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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0억 부당대출' 강만수 前 산업은행장 징역 4년(종합)

대출 압박·금품수수 유죄 "피해 크고 책임 전가"
대우조선에 투자 지시 혐의는 "입증 부족" 무죄

[편집자주]

'대우조선 비리'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이 19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특정경제법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대우조선 비리'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이 19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특정경제법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자신의 공적지위를 이용해 지인이 운영하는 업체 등에 약 620억원의 투자 압력을 가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72)이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성창호)는 19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강 전 행장에게 징역 4년과 벌금 5000만원을 선고하고 9064만원의 추징을 명령했다. 강 전 행장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그의 고교 동문 임우근 한성기업 회장(68)에게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경제금융 관련 고위공직을 거쳤고 범행기간은 17대 대통령 재임 기간으로 대통령의 실세로 지칭되면서 강력한 권한을 행사했다"면서 "한정된 정책 자원이나 공적 자금을 배분하며 더욱 청렴성과 공정성을 유지해야 함에도 지인의 청탁을 들어주기 위해 함부로 지위 권한을 남용하고 금품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의 권한을 남용한 결과 직접으로는 국가가 바이오업체에 지원한 60억원의 자금과 산업은행이 W사에 대출한 수백억원이 손실처리 되는 중대한 피해가 생겼다"면서 "그럼에도 피고인은 지시를 따른 공무원이나 산업은행 임직원에 책임을 전가해 지위나 역할에 걸맞지 않은 주장을 해 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강 전 행장이 대통령 경제특보 재직 시절 지식경제부 공무원들에게 바이오에너지 개발업체 B사에 66억원의 정부지원금을 지급하게 한 혐의(직권남용)와 산업은행장으로 재직하며 플랜트 설비업체 W사에 '공장부지 매입' 명목으로 490억을 대출하게 한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임 회장으로부터 청탁을 받고 이미 대출이 거절된 선박구매자금 620만달러의 대출이 성사될 수 있게 해주고 산업은행·대우증권으로 하여금 한성기업에 생산하는 선물세트를 구입하도록 했던 점도 유죄가 인정됐다.

임 회장에게 특혜성 대출을 해 주고 그 대가로 '명절떡값' 명목의 현금을 받은 혐의 역시 유죄로 인정됐으나 한성기업 관계자 명의로 된 골프장 회원권을 받고 은행 퇴직 후 한성기업에서 고문료로 받은 돈에 대해 알선 명목 등의 대가관계가 있다고 보지는 않았다.

반면 강 전 행장이 남상태 전 대우조선 사장을 압박, 대우조선의 자금 44억원을 B사에 투자하게 하고 남 전 사장의 비리를 보고받고도 묵인 대가로 부당 투자 지시를 한 혐의(업무상 배임, 제3자뇌물수수)에 대해서는 "입증이 부족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은행장으로 있지만 형법상 인정되는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재산 보호 및 관리 의무를 부담한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배임 행위에 해당하는 것을 알고 적극 가담했는지에 대한 증명이 부족하다"고 무죄 이유를 설명했다.

아울러 "남 전 사장이 투자 진행 상황을 보고하거나 추가 투자가 부정적이라는 사실을 피고인에 밝힌 바 없다는 점에 비춰볼 때 피고인이 당시 B사에 대해 대우조선해양이 추가투자를 부정적으로 판단했다는 점에 대해 알았다는 점이 명확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본인 명의로 임기영 대우증권 대표에 국회의원 후원금을 지급하도록 지시하는 등의 혐의 역시 "기부 행위를 지시했다는 것만으로 피고인을 정치자금 기부자로 볼 수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강 전 행장은 2009년 11월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 및 대통령 경제특보로 재직하면서 지식경제부 공무원들에게 부당 지시해 한 바이오에너지 개발업체에 66억7000만원의 정부지원금을 지급하게 한 혐의가 있다.

2011년 6월부터 2012년 2월까지는 남 전 사장을 압박, 대우조선의 자금 44억원을 같은 업체에 투자토록 했다. 남 전 사장의 14가지에 달하는 비리 사실을 보고받고는 이를 묵인해 주는 대가로 남 전 사장에게 부당 투자를 추가 지시하기도 했다.

강 전 행장은 기획재정부 장관 시절인 2009년 11월 지인의 부탁을 받고 "국책과제에서 탈락한 업체를 재평가해 사업자로 선정하라"고 당시 지경부 담당 국장을 불러 압박한 혐의도 받고 있다.

2012년 3월쯤에는 대우조선해양 사장으로 내정돼 취임을 앞두고 있던 고재호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 산은금융지주 자회사인 대우증권의 임기영 사장 등에게 국회의원 7명의 이름을 알려주면서 '의원 1명당 200만~300만원씩 후원금을 기부하고 내가 기부하는 것으로 알려주라'고 한 혐의도 받고 있다.

또 2012년 11월 플랜트 설비업체 W사가 있는 경기 평택시 원유철 새누리당 의원으로부터 청탁을 받고 '공장부지 매입' 명목의 돈 490억원 상당을 산업은행이 대출하도록 지시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강만수는 고도의 공공성과 청렴성이 요구되는 산업은행장으로 재직하며 자신의 권한을 사적으로 남용하고 반성 없이 부하직원 및 관계자들에게 책임을 돌리고 있다"며 징역 7년을 구형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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