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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불법 공연' 논란 원숭이학교, 일본원숭이들 잇따라 폐사

최근 6년간 17마리 죽어…수의사 "그렇게 죽는 게 이해되지 않아"
원숭이학교 측 "원숭이, 그 어떤 곳보다도 철저하게 관리한다"

[편집자주]

원숭이학교는 원숭이해를 맞아 일본원숭이 18마리를 부안에서 일산으로 옮겨와 지난해 12월 22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경기도 고양 국제 꽃박람회 전시관에서 스페셜 공연을 열고 있다.(사진 동물자유연대 홈피 캡처)© News1
원숭이학교는 원숭이해를 맞아 일본원숭이 18마리를 부안에서 일산으로 옮겨와 지난해 12월 22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경기도 고양 국제 꽃박람회 전시관에서 스페셜 공연을 열고 있다.(사진 동물자유연대 홈피 캡처)© News1

'불법 공연' 논란이 제기된 부안 원숭이학교(대표 정희원)에서 최근 몇년간 국제적멸종위기종(CITES)인 일본 원숭이들이 잇따라 폐사한 사실이 확인됐다.

<뉴스1>이 최근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부안 원숭이학교에서는 최근 6년간(2010~2015년) 총 17마리의 일본 원숭이들이 폐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구체적으로 2010년 6마리를 비롯해 2011년 1마리, 2013년 4마리, 2014년 1마리, 2015년 5마리가 폐사한 것으로 신고됐다.

폐사 원인도 다양했다. 자연사로 9마리가 죽었고, 폐렴 및 폐혈증, 출혈성 대장염, 장독혈증 등 질병으로 6마리, 급성식체로 2마리가 숨졌다. 일본원숭이들의 평균수명은 25~30년이다.

동물원에서 근무중인 한 원숭이 사육사는 "일본원숭이가 원래 질병에 취약한 것은 아니다. 만약 심하게 다치거나 병에 걸리더라도 동물병원에서나 전문인력이 제때 치료하면 금방 낫는 편"이라며 "그곳(원숭이학교)에서 원숭이가 많이 죽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겠나. 시설을 확인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수의사는 "원숭이는 굉장히 혹독한 자연 환경에서도 잘 산다. 눈 오는데도 야외에서 살고 그런다. 그런 원숭이가 그렇게 쉽게 죽었는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면서 "원숭이학교의 원숭이들은 공연을 위해 훈련을 계속 받아야 하는데 원숭이들은 긍정강화훈련이 어려워 강압적으로 한다든지 안 좋은 방법을 쓸 수밖에 없다고 들었다. 그러다 보니 많이 죽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이어 "더군다나 무리를 지어 야외에서 사는 애들인데 서열도 무시하고 갇혀 있고, 상당한 스트레스에 시달릴 것"이라며 "스트레스 때문에 장이나 패혈증, 폐렴 이런 것들이 나타난 것 같다. 스트레스는 사람에게나 동물에게나 아주 안 좋은 영향을 준다. 면역력 떨어지고 장에 조금만 이상만 생겨도 균이 들어가면 병이 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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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유일한 원숭이 조련 공연업체인 원숭이학교는 문화관광부 지정 전라북도 제4호 전문박물관으로 등록돼 있다.

지난 2002년 6월 29일 전북 부안 변산반도국립공원 자락에 문을 연 원숭이학교는 14년간 누적 관객 200만명을 기록하고 있다.

업체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90여 마리의 다양한 원숭이외에도 악어도 사육하고 있다.

원숭이학교는 원숭이해를 맞아 지난해 12월 22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경기도 고양 국제 꽃박람회 전시관에서 스페셜 공연을 열고 있다.

원숭이학교측은 일본원숭이 18마리를 부안에서 일산으로 옮겨와 공연하고 있다.

하지만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야생생물법)에서 정한 사육시설 등록신청과 원숭이를 옮길 때 필요한 환경청의 양도·양수 신고를 하지 않은 채 공연해 지난달 한강유역환경청과 새만금지방환경청으로부터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야생생물법에 따르면 동물의 사육시설을 옮길 때에는 30일 이전에 관할 환경청에 양도·양수 신고를 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또한 야생생물법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국제적멸종위기종을 사육하려는 자는 적정한 사육시설을 갖춰 환경부장관에게 등록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를 어기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불법 논란이 일자 원숭이학교측은 뒤늦게 사육시설 등록 신청을 냈고, 한강유역환경청은 지난달 29일 이례적으로 빠르게 이를 허가했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업체가 공연을 위해서 원숭이들을 수입했을 때는 건강한 개체들을 선별해서 들여 왔을텐데 6년 동안 17마리가 폐사했다는 것은 사실상 원숭이들에 대한 관리나 사육되는 환경 등에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면서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이를 지도감독할 환경부가 반입에 대한 승인은 너무 쉽게 내리고 사후관리는 전혀 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윤태술 원숭이학교 경영관리팀장은 "원숭이학교에서 원숭이는 가장 중요한 자산이다. 그 어떤 곳보다도 관리를 철저하게 한다"면서 "검역비만 (마리당) 약 150만원이 든다. 많은 비용을 들여 투자를 했는데 상품이 죽으면 우리가 더 가슴 아프지 않겠나"라고 했다.

윤 팀장은 "자체 수의사는 없지만 권위 있는 수의사들에게 자문을 구하고 있다. 또 정비원 교장이 한국에서 원숭이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이라고 자부한다. 털빛만 봐도 (원숭이의 상태를) 알 수 있다"면서 "원숭이도 사람처럼 죽을 수 있는 거 아닌가. 2001년부터 수입해 왔기 때문에 우리 원숭이들은 나이 든 개체가 많다. 상황을 알아야지 일반화해 비난해선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수년간 원숭이 관리에 소홀한 점은 인정했다. 그는 "2010년부터 2014년까지 법적 문제로 인해 회사 건물이 경매로 넘어가고 영업을 하지 못했다. 전기도 끊기고 조련사들이 많이 그만 두는 바람에 관리 부재가 있었던 건 사실"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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