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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린 러시아 스캔들, 워터게이트 능가할 수 있어"

美 CBS 전 앵커 댄 래더 "워터게이트급 이슈"
美언론 "트럼프 참모, 유세 때 러와 지속적 접촉"보도

[편집자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AFP=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AFP=뉴스1

미국 CBS의 간판 앵커를 지낸 댄 래더가 14일(현지시간) '워터게이트 사건'이 자신의 삶에서 가장 큰 정치 스캔들이지만, 최근 사임한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을 둘러싼 논란은 이를 능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허핑턴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백악관 출입기자로 워터게이트 사건을 보도해 찬사를 받았던 래더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워터게이트는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정치 스캔들이다. 아마도 현재까지는 그런 것 같다"고 운을 뗐다.

래더는 이어 "정부에 대한 아마겟돈(대혼란)을 10점 척도로 보면, 워터게이트는 9였다"며 "이번 러시아 스캔들은 5나 6쯤에 있을 것 같은데, 내 생각에 시간이 지나면서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우리는, 결국에, 이것이 최소 워터게이트만큼 큰 문제였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플린 보좌관은 전일 밤 전격 사임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러시아의 대선개입에 대한 보복으로 여러 제재 조치를 내놓자, 세르게이 키슬략 주미 러시아 대사와 접촉해 대러 제재 해제를 논의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폭로되면서 위기를 맞았다.

언론의 보도에 플린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고, 이에 펜스 부통령은 언론에 "그런 일이 없다"고 재차 말했다. 아울러 러시아 대사와의 접촉과 관련해 법무부가 "어떤 방식으로든 러시아 측으로부터 협박을 받을 수 있다"는 경고성 메시지를 백악관 측에 전달한 사실이 드러난 것은 치명타가 됐다.

민주당은 전면적 조사를 요구했다.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캘리포니아) 하원 원내대표는 이날 성명을 내고 "국민들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러시아의 재정적, 개인적, 정치적 영향력과 이것이 국가 안보에 뜻하는 바를 소상히 알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펠로시 대표는 "플린은 어떤 권한으로 움직였고, 누구에게 이걸 보고 했는가"라고 취재진에 반문하며 워터게이트 조사 때 유명했던 "대통령은 무엇을 알았고, 언제 알았는가(What did the president know, and when did he know it?)"라는 말을 되풀이 했다.

미국 CBS의 간판 앵커를 지낸 댄 래더 © AFP=뉴스1
미국 CBS의 간판 앵커를 지낸 댄 래더 © AFP=뉴스1

이 질문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절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낸 하워드 베이커 전 상원의원이 1973년 상원 워터게이트 특별위원회에서 한 것이다. 위원회는 민주당전국위원회(DNC) 본부가 있던 워터게이트 빌딩 침입 사건을 조사했다.

당시 조사가 진행되면서 백악관 참모 일부가 침입을 인지하고 있었고 이를 은폐하려 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1974년 8월 "스모킹 건"이라고 불리는 테이프가 공개되면서 이것이 확인됐다. 미국 매체 IBT는 리처드 닉스 전 대통령의 1974년 사임을 이끈 것은 워터게이트 빌딩 침입이 아니라 이후 벌어진 은폐 시도라고 지적했다.

플린이 퇴진하면서 트럼프 대통령 반대파들은 베이커 전 의원의 질문을 소셜 미디어에서 다시 꺼내고 있다. 이는 플린의 의심스러운 대러 관계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연루를 암시하고, 또 다른 탄핵 여론을 고조시키는 의도로 보인다고 미국 매체 쿼츠는 진단했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이에 대한 답을 어렴풋하게 제시했다. 그는 정례브리핑을 통해 "내부 조사 결과 잘못된 행위는 없었으나 신뢰를 손상시킨 문제가 있어 트럼프가 플린의 사퇴를 요청했고,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스파이서 대변인은 "대통령은 플린이 잘못한 게 없다고 생각했었지만 백악관 검토 결과 법적인 문제가 아닌 신뢰의 문제가 있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며 "이로 인해 의문이 증폭되고 신뢰의 수준이 계속 떨어지면서 대통령이 플린의 사임을 요구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러시아와 모종의 대화가 있었냐는 질문에 대해선 "아니다. 절대 아니다"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플린은 트럼프가 대권 도전을 밝힌 이후 러시아와의 관계를 둘러싼 의혹으로 사임한 세번째 참모이다.

이날 워싱턴포스트(WP)의 논설위원 리처드 코헨은 트럼프 대통령처럼 닉슨 전 대통령은 "누구에게도 전쟁을 벌이고 싶어하는 광신자 한패거리를 뒀다"고 지적했다. 그는 "결국 닉슨은 사임했다. 닉슨 시대 이후 시간이 흘렀지만 나는 트럼프가 비슷한 운명을 겪을 수 있다고 믿는다. 마지막에 닉슨에게 치명타를 줬던 상원은 과거의 기관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래더는 러시아 관리와 트럼프 그룹 간 접촉에 관한 현재 터져 나오는 폭로는 닉슨 전 대통령으로 하여금 백악관을 떠나게 한 거센 압력으로 커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는 트럼프 행정부와 상원 공화당은 이 같은 문제들에서 신뢰를 받아야 하는 권리를 상실했다고 지적하며 독립된 조사를 촉구했다. 

트럼프의 선거캠프 인사들이 대선이 진행되는 동안 러시아 측과 지속적으로 접촉했었다는 주장은 줄기차게 제기되고 있다. 

지난 1월2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이클 플린 백악관 NSC 보좌관이 플로리다 주 맥딜 공군기지에 도착하는 모습이다. 마이클 플린 보좌관은 13일 (현지시간) 러시아와의 부적절한 내통 의혹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25일 만에 사퇴했다. © AFP=뉴스1 
지난 1월2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이클 플린 백악관 NSC 보좌관이 플로리다 주 맥딜 공군기지에 도착하는 모습이다. 마이클 플린 보좌관은 13일 (현지시간) 러시아와의 부적절한 내통 의혹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25일 만에 사퇴했다. © AFP=뉴스1 

이날 CNN, 뉴욕타임스(NYT) 등은 전·현직 미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미국 대선(2016년 11월 8일 개최)이 열리기 전까지 지난 한 해 동안 트럼프 고위급 측근들이 반복적으로 러시아 정보기관과 접촉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미 사법당국과 정보기관들은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한 정보를 수집하던 중 트럼프 선거캠프 인사들과 러시아 정보기관 간 발생했던 통화 기록을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캠프와 접촉했던 러시아 인사들은 이미 미국 정보당국에 이름과 신원이 노출돼있는 사람들이었다. 

CNN은 대통령 후보 캠프의 사람들이 외국 정부 측과 접촉하는 것이 이례적인 일은 아니지만 트럼프 캠프가 유독 주목을 받는 이유는 빈도가 잦았고, 또 실제 접촉한 캠프내 인사들이 고위급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관계자들이 미국 대선 전후로 트럼프 캠프와 통화를 하며 "트럼프에 접촉할 수 있는 특별한 권한을 갖고 있다고 믿는다"는 입장도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와 주기적으로 접촉했던 인사중에는 지난해 8월까지 트럼프 캠프에서 선대위원장을 지낸 폴 매너포트와 플린 전 보좌관 등이 포함됐다.

이번 사태와 관련, 매너포트는 CNN에 "100% 거짓"이라며 "최소한 나는 그런적이 없다. 러시아 정부 관계자들과 이야기한 기억이 없다"고 일축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미 상원 정보위원회가 트럼프 측근들과 러시아의 연계 의혹을 조사중이라고 보도했다. 당시 보도에서 WSJ는 트럼프의 최측근인 로저 스톤, 트럼프 캠프에서 고문을 지낸 카터 페이지도 조사 대상에 올라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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