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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상인 상생 10억 약속한 이케아, 출점 앞두고 여전히 갈등

소상공인 단체에 3년간 기금 10억원 출연
이케아 상생전략 논란…추가 협상 가능성

[편집자주]

이케아는 2015년  5월 고양시 덕양구 원흥지구에서 고양점 착공 식을 열었다.  © News1

이케아 2호점인 고양점이 올해말 개점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인근 소상공인들과 상생을 위한 절충안 찾기가 이케아의 난제로 등장했다.

이케아는 이를 위해 고양점 건립 추진 과정에서 10억원의 상생기금을 냈지만 고양점이 문을 연 뒤에는 인근 소상공인들의 피해가 본격화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질 가능성도 적잖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문을 연 1호점 광명점 역시 인근지역 매출 감소와 관련해 아직까지도 논란이 남아 있는만큼 이케아가 소상공인들과의 갈등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외국 기업의 지역상생 노력은 고무적이지만 실제 효과나 방식 면에서는 논란이 뒤따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고양점 개점 앞두고 지역상권과 마찰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케아는 올해 10월 2호점인 고양점의 개점을 둘러싸고 인근 지역 상인들과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고양점은 이케아의 국내 2번째 출점 점포다. 이케아는 올해 10월 고양시 덕양구 원흥지구에 매장면적 2만5226㎡ 규모로 고양점을 개점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이케아는 2015년 5월 고양점을 착공한 뒤 땅 매입을 진행해 지난해 10월 고양시로부터 영업허가를 받았다.

고양점 인근 가구점을 운영하는 소상공인들은 이케아 입점으로 인해 막심한 피해를 겪게 됐다는 입장이다. 경기불황으로 매출이 떨어졌는데도 임대료가 올라 운영이 어려운 상황에서 이케아가 들어설 경우 더 큰 매출 타격이 불 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고양 지역 가구점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경기 불황으로 인해 이 지역 가구점의 월 매출이 전보다 30~40% 가량 떨어진 상황"이라며 "이케아 고양점이 들어서면 소가구점의 매출이 지금보다 절반으로 떨어지고 폐점도 잇따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케아는 앞서 문을 연 광명점의 경우 점포를 연 뒤 되레 인근 소규모 가구점의 매출이 올랐다며 소상공인들과는 정반대의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케아 관계자는 "1호점이 들어서기 전에는 가구업계가 인근 일대 모든 가구점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시장이 성장했다"며 "이케아 입점이 피해만 끼치는 것은 아니며 인근 가구점과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케아 상생기금 10억원 실효성 있나

고양점을 둘러싸고 양측의 갈등이 빚어진 결과 일단 이케아가 한 발 물러서는 것으로 일단락된 모습이다.

이케아는 지난해부터 내년까지 3년간에 걸쳐 고양점 인근 가구단지협의회 2곳에 지역상생발전기금으로 총 10억원의 기금을 조성한다. 고양점 인근 소상공인으로 구성된 고양가구단지협의회와 일산가구단지협의회에 각각 5억원의 기금을 기탁한다는 조건이다.

고양·일산가구단지협의회를 총괄하는 고양시가구협동조합 관계자는 "총 10억원 중 약 3억원은 지난해 이케아로부터 받은 상황"이라며 "기금의 90% 이상은 내년까지 고양가구단지를 알리기 위한 라디오와 인터넷 광고비로 쓸 예정"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이케아의 상생 전략이 '돈으로 상생을 살 수 없다'는 지역상인의 정서와 배치되는 부분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동안 상생자금이 어디로, 어떻게 쓰이는가를 두고 유통업계 대기업격인 이케아와 지역상인과의 불신은 컸다. 이는 되레 순수한 의도를 가진 지역상인 활동을 위축하는 부정적인 효과를 낳고 대기업과 지역상인의 '대화'를 막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지역상인의 반발을 무마하는 목적으로 쓰인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업계는 고양점이 문을 여는 올해 10월부터는 인근 가구점의 피해가 본격화되는만큼 앞서 진행된 상생기금만으로 갈등이 완전히 봉합됐는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관측이다. 이에 이케아가 고양점 인근 소상공인 단체와 추가적으로 협상을 진행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가구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케아가 판매하는 상품이 주로 소품에 치중하고 있어 인근 중소형 가구단지에서 취급하는 가구와 크게 겹치지는 않는다"며 "하지만 막상 고양점이 문을 열면 이케아로 소비자가 많이 몰려 인근 가구점 매출이 크게 떨어질 수 있어 갈등이 더욱 심화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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