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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한다"…김재운, 극한직업 '배우'를 선택한 이유(인터뷰)

[편집자주]

배우 김재운은 끈기가 있는 연기자다. 자신이 목표로 한 것을 이룰 때까진 절대 포기하지 않는 뚝심을 지녔다. 이러한 성격은 그가 늦은 나이에 연기에 도전할 수 있었던 이유이자 앞으로 더욱 힘차게 달려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김재운은 최근 종영한 KBS2 일일드라마 '여자의 비밀'(극본 송정림/ 연출 이강현)에서 주인공 강지유(소이현 분)를 돕는 변호사로 깜짝 등장했다. 분량은 적었지만 그가 2년여 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했다는 점에서 출연 자체에 의미가 있는 순간이었다.

"오랜만에 촬영을 하니 기분이 정말 좋았어요. 그동안 촬영장에 너무 나가고 싶었거든요. 감을 잃어버렸나 싶기도 했는데 막상 현장에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좋더라고요.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으니까요. 나름대로 의미도 있었고요. 그 이후로 작품도 꽤 들어오고 있어요.(웃음)"

김재운이 뉴스1스타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 News1star / 제이지스타
김재운이 뉴스1스타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 News1star / 제이지스타


사실 김재운은 지난 2014년에만 해도 드라마 '불꽃속으로', 영화 '아빠를 빌려드립니다', 연극 '청혼' 등에 출연하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었다. 그전에는 드라마 '메이퀸', '대풍수', '총리와 나'와 연극 '20세기 소년소녀 창가집', '어른면허', '경성스타'를 통해 차근차근 연기력을 길러온 실력파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난해 그의 인생을 뒤흔드는 사건이 발생했다. 어머니를 교통사고로 잃게 된 것이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사고였기에 장남이었던 김재운이 집안의 일을 책임져야 했고, 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 그리고 어느 정도 정리가 된 지금에서야 그는 다시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었다. 어머니로부터 얻은 용기와 함께 말이다.

"지난 2년여 동안 아머니가 하시던 일들을 제가 맡아서 했어요. 지금은 괜찮아졌지만 집안의 생계와 관련이 있는 일이라 거기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죠. 그래도 지금은 친동생이 맡아서 하고 있어요."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정말 힘들었는데 어머니가 생전에 제 일을 응원해주셨다는 걸 알고 용기가 생겼어요. 어머니의 장례식장에 있는데 제가 모르는 어머니의 지인들이 저를 전부 알아보시더라고요. 그분들에게서 어머니가 제 작품이 나올 때마다 문자를 돌리면서 좋아하셨다고 듣게 됐어요. 제가 처음 연기를 한다고 했을 땐 반대를 하셨는데다 자기감정을 표현하는 분이 아니라 생각도 못했던 일이었죠. 그때부터 어머니가 좋아하셨다면 저도 마음을 다잡고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 꿈이기도 하지만 '어머니를 위해서라도 남은 인생은 연기를 하면서 살자' 싶었죠.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시상식에서 (어머니를) 한 번 불러드리고 싶어요."

김재운이 2년여 동안의 공백기에 대해 설명했다. © News1star / 제이지스타
김재운이 2년여 동안의 공백기에 대해 설명했다. © News1star / 제이지스타


과거 김재운은 연기자의 삶을 살지 않았다. 배우의 인생을 열망하긴 했지만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속마음을 드러낼 수 없었다. 대신 두 번째로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았고, 그 과정에서 많은 유명인사들을 만나게 됐다. 꿈을 직업으로 지닌 이들의 에너지는 잠자고 있던 김재운의 꿈을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연기가 하고 싶었지만 안정적인 생활과 현실에 타협하게 됐어요. 그러다 20대 중후반에 가서 뒤늦게 도전하게 됐죠. 제가 처음엔 디자인 관련 회사에서 일했는데 그곳에서 앙드레김 같은 꿈을 직업으로 하고 계신 유명한 분들을 많이 만나게 됐거든요. 그 사람들이 일할 때 나오는 에너지들을 느끼며 저도 꿈을 직업으로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멀쩡하게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니 처음엔 가족들의 반대가 심했다. 이후 각고의 노력 끝에 단국대학교 연극영화과 입학에 성공했지만 무명의 시간도 길었다. 뜻하지 않게 2년여 동안의 공백기가 생겼으니 어쩌면 아직은 좀 더 노력의 시간을 가져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김재운은 시종일관 미소를 지으며 연기에 대한 열정과 장점에 대해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연기의 매력은 극에 몰입하는 순간 여러 가지 감정들을 느끼며 살 수 있다는 점이에요. 보통은 평소 느끼는 감정이 적은 편이잖아요. 하지만 연기를 하면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여러 감정들을 느낄 수 있어 좋아요. 그리고 전 아직도 연기의 좋은 점을 찾아가고 있어요. 꿈을 향해 끊임없이 도전하고 준비하는 것 자체가 살아있는 느낌을 주거든요.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건 두 번째로 좋아하던 일을 할 때와는 다른 것 같아요. 의무적인 업무라기 보다 스스로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을 주는 것 같아서 좋아요." 

김재운이 연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 News1star / 제이지스타
김재운이 연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 News1star / 제이지스타


이러한 김재운의 열정과 끈기, 노력은 그에게 화려한 취미(승마, 해동검도, 노래, 현대무용, 수영, 킥복싱, 골프) 생활도 선사해줬다. 단순한 취미인 줄만 알았는데 대부분 프로와 비슷한 수준의 실력을 가졌다는 사실 또한 놀랍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이 모든 성과는 한번 목표로 삼으면 기어코 해내는 그의 끈질긴 성격 때문이라고.

"끊임 없이 배우는 것을 좋아해요. 새로운 걸 배워서 습득했을 때 오는 쾌감 같은 거요. 연기를 뒤늦게 시작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해요. 제가 원래 뭐 하나에 꽂히면 파고 들어서 제 것이 될 때까지 하는 성격이거든요. 이런 성격 덕분에 '연기를 하더라도 중간에 포기하는 경우는 없겠구나' 싶었어요. 그래서 전 오히려 연기를 시작하기 전 2년 동안이 가장 힘들었어요. 차리리 '도전해서 실패하는 게 낫겠다' 싶었을 정도로요." 

"사실 이런 제 성격을 '변태 같다'고 표현할 때가 있어요. 어떤 일이 힘들면 힘들수록 '나중에 끝나고 나면 얼마나 성취감이 크게 오려나'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그런 생각이 들면 '도질게 도졌구나' 싶죠. 안 그래도 힘든데 더 힘들게 가는 타입이랄까요? 그때부터 웃음이 나고 승부욕이 발동돼요. 그리고 그걸 마무리했을 때 정말 기분이 좋아요. 후회를 안 할 만큼 열심히 했으니 결과가 실패여도 괜찮아요.(웃음)"

김재운이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밝혔다. © News1star / 제이지스타
김재운이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밝혔다. © News1star / 제이지스타


이 외에도 롤모델로 이병헌을 꼽으며 지독한 팬심을 드러내거나, 김범수에게 특별한 조언을 받았던 일화를 공개하며 인터뷰 내내 연기에 대한 애정을 서슴없이 보여준 김재운. 소속사 없이 혼자서라도 열심해 해왔던 노력과 정성이 통한 것인지 최근 그에게 좋은 일들이 한가득 다가왔다. 새로운 소속사가 생긴 것은 물론 MBC의 한 사전제작 드라마에 주요한 조연으로 출연하게 된 것. 이에 마지막으로 그에게 앞으로 어떤 모습의 배우가 되고 싶은지, 그리고 앞으로의 목표가 무엇인지에 대해 물었다.

"(연기를 하기 전) 제 직업이 기획하는 업무였어요. 그래서 모든 일을 하기 전 항상 계획을 짜놓는 습관이 생겼죠. 사람이 계획이 있는 것과 없는 건 다르다고 생각하거든요. 무슨 일을 하던 5년 계획을 짜놓고 실행하는 편인데 연기만큼은 예외에요. 계획대로 이룬 것도 있지만 못한 것도 있거든요. 그런 걸 짜 놓으니까 집착하게 되고, 그걸 못 이뤘을 때 얻는 것보다 자괴감이 크니까 아닌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이젠 디테일한 계획보다 큰 목표를 가지고 있어요. 사람들이 제 연기나 작품을 보고 생활의 활력소를 얻을 수 있다면, 그래서 저처럼 연기의 꿈을 가질 수 있다면 그것만큼 좋은 건 없는 것 같아요."

"연기를 통해 누군가를 좋은 쪽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진 연기자로 성장하고 싶어요. 다작을 해서 시청자들과 관객에게 친숙한 배우도 되고 싶고요. 언젠간 뮤지컬을 통해 노래하는 무대에도 서보고 싶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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