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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답] 김상조 "재벌과도 대화하지만 기대 부합해야 할 것"

기자간담회 "공정위 역할은 시장 공정화"

[편집자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19일 정부세종청사 공정위 기자실에서 재벌개혁안 등을 발표하고 있다. 2017.6.19/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19일 정부세종청사 공정위 기자실에서 재벌개혁안 등을 발표하고 있다. 2017.6.19/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19일 "하도급·가맹·대리점 등 경제적 약자의 피해가 우려되는 분야에 대해서는 정확한 실태파악을 토대로 적극적인 직권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날 공정위 기자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법위반 혐의가 발견되는 기업에 대해서는 기업집단 규모와 관계없이 직권조사를 통해 철저히 대응할 계획"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경제민주주의에 사회적 대화와 사회적 대타협의 상대에서 "4대 그룹이 배제될 이유가 전혀 없다"면서도 "기업들이 사회와 시장의 기대에 부합하지 않는 모습을 계속 보인다면 공정위나 행정부가 가지고 있는 수단을 통해서 적당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총수든 그룹 관계자와 만나서 협의를 하겠다고 했는데 상시 협의기구나 채널을 의미하는 것인가.
▶상시적인 공식 협의 채널 만들 생각은 없다. 흔히 (대기업을 통틀어) 대규모 재벌집단이라고 하지만 각 그룹마다 사정이 다 다르다. 각각의 특수한 사정에 맞는 문제의식 해결 노력이 필요하다. 몇 대 그룹, 또는 상호출자 집단기업 전체 등과 같은 식으로 아주 포괄적인 접근 방식으로 상시 협의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필요에 따라 다수의 기업관계자와 정부 인사가 만나는 계기는 있겠지만 그걸 중심으로 향후 기업정책을 펴나가겠다는 생각은 아니다. 중점은 개별기업의 특수한 사정에 초점을 맞춘 개별협의다. 상설협의체는 만들 생각이 없다.

―4대그룹 관계자는 총수를 의미하나 전문경영인을 의미하나. 만남의 형식도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4대그룹 관계자 중 어떤 분을 만났으면 좋겠다는 내 희망은 대한상의 측에 이미 전달했다. 그분들이 이른바 총수냐 아니면 전문경영인이냐 여부에 관심이 있을 것 같은데 확정되면 말하겠다. 총수나 전문경영인 모두 일장일단이 있다. 희망사항은 있지만 구체적으로 말하진 못한다. 상의가 각 그룹과 연락하면서 조정해야 할 부분도 있고, 또 내가 말하는 순간 기업들에게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다.

―일감몰아주기 상장기업사에 대한 기준강화는 시행령으로 하나 법 개정으로 하나.
▶일감몰아주기와 관련한 기준은 20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가서 협의해야 할 사항이다. 이제는 자유로운 교수 신분이 아니라 을의 입장에서 상의해야 할 갑들이 매우 많은 상황이다. 그들과의 입장 조율 없이 말씀드리기 어렵다.

―그동안 공정한 시장경제질서 확립을 강조해왔는데 무엇이 공정한 시장질서라고 생각하나.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사를 통해 말씀했던 '기회는 균등할 것이며, 과제는 공정할 것이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가 원론적인 답이다. 경제민주화를 공부한 분들의 공통적인 생각이자 출발 사항이다. 다만 이 3가지 요소 중 어느 쪽에 더 강조점을 두느냐에 따라서 이른바 이념적 스펙트럼이 달라질 수 있고 정당들의 정당정책의 내용 달라질 수는 있다. 그럼에도 어떤 방향으로 가든 이 3가지 요소를 다 담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공정한 시장경제 질서도 원론적으로는 이 3가지를 포괄하는 것이다.

-한국경제 중 공정한 시장질서에서 벗어나는 부분은 어느 곳인가.
▶원래 시장경제라는 건 자유로운 사적인 계약관계를 말하는 것이다. 자기에게 이익이 되면 계약이나 거래를 할 수 있고 이익이 되지 않으면 거래하지 않을 수 있는 자유로운 선택권이 부여되는 상황을 전제로 만든 것이 시장경제 질서다. 그런데 한국 상황을 보면 내수 시장이 그렇게 크지 않아 주요 산업의 경우 규모의 경제를 발휘할 수 있는 기업이 2~3개만 들어가면 그 시장이 포화된다. 대표기업이 2~3개밖에 없는 산업이 매우 많다. 그 밑에서 소재와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기업 입장에서는 거래 상대방이 2~3개밖에 없는 근본적인 산업구조 문제를 겪는다. 이런 상황이 종속거래, 갑을관계를 만들어 낸다. 각 산업에서 중요한 위치 차지한 기업들은 과거 놀라운 성공의 결과로 지금 그 산업에서 큰 힘을 가지고 됐다. 자유로운 사적계약의 원리가 있지만 현실에서는 자유로운 선택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많은 문제점들이 표출된다. 공정위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바로 우리의 내수시장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다. 과거의 성공으로 인해 시장주체들 간의 거래가 자유로운 사적계약이 되지 못하고 어떤 의미에서 갑을관계가 되는 문제가 있다면 그런 점들을 행위규제, 더 나가 구조규제를 통해서 우리 시장이 보다 공정한 방향으로 나가게 하는 것이 공정위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 생각한다.

-과거 정부들은 모두 재계와의 대화를 밀실에서 총수와 했다. 내용도 형식도 우려되는 측면이 있다.
▶재계 인사와의 만남에는 피할 수 없는 위험이 있다. 과거 정부가 그런 위험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특히 전 정부가 겪었던 국정농단 사태가 바로 재계 인사와의 부적절한 미팅 속에서 빚어진 일인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이런 협의를 정례화 하는 것에는 굉장히 부정적이다. 과거 정부가 수개월에 한 번씩 기업 총수들을 초청해 마치 성과를 내는 것처럼 보여줬는데 그렇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기업인과 대통령의 독대 과정에서 정경유착이 불거지는 것이 자살행위라는 것을 현 정부 공직자들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협의가 비공개적으로 이뤄지는 것에 대한 우려 또한 너무나 잘 알고 있어 그런 방식으로 진행하지 않을 것이다. 문 대통령이 지난 6·10항쟁 30주년 기념사에서 '경제민주화'가 아니라 '경제민주주의'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사회적 대화, 사회적 대타협을 굉장히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강조한 경제민주주의와 그에 대한 사회적 대화의 가치는 누구도 폄훼할 수 없다. 4대그룹이 사회적 대타협, 사회적 대화에서 배제될 이유가 전혀 없다. 다만 그 모든 절차가 적법하고 적절하게 이뤄져야 한다. (과거 정부처럼) 과정을 다 생략한 후 대통령 독대로 진행하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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