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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차내고 왔다"…박근혜 첫 재판 방청권 추첨 '후끈'

68석 추첨에 521명 신청…7.7:1 경쟁률
당첨 희비 엇갈려…20~30대 젊은 참석자 다수

[편집자주]

23일 열리는 박근혜 전 대통령 첫 정식 재판 방청권 추첨을 위해 시민들이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회생법원에 길게 줄지어 서 있다. 2017.5.19/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23일 열리는 박근혜 전 대통령 첫 정식 재판 방청권 추첨을 위해 시민들이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회생법원에 길게 줄지어 서 있다. 2017.5.19/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헉, 방금 내 번호 맞지?" 대학생 박모씨(22·여)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옆자리에 앉은 친구를 찾았다. 박씨는 손에 쥐고 있던 번호와 일치한 것을 확인하자 "나 됐어"라며 두 손을 머리 위로 치켜들었다. 친구들은 박씨를 축하했고, 뒷자리에 앉은 중년 여성은 부러운 눈길을 보냈다.

희비는 엇갈렸다. 많은 이들이 번호표를 손에 쥐고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기다렸다. 자신과 비슷한 다른 번호가 호명된 참석자는 "아휴 아쉬워"라며 탄식했다. 71~74번이 모두 당첨되자 '저럴 수 있느냐'며 순간 술렁이기도 했다. '추첨함을 최대한 많이 섞으라'는 목소리도 간간이 들렸다.

19일 오전 11시15분 서울회생법원 1호 법정에선 박근혜 전 대통령(65)의 첫 번째와 두 번째 공판에 대한 방청권 추첨이 진행됐다. 박 전 대통령은 23일 오전 10시 공판에 구속 후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이날 추첨은 열기가 뜨거웠다. 추첨 절차가 끝난 후 몇몇의 중년 여성은 법원 직원에게 몰려가 '왜 내 번호는 뽑히지 않았느냐'며 항의하는 일도 있었다. 시작 전부터 예민한 분위기가 감지되자 법원은 참관인 2명을 법원 직원이 아닌 일반인 중에서 지원자를 모집하기도 했다.

당첨된 박씨는 "번호가 불려서 기뻤는데 함께 온 친구 3명은 결국 떨어져 아쉽다"며 "박 전 대통령이 수의를 입은 모습을 직접 보고 싶어 신청했고, 그가 실제로 무슨 말을 할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반면 추첨에서 떨어진 중년 남성 A씨는 "일단은 신문 기사를 보고, 다음 기회에 다시 신청하겠다"며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다.

23일 열리는 박근혜 전 대통령 첫 정식 재판 방청권 추첨을 위해 시민들이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회생법원에 길게 줄지어 서 있다. 2017.5.19/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23일 열리는 박근혜 전 대통령 첫 정식 재판 방청권 추첨을 위해 시민들이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회생법원에 길게 줄지어 서 있다. 2017.5.19/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이날 68석을 추첨하는 방청권 신청에는 521명이 몰려 7.7: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최순실씨(61)의 첫 재판 방청권 신청 당시 2.7:1이었던 경쟁률과 비교하면 3배가량 사람들이 몰렸다.

추첨 장소에 들어가기 전부터 50여m 이상 길게 줄이 이어지는 등 열기가 뜨거웠다. 특히 20~30대의 젊은 참석자들이 비교적 많았다. 대학생 이모씨(20·여)는 "남자친구가 같이 가자고 해서 왔는데 생각보다 젊은 사람들이 많아 놀랐다"고 말했다.

남자친구인 박모씨(21)는 "마침 오늘 수업이 오후에 있어서 오전에 여자친구와 같이 왔다"며 "집에서 뉴스로 봐도 되지만 역사적인 재판이라 꼭 보고 싶어서 왔다"고 말했다. 박씨와 이씨는 방청권 신청을 마친 후 안내 표지판 앞에서 '인증샷'을 찍고 돌아갔다.

직장인 최선진씨(30·여)는 오전에 출근했다가 오늘 방청권 추첨이 있다는 기사를 보고 연차를 내서 왔다. 최씨는 "이번 국정농단 사건 이후 너무 속상하고 부끄럽고 실망스러웠다"며 "재판 전체 내용이 궁금하지만 기사로만 봐야 해서 신청했다"고 말했다.

60대라고 밝힌 A씨는 "오늘은 날씨가 화창해 젊은 친구들은 어디 놀러가고 내 또래만 있을 줄 알았는데 그러지 않고 많이 와서 놀랍고 보기 좋다"며 "구속된 전 대통령의 재판 같은 비극이 다시는 없어야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23일 오전 10시 417호 대법정에서 박 전 대통령 등에 대한 첫 번째 공판기일을 진행한다. 이날 재판은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있는 정식 공판이라 박 전 대통령은 구속 이후 처음으로 일반에 모습을 드러낸다.

실제 방청권은 재판 당일인 23일 오전 9시부터 당첨자를 대상으로 배부되며, 당첨된 방청권은 타인에게 양도할 수 없다. 자세한 내용은 서울중앙지법 홈페이지 새소식란·공지사항의 '방청안내'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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