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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발언 사과하라"…文 앞서 기습시위 성소수자 입건(종합)

성소수자단체 회원 13명 집시법 위반 혐의로
"당장 석방하고 문 후보는 혐오를 사과하라"

[편집자주]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계단에서 열린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천군만마국방안보 1000인 지지선언 기자회견에서 성소수자들이 문 후보의 동성애 관련 발언에 항의하고 있다. 2017.4.26/뉴스1 © News1 허경 기자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계단에서 열린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천군만마국방안보 1000인 지지선언 기자회견에서 성소수자들이 문 후보의 동성애 관련 발언에 항의하고 있다. 2017.4.26/뉴스1 © News1 허경 기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동성애 반대입장'의 후폭풍이 커지는 모양새다. 성소수자단체들은 기습시위를 벌이는 등 문 후보를 강력하게 규탄하다가 집시법 위반으로 대거 경찰에 입건됐다.

성소수자단체 연대인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 회원 10여명은 26일 낮 12시쯤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에서 열린 문재인 후보의 천군만마(千軍萬馬) 국방안보 1000인 지지선언 기자회견장에서 기습시위를 벌였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문 후보의 인사말이 끝나자마자 회원들은 성소수자의 인권을 상징하는 무지개깃발을 들고 달려나왔다. 회원들은 "왜 내 존재를 반대하냐" "참여정부가 약속한 차별금지법 공약하라" 등 문 후보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시위는 경호원 등의 제지로 가로막혔고 이내 상황은 마무리됐다. 문 후보는 이들의 시위에 별다른 입장 표명없이 차를 타고 기자회견장을 빠져나갔다.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 관계자는 "대통령후보라는 사람이 성소수자들을 모욕하고 차별하는 발언을 했다"며 "다른 나라에서 그런 얘기를 하면 명백한 혐오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전후 맥락을 떠나서 그러한 발언이 대선토론에 나왔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고 사과를 요구하기 위해 기자회견장에 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기습시위에 참여한 회원 13명을 현장에서 연행해 집회및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옥외집회와 시위의 금지장소) 혐의로 입건했다. 집시법에 따르면 국회 100m 내에는 집회·시위가 금지되어 있다.  

회원들은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6명, 동작경찰서에 4명, 강서경찰서에 3명 등으로 각각 입건돼 조사를 받고 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계단에서 열린 천군만마 국방안보 1000인 지지선언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이 행사 중 성소수자들이 문 후보의 동성애 관련 발언에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졌다.2017.4.26/뉴스1 © News1 허경 기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계단에서 열린 천군만마 국방안보 1000인 지지선언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이 행사 중 성소수자들이 문 후보의 동성애 관련 발언에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졌다.2017.4.26/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은 이날 오후 3시 영등포경찰서 등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연행된 성소수자 인권활동가들을 즉각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문 후보의 성소수자 반대의사가 확고한 이 시점에 성소수자 불법연행은 문 후보에 대한 경찰의 과잉보호로밖에 볼 수 없다"며 "성소수자들은 범죄자로 색출되고 불법연행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는 동성애자입니다. 나를 반대하십니까. 혐오발언 사과하십시오 등 성소수자들의 외침은 간명했다"며 "죄 없는 성소수자들에 대한 반대와 범죄의 낙인이 현실로 다가오는 상황은 참담하기만 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성소수자는 벌써부터 존재의 위협을 몸소 체감하고 있다"며 "우리는 강력히 규탄한다. 당장 성소수자들을 석방하고 문 후보는 당장 당신의 혐오를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연행된 회원들이 석방될 때까지 경찰서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계속하고 이날 오후 7시에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집중집회를 열 것을 예고했다.

문 후보는 25일 JTBC·중앙일보·한국정치학회 주최로 열린 TV 토론회에서 "동성애에 반대하냐"는 질문에 "반대한다" "좋아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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