역균형발전기금 설치 및 운용조례안’을 제정하고, 2000억원 규모의 기금 조성을 추진 중이기도 하다.

강인규 나주시장은 “앞으로 혁신도시에서 대도시권으로 진입하는 시내버스 노선 배차간격을 25분에서 15분 이내로 끌어올리고, KTX·고속버스·시외버스 환승체계까지 구축을 완료할 생각”이라며 “공동주택 입주상황을 고려해 혁신도시만 운행하는 셔틀버스 개선도 적극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 시장은 또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가 전국 10개 혁신도시 중 규모나 속도면에서 가장 앞서있긴 하지만, 교육환경 여건이 미흡한 것은 사실”이라며 “수요요건이 충족되어야 예산을 세우고 투자할 수 있어 시간이 다소 걸릴 것으로 보이지만, 인구 5만의 자족도시 조성을 앞당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별취재팀= 강남주(인천) 이상길(울산) 송근섭(세종·충북) 김대벽(대구·경북) 박제철(전북) 신효재(강원) 최문선(광주·전남) 이경구(부산·경남) 고경호(제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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