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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전도 스피커 선글라스 '정글팬써' 성능 미달로 '환불대란'

"주변에 소리새고 사용자는 잘 안들려 무용지물"
8913명 국내서 구입…회사에 환불 요청 쇄도

[편집자주]

정글팬써의 골전도 스피커가 작동하는 원리. 출처 : 제조사 홈페이지 © News1
정글팬써의 골전도 스피커가 작동하는 원리. 출처 : 제조사 홈페이지 © News1

국내외에서 총 36억원의 크라우드펀딩에 성공해 화제가 됐던 한 스타트업 업체의 제품에서 대량 환불사태가 발생했다. 제품의 성능이 펀딩 과정에서 알려진 것과 큰 차이가 났기 때문이다.

◇ 골전도 선글라스 '정글팬써'…성능 미달로 대량 환불사태

13일 크라우드펀딩 업계에 따르면 최근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와디즈에서 진행한 선글라스 '정글팬써'(Jungle Panther)의 환불이 진행 중이다.

이 제품은 블루투스 무선 헤드셋 기능을 갖춘 선글라스다. 제조사는 주식회사 '정글'이다. 일반적인 스피커와 골전도 스피커를 내장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골전도 방식의 스피커는 외부로 소리가 들리는 것이 아니라 귀 뒤쪽의 뼈와 피부로 진동을 전달해 소리를 사용자에게 전한다. 유튜브 등에 소개된 정글팬써의 소개 영상을 보면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작동하면 주변에서 아무 소리도 나지 않지만 착용자에게는 소리가 들린다.



영상이 히트를 치면서 정글팬써는 출시 전부터 국제적인 인기를 누렸다.

미국 최대 크라우드펀딩 업체인 '킥스타터'에서 모금액 200만달러(약 23억원)를 달성했으며, 한국 업체인 와디즈에서도 모금액 13억원을 기록하면서 총 36억원 이상의 자금이 투자됐다.

투자는 분양과 비슷하게 제품을 구매하는 것으로 이뤄졌다. 한 패키지 가격은 15만9000원으로 국내에서만 총 8319명이 구매(투자)했다. 배송은 지난 7일부터 이뤄졌는데 제품을 받아 본 소비자들이 사용해 본 결과 제품성능이 기대에 못 미쳐 불만이 터져나왔다.

가장 큰 문제는 골전도스피커의 성능이다. 이미 상용화된 골전도 이어폰이나 헤드폰의 경우 음악을 틀고 볼륨을 높이더라도 머리에 착용하기 전에는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소비자들에게 배송된 '정글팬써'는 착용하지 않아도 볼륨을 높이면 제품 근처에서 소리가 들렸다.

한 소비자는 "주변 사람에게 방해를 주지 않으려고 골전도 제품을 구매한 것"이라며 "이 제품은 주변에서 소리가 다 들리고 정작 사용자에게는 볼륨이 작아 쓰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제품의 실제 성능이 소개 영상과는 다르다는 점도 지적받고 있다. 영상에 소개된 제품은 직사각형 골전도 스피커가 사용됐지만, 실제 제품에서는 원형 골전도 스피커가 사용됐다. 또 영상에서는 제품 자체에 볼륨 조정 기능이 있지만, 실제 출시될 때는 이 기능이 빠졌다.

현재도 제품에 대한 불만을 담은 내용의 리뷰와 동영상 등이 각종 블로그와 유튜브 등을 통해 올라오는 중이다.

이에 대해 정글 측은 "사용된 스피커는 골전도 스피커가 맞지만 출시 전에 제품의 소재가 변경되면서 처음 성능이 떨어진 결과"라며 "스피커가 변경되고 불륨조정 기능이 제거된 것도 넓은 음역대와 강한 출력, 디자인, 방수기능 등을 고려해 출시 전 변경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지금까지 환불을 신청한 고객 수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환불 절차를 알리는 게시글에서는 수백 건의 환불요청 리플이 달린 상태다. 회사는 포장을 뜯은 제품이라도 원한다면 모두 환불을 해준다는 방침이다. 수수료를 포함한 펀딩 금액 전액과 3개월분의 이자도 지급한다.

◇ 관련 업계 "크라우드펀딩 투자, 리스크 커…먹튀 사례도 있어"

한편 이번 정글팬써 환불 사태를 두고 크라우드펀딩이 가진 고질적인 문제점이 드러났다는 게 유통업계의 의견이다.

대부분의 크라우드펀딩 업체는 이런 문제가 생길 경우 모든 책임이 제조사에 있다는 약관을 두고 있다. 만약 제조사가 책임을 회피할 경우 투자자로서는 손해를 피할 수 없다.

실제로 최근 국내외 스킨스쿠버 업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인공 아가미' 호흡기도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30만달러 이상을 모금했지만 결국 '가짜'로 결론나기도 했다. 검증되지 않은 금융투자상품이 크라우드펀딩 방식을 통해 판매되기도 하는 등 규제의 사각지대라는 지적이다.

한 크라우드펀딩 업계 관계자는 "크라우드펀딩은 제품이 완성되기도 전 아이디어 단계에서 투자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며 "훌륭한 아이디어를 현실화할 수 있다는 점은 장점이지만, 제품화에 실패하거나 처음 아이디어와 다르거나 성능이 미달되는 제품이 생산될 경우 투자자의 피해가 커진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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