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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릴레이③] 이문정 지사장 “사진 보다 가슴으로 기억하는 여행이 좋다”

‘여행고수 추천여행지’ 세 번째 주인공, 이문정 에어프랑스 KLM 지사장

[편집자주] ‘여행에서 남는 것은 사진뿐’이라는 말이 있다. 그렇듯 여행 중(특히 해외여행)에 핸드폰과 카메라는 손에서 떼어 놓을 수 없는 그런 존재가 되어버린 요즘이다. 하지만 때로는 그날의 공기, 분위기를 머리와 가슴 속으로 느끼는 것이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고, 오히려 더욱 짙게 기억에 남는다.

이문정 에어프랑스 KLM 지사장의 여행 방법이 그렇다. 항공사 23년, 관광청 2년, 총 여행업계 25년의 경력을 지닌 이문정 지사장. 남들과 다른 대단한 노하우가 있거나 체계적인 특별한 방법이 있을 것 같지만 그의 여행은 꽤 감성적이고 무계획적이다. 좋아하는 소설 속 배경지로 훌쩍 떠난다거나 카페에 앉아 사람들을 구경하거나 특별히 사진을 찍지 않고 그냥 머리로 순간 순간을 기억하는 것이 좋단다. 하지만 그에게서 들은 여행 이야기는 당장 어제 다녀온 듯 뚜렷하다.

이문정 에어프랑스 KLM 지사의 여행이야기를 들어보자.

이문정 에어프랑스KLM 한국지사장이 뉴스1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2017.2.9/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이문정 에어프랑스KLM 한국지사장이 뉴스1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2017.2.9/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Q. 데이비드 럭 유나이티드 항공 지사장으로부터 N트래블의 ‘여행고수 추천여행지’ 인터뷰 대상으로 지목받았다. 

데이비드 지사장과는 유나이티드 항공에서 일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미국 비자면제 프로그램이 도입되기 전에 '여행자 수요를 어떻게 하면 늘릴 수 있을까?' 머리를 맞대며 고민을 했던 ‘격전의 동지’이다.(웃음)  

Q. 여행과 출장을 통틀어서 다녀온 나라가 수십 곳이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어디인가.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지는 딸이 초등학교 때 가족여행으로 떠난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꼽을 수 있다. 내 인생에 있어 꼭 한 번은 가야할 곳이었다. 여행을 떠날 때 마치 첫사랑을 만나러 가듯 많이 설렜다. 떠나게 된 이유는 우연히 ‘바람의 그림자’라는 책에 홀리게 되면서다. 이 책을 읽기 위해 일부러 돌아서 가는 전철을 탔고 밤잠을 설쳤을 정도였다. 소설은 프랑코의 독재 시절 바르셀로나를 배경으로 조그만 소년에게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을 다룬 것으로 미스터리, 판타지, 로맨스가 담겨 있다.

‘운명은 보통 바로 가까운 곳에 있기 마련이다. 도둑이나 매춘부, 복권 판매원처럼 말이다. 하지만 운명은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향해 나아가야만 만날 수 있다(Destiny is usually just around the corner. Like a thief, a hooker, or a lottery vendor: its three most common personifications. But what destiny does not do is home visits. You have to go for it.)’

나가라, 그래야만 운명을 만날 수 있다는 뜻으로 정말 좋아하는 구절이다. 이 소설 속 좋아하는 구절들과 배경지를 떠올리며 여행을 즐겼다. 어린 소년의 손을 잡고 눈 내리고 비 내린 바르셀로나의 뒷골목을 쫓아다녔다.  

Q. 같은 여성이라서 그러는지 왠지 여행에서 감성적인 것을 느끼는 부분이 크게 공감이 간다. 특별히 여성 여행객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여행지가 있는가.

파리이다. 진부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웃음) 지난해 10월, 출장 겸 처음 파리를 다녀왔다. 오랜 경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에어프랑스 KLM에 입사하기 전에 한 번도 프랑스에 가본 적이 없었다. 주변에서 하도 파리가 좋고, 가슴 설레게 하는 도시라는 평이 많아 오히려 기대보단 실망이 크지 않을까 걱정도 있었다.  

하지만 왜 그토록 많은 예술가들이 이곳을 찾았는지 알 수 있었다. ‘전통과 현대’, ‘사람과 자연’, ‘혁명과 로맨스’ 등 서로 이질감이 느껴질 만한 요소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는 도시이다. 따라서 어느 하나의 답이 있지 않고 무한한 아이디어를 키우기 좋은 공간인 셈이다.

개인적으로 여성이라면 누구나 몽상가적 기질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디어가 생각나면 단순하게 한 단계에서 그치지 않고 꼬리에 꼬리를 문다. 그 아이디어에 에너지와 영감을 불어 일으킬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사진=이문정 에어프랑스 KLM 지사장>© News1
<사진=이문정 에어프랑스 KLM 지사장>© News1
Q. 파리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섬세함에 놀랬다. 거창한 것은 아니다. 눈에 보이는 레스토랑으로 들어가서 생긴 일이다. 호박 수프가 나왔는데 레스토랑 밖에 테라스에 떨어져 있는 나뭇잎을 주워 플레이팅 한 것이다. 사소해 보일지 모르지만 소박한 음식에도 손님을 생각하는 작은 마음이 느껴졌다. 서빙 하는 직원과 손님과의 교감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부분에서 ‘어떠한’ 영감을 받았다.  

Q. 여행을 즐기는 본인만의 방식이 있다면 알려달라.

30분 정도 카페나 대합실과 같은 현지인 안에 섞인 일상적인 공간에 그냥 앉아 있는 것이다. 혼자 커피를 마시면서 수다를 나누는 사람들과 서핑 하는 직원들, 지나가는 행인들을 구경한다. 그 순간순간을 머릿속에 사진을 찍어 둔다. 개인적으로 직접 사진을 찍는 것보다 ‘공기’와 ‘분위기’로 기억하는 것을 더욱 좋아한다.  

바르셀로나 여행 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 역시 일상적인 것이다. 아이와 함께 람블라스 거리를 걸으며 나는 커피를 아이는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그 때 지극히 평범한 대화를 나눴다. ‘학교에서 누구랑 제일 친하다’든지 ‘플라밍고와 플라멩코는 다르다’라든지 이런 이야기 말이다.(웃음) 그때가 정말 기억에 오랫동안 남는다.
이문정 에어프랑스KLM 한국지사장이 N트래블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2017.2.9/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이문정 에어프랑스KLM 한국지사장이 N트래블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2017.2.9/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Q. 마지막 질문이다. 이문정 지사장에게 있어 ‘여행’이란.

쉼표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누가 쫓아오지도 않는데 학업과 일에 몰두한다. 하루 만에 끝내지 못하는 업무라는 것을 분명히 알아도 말이다. 그렇게 달리다보면 어느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지치게 된다.

중간에 쉴 틈이 짧든 길든 간에 필요하다. 앞으로 달려 나아갈 힘을 보충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래야 처음의 에너지와 열정을 유지할 수 있다.

Q. 다음 여행 고수를 추천해 달라. 그 이유는.

지난해 8월 부임한 제임스 콘린 캐세이퍼시픽 지사장이다. 한국 여행객들에게 새로운 시각으로 아시아 지역의 여행을 재미나게 풀어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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