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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세력은 딥 스테이트"…음모론 들끓는 美 정가

'그림자 정부' 뜻하는 군부정권 용어
"정보유출·도청 의혹 모두 딥 스테이트"

[편집자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AFP=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AFP=뉴스1

'오바마 도청 의혹'으로 시끄러운 미국 정가에서 주목받고 단어가 있다. 바로 '딥 스테이트'(Deep State).

딥 스테이트는 주로 민주주의 제도 바깥에서 은밀하게 운영되는 '그림자 조직'을 의미한다. 터키와 이집트 등 군부 정권에서 합법적으로 선출되진 않았지만 영향력이 큰 정부 및 군부 인사를 표현할 때 주로 등장한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1997년 이 용어를 '법의 범위를 벗어나 기능을 하는 힘의 집합'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CNN 등에 따르면 미 백악관에서 '딥 스테이트'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따르는 비평가나 연방 관료, 정보기관을 의미하는 단어로 쓰이고 있다.

이를 주장하는 이들은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을 사임하게 했던 일련의 정보 유출부터 오바마 전 대통령의 도청 의혹까지, 모든 트럼프 행정부의 내홍이 '딥 스테이트의 음모'라고 주장한다. 

특히 보수 성향 매체들은 딥 스테이트를 반복적으로 언급하며 음모론을 제기하고 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퇴임 이후에도 워싱턴 DC를 떠나지 않은 점 역시 딥 스테이트의 근거로 들었다. 

이 단어는 최근 극우 매체인 브레이트바트가 자주 썼다.  지난해부터 '딥 스테이트 vs 트럼프' '오바마가 딥 스테이트, 사실상 쿠데타를 장려했다' 등의 기사를 보도했다. 폭스뉴스의 진행자 중 한 명인 숀 해니티는 지난주 발레리 자렛 전 고문이 오바마 행정부의 도청 의혹을 부인한 트위터와 관련해 "그림자 정부는 오바마 유임자들의 '딥 스테이트' 늪으로 구성됐다"고 말했다. 

토마스 매시 공화당 의원(켄터키)은 지난달 CNN에서 트럼프 대선 캠프의 '러시아 내통설'이 딥 스테이트에 의한 음모라고 주장했다. 매시 의원은 "러시아 또는 타국과의 도발을 원하는 이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그 방향으로 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우려스럽다"며 "이는 트럼프 대 오바마가 아닌, 딥 스테이트 대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브레이트바트의 공동 창립자이자 현 백악관 전략고문인 스티븐 배넌 역시 지속적으로 "딥 스테이트가 트럼프의 대통령직을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딥 스테이트를 내세워 내부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물타기'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란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외교협회 소속 스티븐 쿡은 미국은 터키·이집트 등 군부 정권과 달리 "미 관료 등 스스로 통제를 원하지 않으며 제도를 지키려 노력한다"며 딥 스테이트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어 "러시아와의 관계를 설명하지 않고 일련의 이해충돌 논란을 일으키고 백인 민족주의와 미국 민주주의 이상을 위협하는 파시즘을 장려하는 행정부에서는 선택권이 없다. 때문에 각 부처 사람들이 언론에 정보를 흘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와 오바마 행정부에서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지낸 마이클 V. 헤이든도 딥 스테이트 존재 가능성을 부인했다. 그는 6일 MSNBC에 출연해 "딥 스테이트란 말을 써 본 적이 없다"며 "이는 터키나 다른 나라에 사용했던 문구로, 미국에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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