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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엘앤피코스메틱, 상장예비심사 연기결정… '사드 악재'에 제동

사드 때문 아니라지만…투자심리 위축 영향 큰듯
SD생명공학 반토막 공모액 전례로…화장품IPO 먹구름

[편집자주]

© News1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가 화장품 업계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면서 '메디힐마스크팩'으로 급성장한 엘앤피코스메틱의 기업공개(IPO) 발목을 잡고 말았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엘앤피코스메틱은 이달 상장 예비심사청구서를 한국거래소에 제출할 예정이었지만 최적의 타이밍이 아니라고 판단해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엘앤피코스메틱의 상장 일정 연기는 중국 당국이 한국행 관광을 제한한데 이어 LG생활건강 항저우 화장품제조 공장에 소방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시정명령 내리는 등 화장품 업계로 보복성 조치가 확대돼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있어서로 풀이된다.

실제로 '바다제비집 마스크팩'의 인기로 급성장한 SD생명공학의 경우 상장을 강행했지만 수요예측에서 부진한 결과를 받아 지난달 17일 공모규모를 축소해야했다. 희망공모가밴드는 1만5000원에서 1만8000원이었지만 1만2000원으로 확정한 것. 공모액도 최대 1080억원에서 576억원으로 반토막 수준으로 감소했다.

엘앤피코스메틱은 당초 올해 7월~8월 내 코스닥 입성을 목표로 했다. IB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말까진 엘앤피코스메틱이 연거푸 호실적을 거둬온 만큼 감사보고서만 나오면 상장 절차 진행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됐다. 엘앤피코스메틱의 시가총액은 최대 2조원에 달할 것으로 점쳐지기도 했다.

그러나 회사 측이 자체적으로 예비심사청구를 연기하기로 결정하면서 당초 계획은 전면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또 사드 이슈 영향으로 화장품 기업들의 주가가 전체적으로 하락한 상태여서 엘앤피코스메틱 평가액도 변동될 가능성이 높다.

통상 IPO 기업의 순이익을 주식 수로 나눈 뒤 동종업체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을 곱해 주당 평가가액을 정한다. 여기에 할인율을 적용해 공모가 희망범위를 산출하는데 동종업체의 PER이 높을수록 IPO 기업의 공모가가 높아진다.

이에 따라 사드 이슈가 완화돼 화장품 업계의 주가가 회복되기 전까지 엘앤피코스메틱을 포함한 화장품 기업들의 상장 전망이 밝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박은경 삼성증권 연구원은 "동종 기업들의 주가가 하락하면 공모가 산정 시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힘들다"면서 "특히 최근 투자심리가 위축돼 수요예측과 공모청약에서 낮은 경쟁률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강수민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도 "당분간 화장품 기업들은 상장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특히 사드 후폭풍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인이 감소하면 보따리상 채널을 중심으로 제품을 판매하는 중견·중소 화장품업체의 타격이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엘앤피코스메틱의 상장이 내년으로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3월 말 예비심사를 청구하면 경우 5월 승인받고 하반기 내 절차를 순조롭게 완료할 수 있지만 예비심사청구가 연기된 만큼 올해 내 모든 절차를 완료하기 힘든 측면이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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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분위기와 별개로 엘앤피코스메틱은 지난해까지 매년 매출과 영업이익이 3배 정도 증가했다. 매출액은 2013년 91억원에서 2014년 570억원, 2015년 1888억원, 지난해는 4000억원 상당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2013년 7억원 △2014년 181억원 △2015년 534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데 이어 지난해에는 1300억원 내외로 급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엘앤피코스메틱 관계자는 "이달 말 나올 감사보고서와 수치상 오차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메디힐마스크팩은 '한류스타' 현빈과 페이를 모델로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어 지난달에는 마스크팩 누적 판매량 8억장을 돌파했다. 중국, 홍콩, 싱가포르, 베트남 등 전 세계 25개국 이상에 수출하며 엘앤피코스메틱은 지난해 2000만달러 수출의 탑 산업포장상도 수상했다.

엘앤피코스메틱의 중국 매출은 전체 매출의 50%~60%를 차지한다. 메디힐은 지난해 상반기 중국 마스크팩 온라인 매출액 순위 집계에서 2위, 한국 브랜드 중에서는 1위를 차지했다.

메디힐 브랜드의 높은 인기 덕에 중국 내 오프라인 매장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남경지역에 3개의 매장을 열었고 올해는 50여 개까지 매장 수를 늘릴 예정이다.

엘앤피코스메틱 관계자는 "사드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어서라기보다는 대선 등 여러 가지 이슈가 겹쳐 예비심사청구 시기를 연기하게 됐다"며 "최적의 타이밍을 찾기 위해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국내 증시에선 클리오·코스메카코리아·오가닉티코스메틱·잉글우드랩 등 4개 화장품 기업이 코스닥에 상장했다. 이 중 오가닉티코스메틱은 홍콩, 잉글우드랩은 미국 기업이다.

상장 후보였던 네이처리퍼블릭·카버코리아·지디케이화장품은 매각으로 방향을 틀었다. 클레어스코리아도 사드 영향으로 일정을 올해로 미뤘는데 아직까지 상장 절차 진행을 계획하지 않고 있다.

클레어스코리아 관계자는 "대외적 이슈들이 많아 아직 상장예비심사청구도 계획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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