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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호 "북한 비핵화, 경제적 인센티브로 불가능"

국가안보전략硏 주최 학술회의 참석…"제네바합의는 사기극"

[편집자주]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가 9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동북아 안보 정세 전망과 대한민국의 선택’이라는 주제로 열린 국제학술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17.2.9/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가 9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동북아 안보 정세 전망과 대한민국의 선택’이라는 주제로 열린 국제학술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17.2.9/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태영호 전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는 9일 "(경제적) 인센티브로 북한을 비핵화에 도달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태 공사는 이날 오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동북아 안보정세 전망과 대한민국의 선택'을 주제로 주최한 국제학술회의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지난해 8월에 한국으로 망명한 태 공사가 학술대회 토론자로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현재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먼저 태 공사는 북한 김정일 집권 당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부터 남한까지 연결하는 가스관과 철도 건설을 제안하고, 후진타오 전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에서 남한을 연결하는 고속도로 건설을 제안했던 사실을 언급했다.

태 공사는 "후진타오가 김정일에게 단둥부터 개성까지 고속도로를 열고 북한은 통과세만 받으라고 제안했다"며 "(이 제안을 받았으면) 북한엔 엄청난 외화가 흘러가지만 북한은 (제안을) 안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제안에도 (북한에선)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다"면서 "북한이라는 사회는 정책의 발기와 이행이 모두 수령의 장기집권에 유리하냐, 않느냐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당장 경제적 어려움을 타개할 수 있는 외부의 솔깃한 제안이 들어온다고 하더라도, 최고 지도자의 존속에 위협이 될 수 있다면 애초에 가능성을 차단한다는 것이다.

이 맥락에서 태 공사는 "북한은 러시아, 중국과 전략적인 이해관계가 얽히는 것을 두려워 한다"며 "이는 돈이 들어와도 장기집권에 저해되는 제안인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태 공사는 "핵 문제 해결의 문제를 혹시 인센티브의 질과 양에 의해 도달시킬 수 있지 않느냐고 하면 그것은 안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태 공사는 지난 1994년에 도출된 북미간 제네바 합의와 관련 "제네바 합의는 북한의 대 사기극으로 끝났다"고 주장했다.

태 공사는 "북한 외무성 내에서는 처음부터 제네바 합의가 이행이 될 것이라고 믿은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며 "이것은 김정일과 클린턴의 사기 합작품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제네바 합의가 도출된 배경에 대해 "김정일이 필요했던 것은 시간"이었으며, "클린턴의 셈법은 북한이 저 경제형편으로는 며칠 못 가 무너질 것이라고 보고 그때까지 (북한을) 안전하게 관리해서 스스로 붕괴하게 만들겠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태 공사는 향후 김정은 정권과의 비핵화 협상이 이뤄진다면 이또한 사기극으로 결론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태 공사는 "김정은으로부터 핵 포기한다는 담보를 받아낸다고 가정하더라도 마지막 비핵화 합의는 북한 내부 요인과 한국, 미국의 내부 요인으로 이뤄지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미국과 대한민국에 북한이 진짜 자신의 모든 핵 물질과 핵시설을 파기했다는 정보가 있느냐, 핵 시설을 강제사찰할 권한이나 방법이 있느냐"며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설사 문건 상 좋은 합의문이 나왔다고 하더라도 많은 돈(경제적 지원)을 주고 여기에 베팅할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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