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공유하기

교복부대의 등장?…'대통령 하야' 외치는 중고생들

사회문제 주체로 등장, 시국선언 하나의 ‘문화’로 자리

[편집자주]

국정농단 최순실 사태와 관련, 각계각층의 시국선언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충북 청주외국어고등학교 학생 100여명이 10일 청주 차 없는 거리 입구에서 시국선언을 했다. 학생들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비판하며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시국선언문을 한국어와 영어, 일본어, 독일어 등 7개 언어로 읽었다. 2016.11.10./뉴스1 © News1 남궁형진 기자
국정농단 최순실 사태와 관련, 각계각층의 시국선언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충북 청주외국어고등학교 학생 100여명이 10일 청주 차 없는 거리 입구에서 시국선언을 했다. 학생들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비판하며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시국선언문을 한국어와 영어, 일본어, 독일어 등 7개 언어로 읽었다. 2016.11.10./뉴스1 © News1 남궁형진 기자

‘최순실 국정농단’사건으로 촉발된 박근혜 대통령 하야 촉구 시국선언이 중·고교생 등 청소년층까지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현 시국에 대한 맹목적인 비판보다 사회구성원으로서 목소리를 내려는 학생들의 외침은 하나의 문화 행사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특히 최근 온라인을 통해 퍼지고 있는 대구 여고생 시국선언 동영상에 대한 폭발적인 반응에서 알 수 있듯 현 시국에 주체적으로 등장하고 있는 학생들이 사회를 향해 던지는 메시지는 가볍지 않다.

충북청소년청년학생시국선언단(‘하야’모임)과 대구청소년시국선언단은 11일 집회를 갖고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외쳤다.

이미 박 대통령 하야 촉구 1만명 연서명 받기에 돌입한 충북청소년시국선언단은 이날 충북도청 서문 앞에서 ‘이제 광화문으로!’라는 주제 아래 시국선언 집회를 열고, 12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리는 민중총궐기에 동참하기로 했다.

대구청소년 시국선언단도 오후 6시 중구 2·28공원에서 자유발언에 이어 시국선언문을 낭독한다.

이들은 이번 시국선언에 대해 "우리는 부모님의 아들·딸, 학생, 청소년이기에 앞서 대한민국을 살아갈 국민이며 주권자이기 때문"이라고 배경을 밝혔다.

전날 충북에서는 청주외국어고등학교 재학생 80여명이 청주 성안길 앞에서 자발적으로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와 ‘박 대통령 하야 촉구’선언에 나섰다.

이날 권순영 학생회 부회장(2년)은 “지지율 5%대까지 떨어진 민심의 화살은 모두 최순실씨의 국정개입을 비롯한 국가적 비상사태를 향하고 있다”며 “국민이 모두 반대하는 대통령은 더 이상 대통령이 아니다“라며 박 대통령 하야를 촉구했다.

이후 학생들은 영어와 독일어, 프랑스어 등 6개 외국어로 같은 내용의 시국선언문을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자발적 시국선언을 마친 청주외고 학생들은 다른 쪽에서 진행 중인 ‘박근혜 하야 촉구’ 촛불 집회에 참여해 가두 행진을 벌이기도 했다.

대전 청란여고에 내걸린 대자보. © News1
대전 청란여고에 내걸린 대자보. © News1

같은 날 대전의 한 고교에서는 ‘박 대통령 하야 촉구’대자보가 붙었다.

대전 청란여고 체육관 벽과 중앙계단 복도에 게시된 이 대자보에는 ‘아직도 안개의 나라인 大韓民國 안개를 걷어내자’ ‘청란인들에게 고함’이라는 제목의 박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대자보는 이 학교 고3 학생들이 직접 작성해 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일 강원 원주·횡성에서는 중·고교생 2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원주 단계동 장미공원에서 ‘박 대통령 하야 촉구’촛불집회가 대대적으로 열리기도 했다.

집회에 참석했던 유미현·김미현(18) 양은 “우리가 먼저 (촛불집회)를 해야지 앞으로 사회가 더 밝아질 것 같아서 공부도 제쳐 놓고 나왔다”고 말했다.

전북의 한 고교에서는 최순실 씨 딸 정유라 씨를 모의 재판정에 세우는 이색적인 행사를 준비 중이다.

원광고등학교 학생자치법정동아리는 지난 1일 ‘정유라 모의재판’을 열기로 결정했다.

정유라 씨의 이화여대 부정입학 등 각종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는 상황에서 학생들이 직접 모의재판을 열어 죄를 심판하겠다는 취지다.

이 학교 학생자치법정동아리는 학생들이 직접 재판을 열어 고교 내 불미스러운 학생들의 처벌 수위를 직접 정하는 일을 한다.

이미 이 학교 현관과 매점, 식생활관 입구 등에는 최순실 씨 국정농단 사태와 박근혜 정부를 비판하는 대자보가 붙기도 했다.

허석열 충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신자유주의 경제정책 속에 구축돼 온 사회 시스템에 대한 축적된 분노가 박근혜 정부들어 세월호 참사를 거치면서 연령 고하를 막론하고 집단적인 의사표명 형태로 나타난 것으로 본다”며 “사회 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인식이 중고생들의 가치관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로딩 아이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