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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역사박물관장 "임시정부는 운동단체, 정부 아니다"

'선거, 민주주의를 키우다' 기획특별전 간담회서 "임정, 일제강점기여서 선거 안 했다"
임시정부기념사업회 등 "헌법 부정, 일제부역자들을 건국유공자로 만들기 위한 견해"

[편집자주]

김용직 대한민국역사박물관장 © News1

"임시정부는 민족운동단체이지, 정부가 아닙니다."
김용직 대한민국역사박물관장은 14일 '선거, 민주주의를 키우다' 기획특별전의 개막 기자 간담회에서 "(1919년) 임시정부가 설립될 때는 일제 강점기여서 선거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관장은 "당시 13개 지역별로 대표자를 뽑아 대표자회의를 만들고, 이들을 통해 임시정부를 구성하긴 했지만 국민들을 대상으로 직접 선거를 하지는 않았다"며 "나중에 '임시'라는 말을 붙여 정부라 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나라 최초의 민주주의 선거는 1948년 5월10일 실시된 제헌국회 구성을 위한 총선거"라고 했다. "당시 유엔에서도 감시단을 파견해 선거를 주관하는 등 국제적인 수준에 맞게 치르려고 노력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김 관장은 또 이승만 정부 당시 부정선거 등 당시 사회 분위기에 대해 설명하는 과정에서 "대다수 경찰들은 묵묵히 일하는 분들이었으나, 일부 친일 경찰들이 포함된 것"이라며 "그렇게 된 건 미국 군정의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또 "식민지에서 해방된 어느 나라나 식민지 치하 간부들이 활동했다"며 "그러지 않으면 정부가 돌아가지 않았다"라고도 했다.

서울대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김 관장은 20여년간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사료로 본 한국의 정치와 외교' '대한민국 정부수립과 국가체제 구축' 등 한국 근현대사와 관련한 연구활동을 해 왔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장에는 지난달 26일 임명됐다.

이같은 김 관장의 발언에 대해 "대한민국 헌법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헌법 전문에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후략)'라는 구절이 명시돼 있어서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박홍근 의원은 "임시정부를 운동단체로 격하시킨 대한민국역사박물관장의 발언은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정통성을 부정하고 국민의 역사상식에 도전하는 망언"이라며 "이렇게 잘못된 역사의식을 가진 분이 어떻게 대한민국역사박물관장이 되었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사단법인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에서도 김 관장의 발언에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박덕진 기념사업회 연구실장은 "헌법에 명시된 대로 대한민국의 연원이 1919년 임시정부라면, 독립운동을 하지 않고 권력층으로 편입된 일제 부역자들은 결코 건국 유공자가 되지 못한다"며 "일제 부역자들의 명예회복을 위해 일부 학자들이 대한민국의 시작을 1948년 제헌헌법 제정 이후로 후퇴시키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연구실장은 또 "대한민국이 1948년부터 시작됐다고 주장하는 학자들이 '건국의 아버지'로 생각하는 이승만 전 대통령 조차 임시정부를 대한민국의 출발이라고 발언했다"며 "제헌헌법 전문에도 정부를 새로 '설립'하는 것이 아니라 '재건'한다고 분명히 명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관장은 이같은 비판의 목소리에 대해 "국민을 상대로 실시한 선거를 중심으로 설명을 하다 나온 표현으로 임시정부 자체를 폄훼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며 "학자로서 평소 임시정부의 역할을 존중하는 견해를 갖고 있다"고 해명했다.

한편,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선거, 민주주의를 키우다' 기획특별전에서 역대 선거 홍보물, 선거용구·용품 등 선거의 역사를 살펴 볼 수 있는 관련 자료 300여 점이 전시된다고 밝혔다. 김 관장은 "이번 전시는 1948년 5월 10일 총선거 이래 '선거의 역사는 대한민국 역사이자 민주주의의 역사'였음을 보여주기 위해 기획됐다"며 "70년 가까이 이어온 대한민국 선거의 역사는 때로는 어려움도 있었지만, 대의민주주의가 확고히 자리 잡는 과정이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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