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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앞에 선 박근혜…'뇌물·재단 강제모금' 운명 가른다

총13개 혐의 피의자신분…최순실과 대부분 공모
朴측 "뇌물, 모르는일…재단 설립은 공익 목적"

[편집자주]

박근혜 전 대통령이 21일 오전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전직 대통령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첫 소환된 박 전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21일 오전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전직 대통령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첫 소환된 박 전 대통령은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2017.3.21/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박근혜 전 대통령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의 조사를 받기 위해 21일 오전 검찰에 출석했다. 전두환·노태우·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검찰 수사를 받게 된 네번째 전직 대통령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전 국민의 눈과 귀는 이날 박 전 대통령 조사가 진행되는 서울중앙지검으로 향하고 있다. 검찰이 국정농단 의혹의 '정점'인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적용한 혐의는 총 13가지다. 죄명으로는 5가지인데 대부분 최순실씨(61·구속기소)와 공모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이날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는 오전 9시35분부터 서울중앙지검 청사 10층 1001호 조사실에서 시작됐다. 먼저 한웅재 형사8부 부장검사가 검사 1명, 수사관 1명과 함께 조사에 나섰고, 이원석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받아 조사를 이어간다.

박 전 대통령 변호인으로는 유영하 변호사가 먼저 입회한 가운데 정장현 변호사와 번갈아 신문에 참여하게 된다. 당초 이날 수사과정을 영상에 담으려던 검찰의 시도는 박 전 대통령 측이 동의하지 않아 녹화를 하지 않기로 했다.

이날 검찰 조사의 핵심은 433억원(실제 수수액 298억원) 상당의 뇌물수수 혐의가 될 전망이다. 미르·K스포츠재단 강제모금 혐의 역시 박 전 대통령의 운명을 가를 쟁점으로 꼽힌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공범이라는 증거가 차고 넘친다'며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0~11월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한 1기 검찰 특수본은 직권남용, 강요, 공무상 비밀누설 등 8개 범죄사실에 박 전 대통령을 공범으로 적시했다.

세부적으로는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대기업 강제출연 강요 △롯데 하남 체육시설 건립비 70억원 교부 강요 △KD코퍼레이션-현대차 11억원 납품계약 강요 및 최씨 소유 플레이그라운드-현대차 62억원 광고발주 압력 △포스코 펜싱팀 창단 강요 △KT 광고담당 인사 및 플레이그라운드 68억원 광고수주 강요 △그랜드코리아레저 스포츠단 창단 및 계약 체결 강요 △47건의 공무상 비밀누설 △CJ그룹 이미경 퇴진 강요미수 등이다.

여기에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총 5개의 범죄사실을 추가했다. △삼성 뇌물수수 및 제3자 뇌물수수 △문화예술계 지원배제명단 작성 및 시행 △문체부 노태강 국장·진재수 과장 부당인사 △문체부 1급 공무원 3명에 대한 사표 강요 △이상화 하나은행 본부장 인사개입 등 이다.

뇌물수수 의혹은 박 전 대통령 측이 가장 반발하는 대목이다. 박 전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을 돕는 대가로 최씨 딸 정유라씨의 독일 승마훈련 등을 위해 433억원을 지원하도록 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 측은 이 부회장과의 3차례 독대 과정에서 국민연금공단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도록 지시한 적이 없고, 정씨의 승마특혜 지원도 요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검팀이 적용한 '경제공동체'에 대해서도 박 전 대통령 측은 최씨와 재산상 이해관계를 같이하지 않고 완전히 분리된 경제주체라고 주장하고 있다.

재단 강제모금과 관련해서도 입장은 엇갈린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사익을 챙기기 위해 두 재단을 세우고, 대기업들로부터 774억원의 돈을 뜯어낸 것으로 봤다.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반면 박 전 대통령 측은 미르재단의 경우 한류 전파·문화융성 등 정책 목표를 가지고 추진된 공익사업으로, 기업들에 돈을 내도록 강요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기업들이 재단에 거액을 낸 것은 정부의 정책 방향에 공감, 자발적으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또한 재단은 본인이 아닌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주도로 만들어졌다고 반박하고 있다. 최씨가 재단 운영에 관여한 사실도 전혀 알지 못했다고 한다.

이외에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 및 지시, 청와대 문건 유출 혐의도 주요 조사대상이다.  

특검팀 수사를 통해 드러난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해 박 전 대통령 측은 혐의를 인정하지 않는다. 특검팀은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이 블랙리스트를 작성 및 실행한 것으로 보고 있지만, 박 전 대통령 측은 작성 지시는 물론 어떠한 보고도 받은 적이 없다는 것이다.

정부 인사안, 대통령 말씀자료 등이 유출된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를 놓고 박 전 대통령 측은 최씨에게 대국민 메시지 표현에 대해 의견을 물은 적은 있으나 국가기밀문건을 전달한 적은 없다는 입장이다.

박 전 대통령은 이 같은 검찰, 특검팀의 수사결과에도 일관되게 자신의 혐의를 부인해왔다. 이에 따라 이날 조사에서도 나라를 위한 일 또는 지시한 기억이 없다거나 참모진이 뜻을 잘못 이해한 것 등의 논리로 관련 혐의를 부인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은 헌재 탄핵심판과 관련해 제출한 최종변론 의견서에서 미르·K스포츠재단이 '공익적 목적'이었다는 점, 어떠한 불법적인 이익도 얻은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강조했다.

하지만 헌재는 결정문을 통해 박 전 대통령이 받는 혐의 중 많은 부분의 사실 관계를 인정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질의 내용을 전면 부인할 것에 대비해 그동안 확보한 증거자료와 관계자 진술 등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일부 혐의를 인정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등과의 대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검찰 관계자는 전날까지 '그럴 가능성은 작다'고 했다.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과 정 전 비서관의 휴대전화 녹취파일은 박 전 대통령의 혐의를 입증할 핵심 증거다. 박 전 대통령의 지시사항이 깨알같이 적혀 있는 총 56권의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은 국정농단 사건 수사에서 결정적인 단서가 됐다.

정 전 비서관의 휴대전화에서 확보된 최씨-정 전 비서관, 박 전 대통령-정 전 비서관 등의 통화 녹음파일에는 공무상 비밀이 담긴 자료 유출 정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박 전 대통령의 혐의가 13개에 달하는 만큼 이날 조사는 밤늦게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단 한 차례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끝나면 김수남 검찰총장은 이영렬 본부장으로부터 조사 내용 등을 보고받은 후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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