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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을 위한 행진곡'작곡가 "文대통령과 제창, 실현될줄 몰랐다"

" '이게 나라냐'가 '이게 바로 나라다'로 바뀌는 것 실감했다"

[편집자주]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7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정세균 국회의장, 김종률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 피우진 국가보훈처장 등과 함께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 2017.5.18/뉴스1 © News1 허경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7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정세균 국회의장, 김종률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 피우진 국가보훈처장 등과 함께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 2017.5.18/뉴스1 © News1 허경 기자


"대통령과 제창했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내비쳤는데 그게 실현될 줄은 전혀 예상도 못했죠. 대통령께서 결심하셔서 이뤄진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 너무 감사하죠."

제37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손을 잡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한 김종률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은 19일 문화재단 사무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갖고 전날의 감동을 이같이 전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 작곡가인 그는 전날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5·18 기념식에서 문 대통령 옆에 선 뒤 대통령 오른손을 꼭 잡고 노래를 목청껏 불렀다.

1997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되고 2003년 정부 주관 첫 공식기념식이 열린 이래 처음으로 대통령과 작곡가가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함께 부르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기념식에 작곡가로 참석한 것도 (어제가) 처음이었다"며 감격해하던 김 처장은 "제가 대통령과 한번 제창했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내비쳤는데 그것을 아마 보셨는지 대통령께서 화답을 해 주시고 함께 제창을 하자고 하셔서 너무 기뻤다"고 말했다.

그는 "기사가 나가더라도 실현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대통령님 주변에서도 추천이 있었겠지만 대통령이 (작곡가와의 제창을) 결심하셔서 이뤄진 것으로 믿고 있다. 그래서 너무 감사하다"고도 했다. [뉴스1 관련기사='임을 위한 행진곡' 작곡 김종률씨 "文대통령과 제창하고파"

김 처장은 기념식을 이틀 앞둔 16일 오후 대통령과의 제창을 제안받았다고 한다. 

그는 "(5·18 기념식) 행사를 기획하고 연출하는 행사위원회 총감독의 개인전화로 직접 연락을 받았었다"며 "'대통령께서 작곡가님과 같이 제창을 하고 싶어하십니다. 같이 참석하셔서 그렇게 하실 수 있겠습니까'라고 해 제가 '그렇게 하겠습니다'라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당시에는 대통령과 무대 중앙에서 제창하는 방안을 전달받았지만 리허설이 열린 17일 방식이 바뀌었다고 했다.

그는 "처음에는 무대에 나가서 대통령님과 저, 전인권씨를 포함한 가수 한두 분이 무대 중앙에서 손을 잡고 제창을 하는 계획이 잡혀 있었는데 경호상 이유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바뀌게 됐다"며 "자리에 앉아 있다가 이동해서 제 왼쪽으로는 대통령님과 오른쪽으로는 피우진 국가보훈처장의 손을 잡고 흔들며 제창하는 것으로 됐다"고 설명했다. 

기념식 당일 문 대통령 자리에서 한 블록 떨어진 곳에 있던 김 처장은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차례가 되자 협탁이 놓인 대통령 바로 오른쪽 자리로 옮겨 대통령과 손을 잡고 노래를 힘차게 불렀다. 

대통령은 본인을 향해 다가오는 김 처장에게 자연스레 먼저 손을 내밀어 맞이했다고 한다. 

김 처장은 "같이 손을 잡고 제창을 하면서 그 손으로 느껴지는 대통령의 각오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며 "무엇보다 가사를 하나도 틀리지 않고 아주 큰소리로 노래를 제창하시는 것을 바로 옆에서 생생하게 다 들을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함께 노래를 부르는 순간에 "이분이 앞으로 5·18과 '임을 위한 행진곡'을 위해 약속한 것을 다 지켜내실 것 같다는 믿음이 생겼다"며 "이 곡을 작곡가와 대통령이 같이 부르면서 임을 위한 행진곡은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노래이고 5·18 희생자 분들을 기리는 노래라는 점에 쐐기를 박으신 것 같다"고 소회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세균 국회의장 , 김종률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 피우진 국가보훈처장등이 18일 광주광역시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7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고 있다.2017.5.18/뉴스1 © News1 허경 기자

노래가 끝난 뒤엔 "대통령님 감사합니다. 이렇게 목청껏 제창을 해 주시니 힘이 납니다"라는 김 처장 인사에 대통령은 "저도 그렇습니다"라고 화답했다고도 했다.

이보다 앞선 대통령의 입장 순간에도 큰 감동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참석자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누던 대통령의 모습을 회상하며 "저하고도 악수를 했는데, 제가 '임을 위한 행진곡 작곡가입니다'라고 얘기를 하니 갑자기 대통령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대통령이 '아~그러세요'라고 하면서 저와도 10초 정도 손을 꼭 잡고 얘기를 나눴다"며 "그런 모습에서 이분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많이 사랑하시는 분이구나라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기념식이 끝난 뒤엔 '임을 위한 행진곡'의 주인공인 윤상원 열사와 박기순씨의 묘를 함께 참배했다.

이 자리에서 김 처장은 미리 준비한 '임을 위한 행진곡' CD를 문 대통령에게 건넸고, 대통령과 함께 CD를 윤상원 열사 묘 앞에 올려놓고 넋을 기렸다고 한다.

그는 "(대통령과) 같이 무릎을 꿇고 CD를 놓으면서 4~5분간 이야기를 했는데 오히려 대통령께서 임을 위한 행진곡 논란을 잘 알고 계시더라"고 당시의 대화내용을 말했다. 

대통령은 "일부 세력이 (노래 제목과 가사에 포함되는) '임'을 북한의 지도자라고 한다든지 '새날'을 사회주의 혁명이 완성된 날이라고 하는 어처구니없는 주장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고 "이런 논란은 더 이상 있어서는 안된다"는 김 처장의 말에 동의했다고 한다.

김 처장이 "앞으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문화예술로 승화시켜 계속적으로 기억되도록, 국민 모두의 노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하자 대통령은 또 "그렇게 합시다. 고맙습니다"라고 답했다고도 했다.

마지막으로 손을 잡고 인사한 뒤 시민들 환호 속에 떠나는 대통령의 모습을 바라보면서는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큰 '변화'를 느꼈다고 했다.

김 처장은 "대통령을 기다리는 많은 시민들이 '문재인'을 연호하는 모습, 대통령이 그 바쁜 와중에도 일일이 또 가서 손을 잡아주는 모습을 보면서 '대통령 한 사람이 바뀌었는데 이렇게 바뀌나'라고 느꼈다"며 "촛불 민심이 말했던 '이게 나라냐'가 '이게 바로 나라다'라고 바뀌는 과정이 너무 드라마틱했다. 기분이 너무 좋고 흡족했다"고 밝혔다.

5·18 민주화운동 37주년인 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광주 국립5·18민주묘지 윤상원 열사의 묘 앞에 '임을위한 행진곡'씨디가 놓여있다. 2017.5.18/뉴스1 © News1 남성진 기자
5·18 민주화운동 37주년인 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광주 국립5·18민주묘지 윤상원 열사의 묘 앞에 '임을위한 행진곡'씨디가 놓여있다. 2017.5.18/뉴스1 © News1 남성진 기자

한편 '임을 위한 행진곡'은 김 처장이 전남대 경영학과에 재학 중이던 1982년 5월께 소설가 황석영씨의 제안에 따라 광주지역 노래패 10여명과 황씨의 자택에 모여 1박2일이란 짧은 시간에 완성한 노래다.

노래 주인공은 연인 사이였던 윤상원과 박기순이다. 5·18 당시 전남도청을 점거하다 계엄군에게 사살된 시민군 대변인 윤상원과 1979년 노동현장에서 '들불야학'을 운영하다 사망한 그의 대학 후배 박기순의 영혼결혼식이 치러졌단 이야기를 듣고 헌정곡으로 만들었다.

30분짜리 노래극(미니 뮤지컬) '넋풀이-빛의 결혼식'에 마지막으로 삽입된 합창곡이다. 작곡은 김종률 사무처장이 했고, 가사는 백기완 현 통일문제연구소장이 1980년 12월 서대문구치소 옥중에서 지은 장편시 '묏비나리' 일부를 차용해 황석영씨가 붙였다.

이후 카세트테이프 복사본 및 악보 필사본, 구전 등을 통해 급속도로 퍼져 민주화 및 노동운동권에서 불렸으며 5·18 민주화운동의 상징곡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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