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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 증언 거부권 행사 왜? 사유서 보니…

"진실 은폐 위한 것 아니다"… 위증 혐의 수사 우려도

[편집자주]

박상진 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장이 16일 오전 박근혜·최순실 '592억 뇌물' 관련 20회 공판 증인 출석을 마치고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2017.6.19/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박상진 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장이 16일 오전 박근혜·최순실 '592억 뇌물' 관련 20회 공판 증인 출석을 마치고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2017.6.19/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박상진 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장(전 대한승마협회장)이 증언을 거부했다.

이를 두고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삼성 측이 '법 위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강도높게 비판했다. '자기방어를 위한 진술거부권'은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보장한 법적권리라 앞으로 박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 등에서 증언거부를 놓고 법 해석에 대한 공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사장 등 특검의 기소로 재판을 받고 있는 삼성 전 임원들은 본인들이 연관된 다른 재판인만큼 증언을 거부할 법적 권리가 있지만 특검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65) 등에 대한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박 전 사장은 특검의 질문에 대부분 증언을 거부했다. 앞서 박 전 사장은 지난 16일 본인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공여 등 혐의에 연루됐다는 이유를 들어 증언거부사유 소명서를 냈다. 형사소송법은 본인이 형사소추 또는 공소제기를 당해 유죄판결을 받을까 염려될 경우 증언을 거부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박 전 사장은 이재용 부회장 등과 함께 피고인 신분으로 형사합의 27부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박 전 사장은 16일 재판부에 제출한 사유서에서 "본인이 알고 있는 실체적 진실은 특검의 주장과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주장과도 다르고 이런 상황에서 증언을 할 경우 양쪽 모두 증언의 신빙성을 문제삼을 우려가 있다"고 증언거부 이유를 설명했다. 사실대로 진술하더라도 그 내용이 특검이 주장하는 사실관계와 다르다는 이유로 위증 혐의로 수사받을 수 있다는 점도 사유서에 담겼다. 또한 "실체적 진실을 은폐하기 위해 증언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며 수사단계에서부터 공판단계에 이르기까지 성실하게 수사에 협조하고 증거를 제출해 왔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재판을 계기로 형사소송법상 진술거부권의 허용 범위에 대한 논란이 예상된다.

자기 방어를 위한 진술 거부권은 우리나라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보장한 법적 권리다. 모든 국민은 형사상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는 헌법 제12조 2항에 따라 형사소송법 제283조의2 1항은 '피고인은 진술하지 아니하거나 개개의 질문에 대해 진술을 거부할 수 있다'며 피고인의 진술거부권을 규정하고 있다. 이같은 권리는 증인에게도 적용돼 형사소송법 제148조는 '누구든지 자기가 형사소추 또는 공소제기를 당하거나 유죄판결을 받을 사실이 발로될 염려있는 증언을 거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증언거부권에 대한 논란은 굵직한 사건마다 종종 있어왔다. 대표적으로 지난 2010년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재판에서 한 전 총리의 여동생 한모씨는 증인신문을 거부하며 침묵했다. 당시 재판부는 한씨의 증언이 본인과 언니인 한 전 총리의 형사소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증언 거부를 인정한 사례가 있다. 한 전 총리 역시 본인 재판에서 형사소송법의 피고인 진술거부권을 들어 검찰 측 피고인신문을 거부해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이날 박 전 사장의 증언 거부에 대해 특검 측은 "박 전 사장의 증언거부는 매우 무책임하고 부적절한 처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장성욱 특검보는 "박 전 사장의 증언거부는 이 부회장을 정점으로 하는 삼성그룹의 통일적인 의사표시"라며 "박 사장은 특검에 와서야 이 부회장의 지시로 승마 지원한 사실이 있다고 진술을 번복했는데, 이는 삼성 관련 변호인의 조력을 받은 결과"라고 주장했다.

분위기가 격해지자 재판부는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한 박 전 사장에게 잠시 법정 밖으로 나가 있으라고 지시했다. 재판부는 "특검의 이야기는 검찰이 재판부에 말하는 것으로 증인이 들을 필요는 없다"며 "증인이 위축될 수가 있으니 잠시 나갔다가 들어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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