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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대 여자'가 대세?…정부, 공학 여성인재 지원 늘려

사회수요 발맞춘 여성 공학도 지원 강화
남학생에 대한 역차별 지적도 나와

[편집자주]

교육부는 최근 여성공학인재 양성을  위해 다양한 정부재정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뉴스1DB © News1
교육부는 최근 여성공학인재 양성을  위해 다양한 정부재정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뉴스1DB © News1

공대 여학생들을 위한 정부 지원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공학 인재를 필요로 하는 사회수요에 발맞춰 비교적 적었던 여학생들의 공학 분야 진출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경쟁 사회에서 남학생에 대한 역차별이 될 거란 지적도 나온다.

6일 교육부와 대학가에 따르면 정부는 '여성공학인재양성사업'(WE-UP)과 '산업연계교육 활성화 선도대학사업'(PRIME·프라임) 등 여러 재정지원 사업으로 여학생들의 공학분야 진출을 늘리고 있다. 사회수요가 공학 인력을 필요로 하는 만큼 이에 맞춰 여학생들의 공학분야 진출을 독려하겠다는 취지다.    

◇여성 공학인재 양성을 위한 다양한 정부 재정지원사업

교육부는 지난달 25일 여성공학인재양성사업‘(WE-UP) 계획을 발표했다. 사업은 여성 친화적으로 공대 교육시스템을 개편해 사회수요에 맞는 여성공학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2018년까지 3년간 150억원 규모로 공학계열 학과가 있으면서 여학생이 재학 중인 4년제 대학을 지원한다. 공모를 통해 선정된 8개 내외 대학들은 융합·신수요 맞춤형 전공트랙이나 교과목을 신설해 여성 친화적 공학교육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여대 총장들과의 간담회에서 "여성공학인력 양성사업을 신설해 여학생들의 공학 분야 진출을 적극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밝히는 등 공학인재 수요가 느는 데 반해 여성 공학기술인력 비중이 낮다는 것에서 착안했다.

지난해 12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14~2024 대학 전공별 인력수급전망' 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4년까지 10년간 대학의 공학계열과 의약계열에서 인력 초과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분석됐다. 공학계열 학과에서는 기계·금속 7만8000명, 전기·전자 7만3000명 등이 더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여성과학기술센터의 2015년 통계에 따르면 현재 공학계열 과학기술인력 중 여성 비율은 10.7%에 불과하다. 2015년 기준 공학계열에 재학하는 여대생 비율은 17%로 인문 54.7%, 자연 44.1% 등에 비해 현저히 낮다.

교육부는 8월 선정을 앞둔 대학에 대해 "(여학생들의) 생애주기를 고려한 커리어패스 제공과 인턴십 지원 등 진로취업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다"면서"남성 중심적 인식과 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사업을 병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지난달 교육부가 발표한 산업연계교육 활성화 선도대학(PRIME) 사업에도 총 21개교 선정대학 중 숙명여대, 이화여대, 성신여대 등 '여대' 3곳이 나란히 포함됐다. 프라임 사업은 사회수요를 반영해 정원조정 등 학사구조를 개편하는 대학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선정 대학들이 구조조정을 통해 신설하려는 학과의 약 90%는 공학계열이어서 이 또한 여성 공학인재 양성에 초점이 맞춰진다.    
지난 5월3일 교육부가 프라임사업 선정 결과를 발표한 뒤 숙명여대 황선혜 총장(사진  왼쪽)과 이시우 공과대학장 등  학교 관계자들이 프라임 대형사업 선정을 자축하고 있다.(숙명여대 제공)© News1© News1
지난 5월3일 교육부가 프라임사업 선정 결과를 발표한 뒤 숙명여대 황선혜 총장(사진  왼쪽)과 이시우 공과대학장 등  학교 관계자들이 프라임 대형사업 선정을 자축하고 있다.(숙명여대 제공)© News1© News1

◇"남성 위주 커리큘럼을 변화시키는 계기될 것"    

전문가들은 변화하는 산업 구조에서 여학생들의 능력이 더욱 널리 쓰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러한 사업들이 여성 공학 인재 양성에 도움이 될 것으로 봤다. 

다만 '우대' 개념 보다는 여성만의 강점을 살리는 쪽으로 추진돼야 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대학들이 여성 공학인재 양성을 위한 '아이디어'를 낼 시점이라고 되짚었다. 이러한 정부의 움직임이 대학의 공학계열 여학생 지원하는 데 기폭제가 될 거라는 생각이다.

그는 "기존 정부 재정지원사업들이 남학생 위주로 혜택이 돌아가는 경향이 있었다"면서 "남성 위주로 고정돼 있던 교육과정이나 방법들이 조금 더 여성 친화적으로 변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태명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는 WE-UP 사업에 대해 "여성만을 위한 것이 아닌 각기 강점에 맞춘 다양한 커리큘럼 마련의 시발점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여성과 남성의 차이가 있는 만큼 각자 특성에 맞춘 강점을 살리는 방향이라면 찬성하지만 단순히 여학생들에게 혜택을 주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덧붙였다. 여성과 남성의 관심 분야와 강점이 다른 만큼 이를 강화하는 측면은 바람직하지만 여성만을 배려한 커리큘럼을 제공하는 것은 경쟁 사회에서 의미가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또 정부 의도와 달리 여학생들이 대거 공학 계열로 진학하는 데 큰 유인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현재 수가 부족한 여자대학 내 공대를 확충하는 것이 진정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A고교 진로진학상담교사는 "오히려 역차별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그는 "남녀공학 공대에서 여학생들을 위한 커리큘럼을 제공하는 것은 오히려 남녀 평등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또한 남녀공학 대학에 여학생들을 위한 커리큘럼을 만드는 것 정도로는 여고생들이 공대로 진학하는 데 큰 유인책이 되지는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이화여대와 숙명여대 2곳에만 설립된 공대 수를 되짚으며 "여성공학인재 양성을 위해서는 여대에 공대를 더욱 확충하고 진학을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법일 것"이라고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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