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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檢 출석 후에도 "구속" 촛불 vs "누명" 태극기 집회(종합2보)

퇴진행동 "철저히 수사" vs 국민저항본부 "김수남 몰아내자"
朴 "국민 여러분께 송구…성실히 조사 임하겠다"

[편집자주]

박근혜 전 대통령이 21일 오전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전직 대통령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첫 소환된 박 전 대통령은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2017.3.21/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박근혜 전 대통령(65)이 21일 오전 검찰에 출석한 가운데 '구속'과 '탄핵무효'를 촉구하며 한동안 절정에 다다랐던 진보단체와 보수단체의 집회는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

촛불집회를 주최하는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이날 오전 8시30분쯤 서울중앙지검 인근 부림빌딩 앞에서 '박근혜를 구속하라' 집회를 개최했다.

집회 참가자 100여명은 '박근혜를 구속하라' '구속 사유는 차고 넘친다'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박 전 대통령의 구속을 촉구했다.

단상에 선 권영국 퇴진행동 법률팀장은 "박 전 대통령이 드디어 법의 심판을 받기 위해 검찰에 출두한다고 한다"며 "검찰은 더는 범죄자에 대한 예우를 운운해서는 안 될 것이다. 온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집회 분위기는 박 전 대통령이 자택을 나온 오전 9시24분쯤 한층 고조됐다. 집회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박근혜가 나왔다" "이곳으로 오겠다"며 웅성거림이 가득했다.

마이크를 든 한 시민은 "박근혜가 드디어 자택에서 출발했다고 한다"며 "박근혜가 검찰에 출석하는 모습을 모두 지켜보자. 자신의 범죄 사실을 인정하고 국민 앞에서 사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이 탄 에쿠스 차량이 집회 장소가 아닌 법원 삼거리 앞으로 돌아가자 "이럴 줄 알았다"며 실망스런 반응이 터져나왔다.

한 집회 참가자는 "박근혜가 아니나다를까 이곳을 피하고 다른 문으로 들어간다고 한다"며 "켕기는 게 있어서 피해가는 게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퇴진행동은 박 전 대통령이 검찰이 출석한 후에도 일부가 남아 계속해서 구호를 외치는 등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퇴진행동 측은 "검찰이 박근혜 봐주기식 수사로 직무유기한다면, 검찰 또한 국민적 저항에 직면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21일 오전 서울 삼성동 박 전 대통령 자택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이날 박 전 대통령은 뇌물수수 등 혐의의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했다. 2017.3.21/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박 전 대통령의 검찰 출석을 앞두고 지지자들의 집회 분위기도 최고조에 다다랐다.

이날 박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대통령 복권 국민저항본부'는 퇴진행동 집회 장소 맞은편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탄핵 무효"를 외치며 성조기와 태극기를 흔들었다.

200여명의 집회 참가자들은 '사기탄핵 12만 종북간첩척결', '탄핵 무효' 등의 피켓을 들고 박 전 대통령을 응원했다. 검찰청 입구 주변 나무에 수십개의 태극기를 달기도 했다.

마이크를 장착한 주옥순 엄마부대봉사단 대표는 "애국시민 여러분 오늘은 너무 슬픈 날이지만 우리는 용기를 내서 박 전 대통령의 명예를 회복시켜야 한다"며 "우리 대한민국의 단결력과 저력을 무소불위 사기 검찰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중간중간 '김수남을 몰아내자' '계엄령을 선포하라' '헌재를 척살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집회에 참가한 김영수씨(69)는 "탄핵이 법률과 헌법에 의해 이뤄져야 하는데 이를 모두 위반했기에 무효"라며 "선동적이고 궤변적인 판결문에 화가 나서 (집회에) 나왔다"고 했다.

또 다른 집회 참가자 서모씨(56·여)는 "우리 대통령님이 검찰 조사까지 받게 된 상황에 너무 개탄스럽다"며 "검찰이 이제 진실을 가려야 할 때가 왔다. 누명을 벗겨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지지자들은 경찰에 항의를 하며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박근혜 체포단 깃발을 든 집회 참가자 10여명은 "왜 검찰 앞은 되고 이곳은 집회가 안되냐"며 소리를 질렀다.

집회 분위기는 박 전 대통령의 차량이 지나가자 절정에 달했다. 이들은 "힘내세요 대통령님" "탄핵은 무효다" 등을 외치며 박 전 대통령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파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21일 오전 뇌물수수 등 혐의의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조사를 받기위해 서울 삼성동 자택을 나서고 있다. 2017.3.21/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박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받으러 떠난 뒤 서울 삼성동 자택 앞은 썰물이 빠져나간 갯벌처럼 스산한 모습이다.

박 전 대통령이 이날 오전 9시17분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자택을 빠져나가 서울중앙지검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한 가운데 오전 11시20분쯤 자택 인근에는 박근혜지킴이결사대 집행위원 유인근씨 등 서너명만이 남았다.

경찰 병력도 줄어 자택 바로 인근에 3개 중대 240명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을 보기 위해 자택 앞을 찾아 고함과 함성을 지르던 100여명의 지지자들은 박 전 대통령이 떠난 뒤 골목을 빠져나가면서 이들을 통제하기 위해 길가에 설치됐던 철제 펜스들만이 덩그러니 놓였다.

박 전 대통령이 떠난 직후에는 일부 지지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이 부당하고 검찰 조사를 받게 된 상황도 인정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으나 지금은 골목에서 거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한 60대 남성은 자택 앞에서 큰 소리로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이 남성은 "왜 깨끗한 대통령이 이런 수모를 당해야 하나 싶어 눈물이 난다"며 "대통령이 너무 불쌍하다. 대통령을 잃은 우리도 불쌍하다"고 말했다.

앞서 박 전 대통령은 오전 9시15분쯤 자택에서 나왔다. 군청색 긴 코트 차림의 박 전 대통령은 별다른 말 없이 옅은 미소를 띤 박 전 대통령은 준비된 에쿠스 차량의 뒷좌석에 올라타고 골목을 빠져나갔다. 

이날 취재진은 자택을 나서는 박 전 대통령에게 "국민께 한 말씀 해달라" "헌재 선고에 불복하나" "검찰 수사에 어떻게 임할 건가" "억울한 부분 없나" 등 미리 준비된 질문을 던졌으나 아무런 답도 들을 수 없었다.

이날 오전 이른 시간부터 자택 앞에 대기하던 지지자들은 박 전 대통령이 문 밖으로 나오자 박 전 대통령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보기 위해 펜스 앞까지 몰려들어 필사적으로 고개를 내밀고 태극기를 흔들며 응원과 지지의 뜻을 보냈다. 이에 차량 안에 앉아있던 박 전 대통령은 골목에 줄지어 선 지지자들을 향해 미소를 짓고 손을 흔들어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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