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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대우건설 매각'에 다른 목소리 내는 최대주주

[편집자주]

 
"대우건설은 신속하게 매각하는 게 원칙이다."  

금융당국 관계자의 말이다. 하지만 지금의 흘러가는 모양새를 보면 대우건설의 최대주주인 KDB 산업은행(KDB밸류제6호 사모펀드, 50.75%)은 다른 속내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여론의 눈치를 보면서 언제쯤 팔아야 손실을 내지 않으면서도 '알짜'기업을 넘겼다는 오명을 쓰지 않을까 고민하는 듯 하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4분기 빅배스를 단행했다. 7700억여원을 손실처리했다. 빅배스 반사효과로 최근 주가가 급등하고 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대우건설은 안진회계법인으로부터 검토의견 '거절'을 받았다. 사실 이를 두고 말들도 많았다.

안진이 대우건설의 3분기보고서에 감사의견 거절을 제시한 이유는 요청자료 제공미흡과 준공예정원가율의 사내절차 준수 미흡이다. 안진이 대우건설의 준공예정원가 추정을 위한 자료 요청에 대해 제시한 대우건설의 자료가 충분하지 못해 감사를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또 기업의 반기보고서가 감사의견 거절을 받으면 관리 종목으로 지정되고 연간보고서는 상장폐지 대상이 되지만 분기보고서는 별다른 제재조치가 없다. 안진은 대우건설의 반기보고서에는 적정의견을 냈었다.

대우건설은 안진과의 이견을 해소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며 당황스럽다는 입장이었지만 회계 투명성을 위해 보수적으로 접근했다. 즉 작은 부실 가능성도 경영실적에 모두 반영해 시장 신뢰 회복에 나선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대우건설이 제 값에 팔리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산은 관계자들은 각각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기자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적정 주가를 받지 못할바에야 내년으로 매각 시점을 미루겠다는 것과 상반기내 매각자문사를 구해 매각에 곧 들어간다는 얘기가 상충하고 있다.

대우건설이 4분기 보고서를 내기전 이동걸 산은 회장은 주당 1만3000원의 적정 주가를 제시했다. 그는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건설업체) 톱3를 꼽으면 대우건설이 들어간다"며 "주가가 저런 건 동의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장이 원하는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좋은 매물이 돼야한다"며 "자칫 제2의 대우조선해양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는데 명쾌히 정리하고 건강한 기업으로 재탄생시키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산은의 기대와 달리 대우건설의 현재 주가는 8일 종가로 6360원이다. 오히려 언급할 때마다 주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우건설이 과감히 빅배스를 한 건 매각 과정에서 걸림돌을 없애기 위한 포석이 깔려 있다. 부실을 정리해 장부를 깨끗하게 만든 후 올해 실적 개선을 이끌어 매각 가격을 최대한 끌어올리겠다는 뜻이다. 신속 매각을 원칙으로 하는 만큼 산은은 대우건설 매각에 우위를 점하고 브랜드 가치를 높여줄 인수후보군 찾기에 몰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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