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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완화 시대 저물지만 글로벌 저금리 파티는 진행형"

금리인상 불구, 실제 금융환경은 오히려 '완화'

[편집자주]

미국연방준비제도(연준) 워싱턴 본부. © AFP=뉴스1
미국연방준비제도(연준) 워싱턴 본부. © AFP=뉴스1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초완화적 통화 정책에서 벗어나는 신호를 보내고 있지만 금융시장은 '이례적 저금리의 파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반응이다. 미국의 긴축에도 금융시장은 오히려 금리를 인하한 것처럼 움직이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지난 15일 연방기금금리를 0.25%포인트 올렸다. 이튿날 중국 인민은행도 단기 금리를 인상했고 영란은행 역시 금리 인상이 멀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터키 중앙은행은 금리를 올렸고 일본, 노르웨이, 인도네시아 중앙은행들은 금리를 동결했다.

자금 조달비용 부담이 다소 커졌지만 시장을 억누를 정도는 아니다. 미국은 물론 유럽, 아시아의 주요 증시는 랠리를 지속하고 있다. 선진국과 신흥국 47개의 증시를 추적하는 다우존스글로벌지수는 지난 9월 중순 이후 9.7% 올랐다.

시장의 상승세는 글로벌 경제에 대한 자신감이 커지고 있다는 신호로 읽혀질 수 있다. 경제에 대한 중앙은행들의 개입 필요성이 줄어든다는 의미다. 시장의 붐이 계속되면 중앙은행들은 긴축에 속도를 낼 수 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저금리가 끝나기 전에 파티를 먼저 끝내지는 않을 태세다. 골드먼삭스가 전체 금융환경에 대한 주식, 채권, 환율의 누적효과를 추적한 지수를 보면 FOMC의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금융 환경은 오히려 금리가 14bp(1bp=0.01%p) 떨어진 것과 같은 상황이다. 골드먼은 표준편차 2.3을 감안하면 25bp 떨어진 것과 같다며 지난해 12월에 비해 더 완화적인 상태라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이러한 상황이 "재닛 옐런 연준의장을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의 '수수께끼'와 비슷한 처지로 몰고 있다"고 평가했다. 연준의 긴축 사이클에도 완화적 금융환경이 미국 경제를 부양하고 있는 것이다. 신용 스프레드는 떨어지고 S&P500 랠리와 달러 약세가 부양적 기조를 제공했다. 

FOMC가 금리를 올렸지만 시장이 완화적인 반응을 보인 것은 올해 긴축의 속도가 동결됐기 때문이라고 애널리스트들은 분석한다. FOMC는 인플레이션이 점진적으로 2%라는 목표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하며 경제가 정상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더글라스 코테 보야투자관리 수석시장전략가는 "리플레이션은 좋은 인플레이션"이라며 "이는 경제성장을 보여주는 것으로 글로벌 경제가 지난 10년 넘는 기간 동안 기다려온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성장률 정상화를 위해 내놓는 재정부양책이 재닛 옐런 연준의장의 금리 정상화와 충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재정확대를 비롯한 트럼프의 성장정책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기 쉽고 이에 맞선 금리인상 공세는 성장세에 역풍을 몰고 올 수 있기 때문이다.

로버트 J. 고든 노스웨스턴대 교수는 지난 1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미국의 새 행정부는 성장률이 3~4%로 올라가기를 원하지만, 이 경우 인플레이션은 연준의 목표 2%를 웃돌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옐런 의장은 15일 기자회견에서 2%라는 목표가 상한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며 지속적인 완화 의지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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