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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전 대통령 기대못미친 '29자 메시지'…무슨 생각?

檢 구속영장 저울질에 정치적 논란 최소화하려는 듯
지지층에 손 인사…靑 떠나던 날과 같은 '전투복'

[편집자주]

박근혜 전 대통령이 21일 오전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2017.3.21/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박근혜 전 대통령이 21일 오전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2017.3.21/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박근혜 전 대통령이 21일 검찰에 출석하며 원론적인 입장만 밝힌 것에는 검찰 조사에 집중할 필요가 있는 시점에서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을 최소화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24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해 포토라인에 서서 두 문장의 짤막한 입장을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검찰 수사가 불공정했다고 생각하냐'는 취재진 질문에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검찰 수사가 불공정했다고 생각하는가', '아직도 이 자리에서 설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가' 등 추가 질문엔 더 이상 답하지 않고 조사실로 들어갔다.

역대 전직 대통령 중 네 번째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된 데다 지난 10일 헌법재판소 선고로 파면당한 이후 첫 육성 메시지여서 여느 때보다 박 전 대통령의 입에 시선이 쏠렸으나 말을 아낀 것이다.

탄핵 정국 중에 진행된 박 전 대통령의 기자 간담회나 인터뷰, 헌재 최종 변론에 제출한 서면 의견서, 지난 12일 서울 삼성동 자택 복귀 당시 메시지 등을 고려했을 때 혐의를 부인하는 언급이 있을 것으로 점쳐졌으나 관련 내용은 없었다.

줄곧 자신의 혐의를 부인해온 박 전 대통령은 혐의 인정 여부와 관계없이 탄핵과 검찰 조사까지 이르게 된 이번 사태 자체와 관련해 '송구스럽다'는 입장을 보인 모양새다. 그동안 이러한 입장은 수차례 되풀이됐다.

이날 언급은 또한 지난 12일 자택에 들어서면서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다"는 입장을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을 통해 발표해 헌재 선고는 물론 1기 특별수사본부와 박영수 특별검사팀 수사 내용을 인정하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과도 온도 차가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최근 변호인단이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할 것이란 태도를 견지해온 것과 마찬가지로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다'는 발언을 했을 뿐이다. 자신을 피의자로 입건한 그간 수사 결과에 관한 어떤 이의도 이날은 제기하지 않은 셈이다.

박 전 대통령이 입장 표명 장소를 자택 앞 등 다른 곳이 아닌 검찰 포토라인으로 정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분석된다.

이는 검찰이 현재 박 전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고심하고 있는 만큼 불필요한 논란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혐의를 부인하거나 지지층을 자극하는 대국민 메시지를 밝힐 경우 불성실한 태도로 비쳐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를 위해 이번 메시지 표명 전엔 변호인단 등과 상의를 거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 12일 자택 앞 불복 메시지의 경우 청와대 참모진이 미리 몰랐고 박 전 대통령이 직접 메시지를 구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 측 손범규 변호사 역시 전날(20일) 뉴스1과 한 통화에서 박 전 대통령의 검찰 출두 메시지와 관련해 "말씀하실 게 준비돼 있다. 변호사들, 다른 사람들과도 상의를 했을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대신 박 전 대통령은 무언의 메시지를 남겼다. 자택 앞을 지키는 지지층들을 향해 검찰로 향하는 차에 오르면서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미소를 보이며 차 안에서 손을 흔들었다.

또한 재임 당시 전투복으로 풀이된 남색 상의에 바지 정장을 입음으로써 결연한 의지를 드러낸 모습이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의 상의는 남색 코트로 지난 12일 청와대를 떠났을 때와 같은 차림이었다. 이에 관해 자신의 무고함을 표현하려는 의도 역시 있지 않았겠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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