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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내리는 한진해운…한국 해운 사면초가 신세로(종합2보)

17일 서울중앙지법 파산선고

[편집자주]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1977년 설립돼 세계 7위 선사까지 성장했던 한진해운이 40년만에 회사 간판을 내린다. 

서울중앙지법 제6파산부는 17일 한진해운에 파산을 선고했다. 지난 2일 회생절차 폐지 결정을 내린지 보름만이다. 법원은 한진해운이 주요 영업을 양도함에 따라 계속기업가치의 산정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청산가치가 계속기업가치보다 높게 인정돼 파산선고를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40년 역사 한진해운 퇴장

파산 절차를 주관할 파산관재인으로는 법무법인 대륙아주의 김진한 변호사(61·사법연수원 22기)가 선임됐다. 파산 채권의 신고 기간은 5월1일까지며 1회 채권자 집회와 채권 조사는 6월1일 오후 2시 서울법원종합청사 3별관 1호 법정에서 열린다.

한진해운은 1977년 고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가 '수송보국'을 앞세워 설립한 우리나라 최초의 컨테이너 선사다. 출범 이후 중동, 북미 항로를 개척하면서 1988년 대한상선과 합병 이후 1992년에는 국적선사로는 최초로 매출 1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한진해운은 2002년 조 창업주가 타계한 이후 3남인 고 조수호 회장이 경영권을 물려받았지만 조 회장 역시 2006년 지병으로 별세하며 부인인 최은영 회장이 경영권을 이어받는다.

하지만 최은영 회장이 경영을 맡은 이후 글로벌 물동량 정체속에 치킨게임이 맹렬하게 전개되며 회사는 적자수렁으로 빠져들었다. 이에 2013년 최 회장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 긴급 자금지원을 요청하고 이듬해인 2014년 조양호 회장이 경영권을 인수해 정상화에 나섰다. 조 회장은 한진해운 회생을 위해 1조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이에 조 회장은 경영권을 포기하고 채권단에 자율협약을 신청했다.

지난해 5월 자율협약을 개시됐지만 채권단과 한진그룹이 자금 지원 문제를 놓고 공방만 벌이다 결국 9월 법정관리에 내몰렸다. 이 과정에서 현대상선과 합병을 통한 해운업 구조조정 논의도 있었지만 회생가치보다 청산가치가 높다는 금융논리가 더해지면서 결국 청산 수순을 밟게 됐다. 금융논리에 치우친 채 합병을 통해 회생의 길을 모색하지 못한 것은 한국 구조조정 역사에 두고 두고 아픈 대목으로 남았다. 법정관리중 미주·아시아노선 영업망과 롱비치터미널 지분 등 주요 자산도 매각됐다.

한국 해운 사면초가 신세로

한진해운의 몰락은 우리나라의 해운경쟁력 약화로 이어졌다. 한진해운 법정관리에 따른 물류 사태 이후 국내 해운사에 대한 신용도 하락이 영향을 주면서 한진해운의 노선과 영업망을 인수한 현대상선, SM상선 역시 물량을 확보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

한진해운의 주력영업망이었던 미주노선 화주 수요가 다른 해외선사 몫으로 돌아가고 있는 점도 이를 증명한다. 최근 미국 해양전문지 저널오브커머스(JOC)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미주 서안노선 점유율의 절반 이상은 상위 6개 업체가 독식하고 있다.

점유율 1위 업체는 대만해운사인 에버그린으로 미주 서안노선 물동량의 12.7%를 소화하고 있다. 이어 시노트란스CSC(10.9%), MSC(7.6%), 홍콩계 선사 KLN(7.5%), 싱가포르 해운업체 APL(7.2%), 머스크(7.1%) 등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이들 6개 업체의 미주 서안노선 점유율은 53%다.

현대상선도 미주노선 물동량이 51.1% 늘면서 점유율이 5.0%에서 6.7%로 높아졌지만 순위는 8위에 그친다. 현대상선 뿐 아니라 상위 업체의 점유율도 같이 늘었다. CSC의 경우 점유율이 같은 기간 4.3%포인트 증가했다. 서안과 구주를 포함한 미주노선은 한진해운이 점유율 3∼4위를 차지하던 알짜 영업망이다.

60만 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를 가졌던 한진해운이 떨어져 나가며 한국 선사의 컨테이너 수송능력도 2016년 8월 106만 TEU에서 같은해 12월 51만 TEU로 줄었다.

그래픽=최진모 디자이너© News1<br /><br />
그래픽=최진모 디자이너© News1


해운업계 관계자는 "금융논리에 치우친 금융당국의 결정으로 빚어진 한진해운 몰락이 결국 한국해운과 국가 신용도 하락으로 이어졌다"며 "글로벌 해운업체들은 기업 인수합병으로 덩치를 키우고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 선사들은 화주수요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어 국내 해운 경쟁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뒤처질 것"으로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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