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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공책]'아가씨'가 데뷔작? 김태리의 위대한 발견

영화 '아가씨' 리뷰

[편집자주]

될 성 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했던가. 신예 김태리의 짱짱한 떡잎이 스크린을 뚫고 나왔다. 박찬욱 감독이 '아가씨'를 위해 발굴한 보물이다.

지난 25일 베일을 벗은 '아가씨'는 숨 막힐 정도로 아름다운 영상미를 자랑한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답지 않게 친절하고, 보드라운 감성이 느껴진다. 감독 역시 "내 영화치고 얌전하다는 칭찬을 받았다"며 변화에 대해 인정했다.

'아가씨'가 지난 25일 공개됐다. © News1star/ '아가씨' 포스터
'아가씨'가 지난 25일 공개됐다. © News1star/ '아가씨' 포스터

영화 속 아가씨 히데코(김민희 분)는 어릴 적 부모를 잃고 후견인 이모부(조진웅 분)의 엄격한 보호 아래 살아간다. 그녀 앞에 백작(하정우 분)이 나타나고, 새로운 하녀 숙희(김태리 분)가 집으로 들어오면서 아가씨의 심리가 요동하기 시작한다.

의지할 곳 하나 없던 히데코에게 숙희는 최고의 몸종이자, 좋은 동무가 되어준다. 그러나 맑은 얼굴의 숙희는 사실 유명한 여도둑의 딸. 장물아비 손에서 자란 소매치기 고아 소녀다. 아가씨의 막대한 재산이 탐나 사기꾼 백작과 의기투합한 것이다. 그런데 웬걸. 순박하고 가여운 아가씨에게 하녀는 자꾸, 연민을 느낀다.

'아가씨'가 지난 25일 공개됐다.  © News1star/ '아가씨' 스틸
'아가씨'가 지난 25일 공개됐다.  © News1star/ '아가씨' 스틸

'아가씨'는 돈과 마음을 뺏기 위해 서로 속고 속이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관객 또한 반전에 멍해지고, 주인공들의 영민함에 무릎을 치게 된다. 거대한 욕망을 이기는 건 보잘 것 없어 보이던 진심이라는 점도 예기치 않은 감동으로 다가온다.

입체적인 캐릭터들의 변주는 결말까지 한치 앞을 예상하지 못하게 하며 흥미를 더욱 자극한다. 팽팽하게 당기는 캐릭터 간의 긴장이 정점에 달하는 순간 스토리를 이끄는 화자의 시선이 변화하며 관객들의 뒤통수를 가격한다.

능청스런 하정우와 선악을 넘나드는 김민희, 더러운 욕망을 뿜어내는 조진웅은 탁월한 연기력으로 스크린을 휘감는다. 박찬욱 감독의 생각을 고스란히 읽어낸 이들의 연기가 '아가씨'를 더욱 영리한 영화로 만들었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건 혜성처럼 나타난 김태리다. 왈가닥 소매치기 고아의 모습과 자신도 모르는 아픔을 지닌 소녀, 아가씨를 진심으로 보살피는 하녀의 모습이 한데 어우러져 매력적인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김태리의 강점은 눈이다. 연기 경험이 많은 또래 여배우들에 견주어도 뒤쳐지지 않는 강한 눈빛을 가졌다. 깊은 눈과 섬세한 감정 연기, 가녀리지만 탄탄한 몸이 동성간의 정사신마저 아름답게 승화시킨다. 박찬욱 감독의 옥석을 가리는 눈이 대단하다. 오는 6월 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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