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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세는 백합’ 최재윤 PD “동성애 이슈보단 감성에 집중”(인터뷰)

[편집자주]

길어야 3분, 짧은 시간에 이야기를 펼쳐 내야 하는 웹드라마는 요즘 트렌드를 대변한다. 수많은 웹드라마가 앞다퉈 나오고 있고, 이를 통해 연기 도전을 시작하는 이 또한 상당하다. 그런 와중에 눈에 띄는 것이 있으니 바로 ‘대세는 백합’이다.

‘대세는 백합’은 아이돌 준비생과 전직 아이돌 경주(김혜준 분)와 세랑(정연주 분)의 이야기를 그린 미소녀 판타지다. 단 2회 만에 두 소녀의 키스신이 그려졌고, 이후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내리며 인기를 입증했다.

‘대세는 백합’ 제작과 기획에 참여한 최재윤 PD는 예전과 다른 반응에 의아해하면서도 기분 좋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는 “‘부정적으로 보면 어떻게 하지?’ 싶었는데 사람들이 많이 열려 있더라. 이상한 댓글도 스스로 정화해준다. ‘대세는 백합’을 즐기는 모습을 보면서 요즘은 시청자들이 열려 있고, 수용력이 좋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털어놨다.

최재윤 PD가 뉴스1스타와 만난 자리에서 웹드라마 '대세는 백합'을 제작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 News1star/포츈
최재윤 PD가 뉴스1스타와 만난 자리에서 웹드라마 '대세는 백합'을 제작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 News1star/포츈


시대가 변했다고 하지만 동성애를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차갑다. 오래전부터 알음알음 퍼져온 남성들의 동성애 이야기는 이제 어느 정도 익숙해졌지만 그 역시 괴리감이 존재한다. 이런 와중에 등장한 여성들의 동성애 이야기는 또 다른 충격으로 다가온다. 물론 예전처럼 무턱대고 불쾌함을 드러내는 이는 적다. 수용력이 높아졌다는 것을 보여주듯 다양한 시각이 온라인상에 존재한다. 그럼에도 논란을 피해갈 수 없는 백합물(걸크러쉬를 다룬 콘텐츠를 포괄적으로 이르는 신조어)을 웹드라마로 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했다.

“처음에 윤성호 감독과 어떤 이야기를 다루면 좋을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렇게 나온 아이디어 중에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것, 알고 싶은 게 무엇일까 찾다보니 이 이야기를 시작하게 된 거죠. 윤성호 감독의 전작들을 보면 여자들끼리 있을 때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을 기승전결로 보여주기 보다는 가볍게 판타지처럼 그려낸 것들이 많아요. 그런 부분에서 힌트를 얻었어요.”

‘대세는 백합’은 자극적인 이야기를 자극적이지 않게 풀어나가는 남다른 표현법을 보인다. 서정적인 음악과 영상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한순간에 빼앗는다. 개연성이 떨어지는 이야기에도 계속해서 시청하게 되는 묘한 마력을 발휘하는 것도 이러한 장치들이 제 몫을 충실히 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애초에 캐릭터와 감정에 집중했어요. 웹드라마라는 게 1화를 보게 될 지, 2화를 보게 될지 알 수 없잖아요. 그래서 순차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내서 극적인 로맨스를 보여주기 보다는 상황과 캐릭터에 힘을 썼어요. 1화를 보든, 2화를 보든 그 편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말이죠.”

‘대세는 백합’은 한 사람의 힘으로 만들어진 작품이 아니다. 기획 제작에 참여한 최재윤 PD를 비롯해 윤성호 감독과 임오정, 한인미 감독, 그리고 송재영 PD까지 그 수가 많다. 두 명의 여성 감독의 존재는 기대 이상의 효과를 이끌어냈다. 최재윤 PD는 “남성 기획자들은 여성들만이 경험해온 것을 알 수 없기 때문에 피상적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라며 “그래서 여성 감독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들의 손길을 통하면 이야기가 조금 더 잘 표현 될 것 같았다”고 이들의 역할을 설명했다.

최재윤 PD가 캐릭터와 감성에 집중한 이유를 설명했다. © News1star/포츈
최재윤 PD가 캐릭터와 감성에 집중한 이유를 설명했다. © News1star/포츈


“캐릭터와 분위기, 그리고 감성을 전달하는 게 주목적이에요. 윤성호 감독의 전작 중에 ‘두근두근 레드카펫’이 있는데 어떤 모임에서 두 명의 여자가 대화를 나누다가 갑자기 음악이 깔리고, 묘한 분위기가 나오면서 서로에게 이끌려 입맞춤을 하는 순간을 보여주는 작품이에요. ‘무슨 느낌을 나눠서 그랬을까?’라는 생각을 하면 그게 끝이에요. 그 느낌에 집중해줬으면 좋겠다고 윤성호 감독에게 부탁했어요.”

서정적인 음악과 영상 뿐만 아니라 ‘대세는 백합’의 인기요인으로 손꼽히는 것은 두 여배우의 케미스트리다. 아이돌 연습생인 경주는 통통 튀는 귀여운 매력으로 무장했다. 그는 순박한 모습과 솔직함이 묻어나는 내레이션으로 보는 이를 흐뭇하게 만든다. 반대로 세랑은 여자들에게도 사랑을 받는 당차고 독특한 매력을 발산한다. 경주가 세랑에게 빠져드는 이유를 짐작하게 하는 면면들이 그의 표정에서 고스란히 묻어난다.

“섭외를 오랫동안 해왔어요. 분명한 것은 이 캐릭터들을 이해할 수 있는 배우가 연기를 해야 한다는 것이에요. 긴 시간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 사람이 어떤 느낌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경험을 했는지, 동성애를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생각하면서 가장 적절한 배우를 찾았어요. 정연주 배우는 그렇게 섭외했죠. 경주 역의 김혜준 배우는 캐스팅 마감 일주일 전에 우연히 발견했어요. 보자마자 사진을 찍고 사람들에게 보여줬죠.(웃음)”

‘대세는 백합’ 1화부터 3화가 공개 된 직후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것은 바로 세랑 역을 연기한 배우 정연주다. 대중의 관심을 단번에 사로잡은 정연주는 윤성호 감독과 호흡을 맞춘 이력이 있다. 최재윤 PD는 “정연주씨를 향한 반응이 이렇게 뜨거울 줄은 몰랐다. 섭외를 하고 관계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하면 반응이 이렇게 뜨겁진 않았다”고 예상치 못한 반응에 의아해 했다. 그는 이어 “경주 역의 김혜준 배우가 분명 크게 될 것 같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최재윤PD가 여성 감독과 호흡을 맞춘 이유를 밝혔다. © News1star/포츈
최재윤PD가 여성 감독과 호흡을 맞춘 이유를 밝혔다. © News1star/포츈


‘대세는 백합’을 웹드라마로 제작한 것은 신의 한수였다. 20일 기준 현재 1화는 29만 조회수를 넘겼다. 2화 역시 비슷한 수치를 보였다. 쉽게 찾아 볼 수 있고, 원하는 화를 골라 볼 수 있다는 웹드라마의 장점이 ‘대세는 백합’의 기획 의도와 맞아 떨어진 것이다. 대중은 이야기에 관심을 가졌고, 알고 싶어 했으며 그러한 반응을 적극적인 시청으로 표현했다.

“백합물을 어떻게 하면 구태의연한 프레임에서 보여주지 않을 수 있을까 고민을 했죠. 물론 대박을 내려면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배우를 섭외하고 더욱 더 자극적인 화면을 보여줄 수도 있어요. 그렇게 하면 대중의 관심을 받을 수 있겠죠. 그것보다는 이야기를 더 잘 표현하고, 새로운 접근 방식으로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컸어요. 윤성호 감독과 일을 하게 된 것도 윤감독이 가지고 있는 방향성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죠.”

원래는 3달 안에 끝내기로 하고 시작했지만, 점점 더 신중하게 되면서 제작기간이 5개월 이상으로 늘어났다. 최재윤 PD는 캐스팅에도 욕심을 냈다. 한 번 보고 버릴 소재나 작품이 아니기에 그의 욕심은 점점 더 커졌다. 연출에도 더 많은 신경을 썼다. 시나리오 작업도 수정에 수정을 거치며 완성도를 높였다.

“무조건 2~3분 안에 이야기를 끝낼 각오로 시작했어요. 물론 이야기가 길어지면 그냥 가기로 했어요. 대신 모바일에 맞게 짧은 시간에 맞춰 끝낼 수 있도록 노력했죠. 그러기 위해서 광고를 포기했어요. 광고를 버리는 것이 웹드라마가 잘 될 수 있는 방법인 것 같아요. 일단은 만든 것을 잘 보여주는 게 나을 거란 판단이었죠. 보는 입장에서도 광고가 없으니 보기 편하잖아요.”

‘대세는 백합’은 남자들은 이해하지 못하지만 온라인 세상에서는 이미 단번에 알아차릴 만큼 익숙한 콘텐츠다. “‘대세는 백합’은 재미있는 제목이다”라는 최재윤 PD의 말처럼 혹자는 “백합이 뭔데?”라고 물을 수도, 또 다른 이는 “정말 백합이 대세인가?”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대세는 백합’을 통해 많은 이들이 백합물을 접하게 됐고,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작품을 준비하면서 ‘대세는 백합이지’라는 말이 항상 나왔어요. 모르는 사람들은 아예 모르지만 이미 대세가 돼 있나 싶기도 해요.”

큰 기대와 관심, 그리고 우려 속에 시작된 이야기는 이제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웹드라마와 만난 백합물은 또 다른 문화의 존재를 일깨워주며 대중과 첫 인사를 성공적으로 나눴다. 최재윤 PD의 웹드라마 제작도 성공적이라는 평이다. 이것이 앞으로도 다양한 웹드라마를 제작하고 싶다는 그의 내일이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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