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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지배구조개선 노력 부족했나…日계열사 다단계지배 정조준

광윤사·롯데홀딩스 등 15개 일본 계열사가 한국 롯데그룹 여전히 실질 지배
호텔롯데 상장해도 日지분 완전 청산 어려워, 롯데 "지배력 약화 위해 노력"

[편집자주]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신동빈(61) 롯데그룹 회장이 한국에 치우친 지배구조 개선에서 벗어나 일본 계열사로 개혁 전선을 본격적으로 넓혀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일 롯데그룹의 해외계열사 소유현황과 지분율 등을 공개하고 그간 이를 제대로 신고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제재를 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공정위가 이번에 공개한 조사 내용은 △롯데그룹의 주요 해외 계열사 현황 △해외 계열사의 국내 출자현황 △롯데그룹의 소유·지배구조 등이다. 그간 롯데그룹은 한국 롯데의 지주사격인 호텔롯데 상장과 계열사간 상호순환출자 해소를 중심으로 지배구조개혁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공정위는 이번에 한국 롯데그룹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일본 롯데 계열사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며 이와 얽힌 한국 롯데그룹의 다단계 지배구조를 '비민주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때문에 롯데가 한일 연결 고리를 최소화하고 국민으로 부터 인정받는 '한국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는 개혁안을 추가적으로 내놓을지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일본·스위스 16개 계열사가 한국 롯데그룹 실질 지배

공정위에 따르면 창업주인 신격호(95) 롯데그룹 총괄회장과 그의 친족, 즉 롯데그룹 총수일가는 일본에 36개사, 스위스 1개 사 등 총 37개의 해외계열사를 소유하고 있다. 
 
총수일가는 광윤사, 롯데홀딩스 등 7개 해외계열사의 지분을 직접 소유하고 있으며 나머지 회사는 계열사를 통해 지배하고 있다.

이들 해외계열사 중 16개 회사는 호텔롯데, 롯데물산, 부산롯데호텔, 롯데케미칼, 롯데푸드 등 11개 국내 계열사에 출자해 한국 롯데를 지배하는 등 롯데그룹은 국내 기업 중 가장 복잡한 다단계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호텔롯데(99.3%), 부산롯데호텔(99.9%), 롯데물산(68.9%), 롯데알미늄(57.8%) 등 4개 사의 경우 해외계열사가 보유한 지분율이 과반을 넘는다. 국내 86개 롯데 계열사의 총 자본금 4조3708억원 중 해외계열사가 소유한 주식도 액면가 기준 9899억원으로 22.7%에 달한다.

이처럼 총수 일가가 소유한 일본 계열사가 실질적으로 한국 롯데를 지배하고 있지만 그동안 롯데는 공정위에 일본 계열사의 주식 소유현황을 제시하지 않았다. 때문에 이전까지 파악한 롯데의 소유·지배구조는 '반쪽'에 불과했으며 그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공정위 관계자는 "신격호 총괄회장을 비롯한 총수 일가가 일본은 물론 국내에서 순환출자 등 복잡한 계열사간 출자를 통해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다"며 "다수 일본 계열사를 통한 다단계 출자를 통해 국내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는 형태로 최대 24단계의 출자 단계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롯데를 제외한 국내 40개(총수 존재) 대기업 집단의 출자단계가 평균 4단계라는 점에 비하면 롯데그룹이 훨씬 복잡한 지배구조를 갖고 있는 셈이다. 총수일가는 국내에서 롯데쇼핑, 대홍기획, 롯데제과를 축으로 하는 67개 순환출자를 통해 롯데그룹을 지배하고 있다. 롯데의 67개 순환출자 고리는 우리나라 대기업 집단 전체 순환출자 94개 중 71.3%나 차지한다.  

공정위는 이번 조사결과를 토대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자료·허위제출, 롯데 소속 11개 사의 주식소유현황 허위신고 및 허위공시 등 롯데그룹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해 처벌할 방침이다. 공정위는 이번 롯데와 관련한 정보공개가 기업의 소유·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이는 데 일조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정보공개로 롯데의 자발적인 소유·지배구조개선을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경제민주화 일환으로 기업의 소유·지배구조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News1

◇롯데 "장기적으로 日롯데도 상장"

이제 관심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한국의 지배구조와 밀접한 일본 내 계열사 지배구조를 얼마만큼 개선해 나갈 수 있느냐에 모아진다.

이번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한국 롯데그룹이 일본 계열사들의 지배를 받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신 회장은 한국 롯데그룹의 실질적인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호텔롯데를 상장한 뒤 지주사로 전환하겠다는 개혁안을 제시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99.3%에 달하는 일본 계열사의 지분율을 낮춰 일본 기업의 한국 롯데 지배력을 약화시키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도 한국과 일본 롯데와의 연결고리를 완전히 끊는 것은 아니어서 향후에도 기업의 국적 논란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은 신동주(62)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절대적 과반지주로 있는 광윤사(28.1%)를 비롯해 종업원지주회(27.8%), 임원지주회(6%) 등으로 분산돼 있다. 신동빈 회장 독단적으로 한국 롯데계열사에 대한 지분 정리를 결정하기 어려운 구조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설립한 SDJ코퍼레이션은 호텔롯데를 상장해도 일본 롯데 계열사의 호텔롯데 지분율은 30% 이하로 떨어지기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 회장은 일본 내에서도 지배구조개혁 작업을 이미 진행하고는 있다. 지난해 8월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를 열어 사외이사를 선임하고 지배구조 및 경영투명성 개선 관련 안건을 통과시켰으며, 최근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일본 롯데(제과회사)를 상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일본 내 활동에도 불구하고 지주사인 롯데홀딩스의 지분 구조나 일본의 기업문화 특성상 한국처럼 대대적인 개혁작업은 진행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재계는 보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신동주 전 부회장이 광윤사를 지배하고 있고 이 광윤사가 롯데홀딩스 지분을 3분의 1 가량이나 보유하고 있는 등 일본 내에서도 갈등의 불씨가 여전하다"며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의 해임 무효 소송도 진행되고 있는 등 신 회장이 개혁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이날 공정위 발표 직후 입장자료를 내고 호텔롯데의 상장은 경영투명성 확보 차원 뿐만 아니라 일본 롯데계열사들의 한국 롯데 지배력을 약화시키는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호텔롯데 상장에 이어 롯데정보통신과 코리아세븐 등 주요 계열사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일본 롯데 상장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롯데의 지배구조는 일본에서 사업에 성공한 신격호 총괄회장이 일본 회사의 수익금을 조국에 투자하면서 한국 롯데를 설립하게 된 역사적 배경에서 비롯됐다"며 "그동안 일본 롯데 계열사 등에 대한 자료 제출이 일부 미진했던 부분은 한일 롯데 경영의 특수성에 기인한 것으로 고의성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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