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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동성결혼 합법화 논쟁 가열…찬반 시위 잇따라

동성결혼 공개 지지 의원 늘어 내년 가결 가능성

[편집자주]

17일(현지시간) 대만 타이페이 입법원(국회) 앞에서 동성 결혼 지지자가 무지개빛 깃발을 들고 서 있다.  © AFP=뉴스1
17일(현지시간) 대만 타이페이 입법원(국회) 앞에서 동성 결혼 지지자가 무지개빛 깃발을 들고 서 있다.  © AFP=뉴스1


대만 의회가 아시아 최초로 동성결혼 합법화를 위한 민법 개정 작업을 진행중인 가운데 이에 대한 찬반 여론이 양분되고 있다고 AFP통신 등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오는 26일 대만 타이페이의 입법원(국회)에서 동성결혼 합법화를 골자로 한 민법 개정안 심사 만료를 앞두고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지난 10일 주최측 추산 25만명에 이르는 시민들이 모여 동성결혼 합법화 촉구 시위를 벌였고 이어 크고 작은 시위가 일어났다. 동성결혼 반대 시위도 몇주째 이어지고 있으며 26일엔 대규모 시위를 예고했다.

야당 시절부터 동성결혼 합법화를 주장해온 집권여당 민진당은 지난 10월 동성결혼 합법화 법안 초안을 마련해 입법원 상임위원회에 제출했다. 법안은 '혼인은 남녀간 서로 결정한다'는 기존 민법 조항의 '남녀'를 '쌍방'으로 수정하는 방식으로 동성부부의 권리와 의무를 인정했다.

동성결혼 찬성론자들은 혼인을 '남녀'간의 행위로 규정한 현 민법의 불합리함을 지적한다. 동성의 파트너와 체외수정을 통해 낳은 쌍둥이를 키우고 있는 첸(37)은 "나는 아이들의 유일한 법적 후견인"이라며 "내 파트너도 아이들과 혈연관계이지만, 그는 부모로서의 권리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반대 진영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세 아이의엄마인 베키 우는 "법 개정이 대만 사회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우리의 기본적 도덕 개념, 조상, 부모 등이 모두 사라지는 것"이라고 밝혔다.

종교단체도 동성 결혼 반대의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지난달 불교, 도교, 기독교 협회 측은 성명을 발표하고 동성 결혼이 사회 윤리와 전통적 가족의 가치를 무너뜨릴 수 있다며 경고한 상태다.

민진당은 개정안을 가결시킨다는 계획이다. 민진당 소속 유메이누 의원은 "이젠 꿈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며 "어떻게 그 꿈을 깨뜨리겠는가"라고 밝혔다.

민법이 동성결혼뿐만 아니라 양성애자와 트랜스젠더도 포용할 수 있는 성중립성을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대만반려자권익추진연맹(TAPCPR) 대표인 빅토리아 수는 "모두가 시민이기 때문에 민법에 적용받지 않는 시민이 있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보수적인 아시아 사회에서 성소수자 문제에 가장 진보적인 입장을 보여온 대만에서는 2006년과 2012년에도 동성 결혼이 추진된 바 있으나 그때는 집권당이던 국민당의 반대해 부딪혀 끝내 좌절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여당 민진당이 지지 입장인만큼 통과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법안 통과엔 전체 의원 113명 중 57명의 찬성이 필요한데, 현재 의원 56명이 공개 지지를 선언한 상태다.

한편 야당은 오는 26일 법안 심사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표결은 내년 중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17일(현지시간) 대만 타이페이 입법원(국회) 앞에서 성직자들이 동성결혼 합법화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 AFP=뉴스1
17일(현지시간) 대만 타이페이 입법원(국회) 앞에서 성직자들이 동성결혼 합법화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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