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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위탁 대해부〕⑦사고나면 단체장이 ‘독박’…계약서 공증도 안 해

공공위탁 위·수탁 계약 체결 후 공증으로 법적 안정성 담보해야

[편집자주] 단원고 학생을 포함, 탑승인원 476명 중 295명이 사망하고 9명이 실종된 세월호 참사가 빚어진 지 2년이 지났다. 민·관의 안전 불감증이 불러일으킨 인재 중의 인재인 세월호 사건은 우리 사회에 혹독한 시련과 교훈을 던지고 있지만 초법적인 관계 법령과 행정기관의 허술한 관리 등 총체적 부실과 허점은 정부 기관 곳곳에서 현재 진행형으로 광범위하게 빚어지고 있다.
뉴스1은 공공분야 위탁의 현황과 문제점, 개선방안 등을 지방정부(자치단체)의 조례를 중심으로 심층 보도한다.

2015년 12월 현재 경기도 기획관실이 총괄 관리하고 있는 공공위탁 사무는 모두 24개이다. 수탁기관은 경기관광공사 등 모두 11개 기관이다.

경기관광공사가 △관광홍보물 제작·배부 및 여행업계 경쟁력 강화 △관광기념품 판로 지원 △경기가족캠핑 페스티벌을 위탁 운영하고 있다.

경기테크노파크는 지역사업단 및 Green-All 사업,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은 송파학사를 운영하고 있다.

또 경기중소기업 종합지원센터는 녹색에너지 시제품 제작 지원 및 경기북부벤처센터, 경기문화재단은 경기도 사이버도서관 및 경기청년문화창작소 운영 등 5개 사무를 위탁하고 있다.
경기도가 산하기관과 체결한 협약서© News1
경기도가 산하기관과 체결한 협약서© News1

경기도는 이들 기관과 위탁 협약(계약)을 체결하며 공증을 하지 않았다.

전국 자치단체 가운데 유일하게 공공위탁과 민간위탁 통합 조례를 운영하고 있지만 조례에 공공위탁의 경우 공증을 생략할 수 있다는 특례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 사무 위탁 조례 제5조(협약의 체결) 제1항은 ‘도지사는 수탁기관과 위·수탁 협약을 체결하고 협약서를 공증받아야 한다’고 규정했다.

하지만 같은 항은 또 “다만, 수탁기관이 행정기관이거나 경기도 조례에 따라 설립된 각종 공사·법인 등인 경우에는 공증을 생략할 수 있으며, 행정기관 위탁의 경우 ’지방자치법‘ 제151조를 따른다“는 특례 조항도 명시해 놓고 있다.  

경기도 관계자는 “민간과 협약을 맺을 때는 공증을 하도록 명시했지만 경기도가 출자·출연한 산하기관의 경우 제3자가 개입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 공증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경기도 조례가 위탁사무의 법적책임과 제도의 안정성을 해치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낳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위탁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 소재를 간과해서 공증을 생략할 수 있다고 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위탁은 단체장의 권한사무를 맡기는 협약(계약)이다. 위탁과정에서 사건사고가 발생해 민·형사상 문제로 비화될 때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지 않으면 최종 책임이 단체장에게 전가될 가능을 배제하기 어렵다.

인명·재산피해로 인해 배상 등 민·형사상 문제가 발생할 경우 주민의 혈세인 해당 자치단체의 예산으로 감당하거나 운영에 직접 관여하지 않은 단체장이 법적 책임을 져야 할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어떤 형태든 피해가 주민에게 돌아올 수 있다는 얘기다.

공증은 지방자치단체장이 감독 책임을 함께 지게 되는 권한사무를 위탁할 경우 예기치 않게 발생하는 사건·사고에 대비해 법적 안정성을 담보하는 장치이자 법률행위이기 때문이다.
공증은 지방자치단체장이 감독 책임을 함께 지게 되는 권한사무를 위탁할 경우 예기치 않게 발생하는 사건·사고에 대비해 법적 안정성을 담보하는 장치이자 법률행위인데도 이를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청© News1
경기도청© News1

공증을 생략하는 사례는 경기도뿐 아니라 전국 대다수 자치단체에서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들 자치단체는 아예 공공위탁 관련 조례조차 제정하지 않고 있어 심각성이 경기도보다 더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위·수탁 협약서를 체결할 때에는 목적과 위·수탁 사무 및 기간을 특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협약의 해지 및 변경, 수탁사무 처리, 비품관리, 예산지원 및 집행, 정산보고, 지도감독, 위·수탁 내역 등을 빠짐없이 기재해야 한다고도 했다.

또 문제 발생 시 귀책 사유에 따른 민·형사상 책임 소재를 가릴 수 있도록 증빙해야 한다는 데 대체적으로 같은 입장을 보였다.  

추후 발생할 수 있는 불필요한 시시비비를 예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공증(公證)이란=준법률행위적 행정행위에 속한다. 국가나 공공단체와 같은 단체가 직권에 의해 특정사실이나 법률관계의 존재를 공적으로 증명하는 행위를 말한다.

공증된 사실이나 문서는 반증이 없는 한 공증된 대로 공적인 증거력이 확보된다.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여러 가지 법적 효과가 발생한다.

각종 등기부와 등록원부에 등기나 등록을 해야 물권변동(物權變動)의 효력이 발생한다.

선거인명부(選擧人名簿)에 등재해야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고 주민등록표에 등록을 해야 주택임차권(住宅賃借權)의 대항력(對抗力)을 갖게 된다.

광업원부(鑛業原簿)에 등록해야 광업권(鑛業權)을 취득하게 되고 계약서(契約書)에 검인을 받아야 등기신청을 할 수 있게 된다.

대표적인 공증의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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