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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도 안믿으니까…'백신 반대 운동' 힘받아

텍사스주 조직적 움직임…백신 접종률 떨어져
의학계 "가장 성공적인 의학 혁명 저해 우려"

[편집자주]

(자료사진) © AFP=뉴스1
(자료사진) © AFP=뉴스1

백신 반대 운동은 최근의 일이 아니다. 오래 전부터 미국 등 세계 각국에서 백신무용론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과학적 근거가 없는 음모론으로 치부되곤 했지만 최근 들어 미국에서 백신 반대 운동이 힘을 받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때문이다.

20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평소 백신에 대해 불신을 드러내고, 백신 회의론자를 백신안전위원장으로 임명하자 백신 반대 운동이 미 전역으로 퍼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백신을 신뢰하지 않는 트럼프의 발언들 때문에 백신 반대 운동이 유명세를 타고 있으며, 정치 성향과 지역에 관계 없이 다양한 곳에서 백신이 아이들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WP에 따르면 현재 캘리포니아, 오리건, 워싱턴, 콜로라도 주 등지에서 백신 반대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이들이 주장하는 것은 백신 선택권. 안정성을 이유로 아이들에게 백신을 맞히지 않는 부모들을 위해 일괄적으로 의무 접종을 하도록 한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활발하게 백신 반대 운동이 진행되는 곳은 텍사스 주다. 다른 지역과 달리 '백신 선택권'이 '보수·자유주의적 가치'와 맞물려 정치적, 조직적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데이터로도 드러난다. 텍사스에선 미취학 아동은 7종류의 백신을 맞아야 학교에 등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백신을 맞지 않았을 경우 보호자는 관련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해당 서류가 제출된 건수는 매년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백신 접종 거부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의미다. 2003년 거부 건수가 2314건에 불과했지만 2014년엔 20배에 달하는 4만4000여건에 달했다. 텍사스의 백신 접종률은 90~95%로 타 지역 평균(98%)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수준이다.

이 같은 움직임에 미 의학계는 비상이 걸렸다. 공중 보건 전문가들은 현대 과학의 가장 성공적인 혁명에 위협을 가하는 움직임이라며 백신 반대 운동을 우려했다.

이달 초엔 미 소아과학회와 350 명의 의사들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에게 공동 서한을 보내 백신의 안정성에 대한 지지를 표해달라고 요청했다. 또 백신의 안정성과 효율성과 관련한 주요 연구 40여 건도 함께 첨부했다.

의회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이에게 백신을 맞히지 않을 경우 백신과 관련한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는 규정과 10대 청소년에게 자궁경부암 백신을 쉽게 접종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사라 데이비스 텍사스 주의회 공화당 하원의원은 "백신 반대운동이 더 거세질수록 백신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라며 "대부분 의원들은 이러한 움직임을 원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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