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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한방울에 6대암 잡아낸다…바이오인프라의 도전

[바이오벤처 탐방]김철우 바이오인프라 대표이사
피 몇 방울로 6대 암 위험도 원샷으로 예측 가능

[편집자주]

김철우 바이오인프라 대표는
김철우 바이오인프라 대표는 "암은 조기에 발견하는 것보다 위험성을 예측해 예방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News1 이동원 기자

피 몇 방울로 암을 찾아내는 체외진단 시장은 총성없는 전쟁터다. 편리함과 신속성, 환자 선호도가 맞물려 올해 글로벌 시장규모가 약 69조원에 이를 정도로 성장이 가파르고 기업간 기술경쟁에 불이 붙었다.

국내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2월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직에서 정년퇴임한 김철우(65) 바이오인프라 대표는 암 고위험군을 가려내는 독자기술 '스마트 암검사'로 체외진단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스마트 암검사'는 소량의 혈액으로 위암·폐암 등 6대 암이 생길 위험을 한 번에 알아낸다. 암이 생기면 수치가 바뀌는 '단백 바이오마커'를 분석한 뒤 통계기법을 적용해 각각 폐암과 간암, 위암, 대장암, 전립선암, 유방암 위험도를 예측하는 방식이다. 검사 정확도가 90%에 이른다.

바이오마커는 단백질이나 디엔에이(DNA) 등을 이용해 몸속 변화를 알아내는 지표로 하나보다는 여러 개를 사용할 때 정확성이 더 높다. 병리학자인 김 대표는 이런 특성을 간파해 '스마트 암검사'를 만들었다.

6대 암 위험도를 한 번에 확인하는 검사는 세계적으로 드문 기술이다. 암이 생길 위험이 높은 사람들을 가려내는 순수 예방의학으로 바이오인프라는 국내에서 기술력이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받는다. 김 대표는 여기에 당뇨와 대사증후군 같은 8대 만성질환 위험을 예측하는 서비스를 추가했다.

김철우 대표는 "건강검진을 받는 100명 중 5명 정도만 실제 암이 생길 위험이 높다"며 "이들을 추려내 건강관리를 돕는다면 암환자가 되는 비극을 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암은 인류가 정복하지 못한 미완의 질병이다. 암세포는 무한증식을 반복하며 주변 혈관까지 침투해 부족한 영양분을 빼앗아 '불멸의 세포'로 불린다.

암환자는 아무리 좋은 항암제를 복용해도 재발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평생 앉고 살아간다. 의료비 부담도 환자 몫이다. 김 대표는 "암은 빨리 찾는 것보다 위험성을 예측해 아예 걸리지 않아야 한다"며 "내가 사업을 시작한 이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김철우 바이오인프라 대표는 <뉴스1>과 인터뷰에서 회사 를 먹여살릴 미래성장동력으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 중인 중국 암 건강검진 시장을 지목했다. © News1 이동원 기자
김철우 바이오인프라 대표는 <뉴스1>과 인터뷰에서 회사 를 먹여살릴 미래성장동력으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 중인 중국 암 건강검진 시장을 지목했다. © News1 이동원 기자

유복한 환경에서 자란 김 대표는 의사로서는 최고의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병원 문턱이 높던 시절 아버지는 전남 광주에서 이름난 외과 전문의였다. 김 대표는 "아버지가 환자를 진료하는 모습을 보며 막연히 의사를 꿈꿨다"고 말했다. 수학과 과학에 소질을 보인 김 대표는 무난히 의대에 진학했고 병리학을 전공한 뒤 서울의대 교수로 임용돼 정년퇴임까지 했다.

김 대표는 2001년부터 '인생 이모작'을 준비해왔다. 당시 정부가 국립대 교수들의 창업을 권장하자 동료교수들과 2억5000만원을 종잣돈 삼아 벤처를 설립했다. 낮에는 의대 교수로 밤에는 벤처를 운영하는 고달픈 생활이 이어졌는데 돈줄이 말라 개인 집과 땅까지 팔았다. 2년 뒤 동료교수들이 회사를 떠난 후에도 김 대표는 홀로 회사를 이끌어왔다. 그는 "이제 교수직을 떠나 온전히 회사에만 몰두하게 돼 기대된다"며 사업가다운 면모를 보였다. 

바이오인프라는 한동안 돈을 벌지 못했지만 우수한 논문을 계속 내놓아 60억원이 넘는 정부과제를 따냈다. 김용대 서울대 통계학과 교수가 회사에 합류하면서 검사 정확성이 높아지자 중국에서까지 손을 내밀었다. 시장의 관심이 쏠리면서 2015년에만 18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바이오인프라는 지난달 중평한일검진센터와 업무협약을 맺고 중국 암 건강검진 시장에 진출하는데 성공했고, 다른 중국 의료기관과도 기술수출 협상을 진행 중이다.

김철우 대표는 중국 시장에서 바이오인프라의 미래를 내다보고 있다. 그는 "중국은 암환자 상당수가 중증 상태로 발견돼 암 검사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이라며 "외국 의학기술을 들여와 국내 의료 환경을 바꾸려는 욕구가 대단하다"고 평가했다.
 
바이오인프라는 수익모델이 가시화되면 2018년께 코스닥 상장을 추진할 계획이다. 회사 창립 17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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