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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블랙리스트' 연극인, 문화예술위원회 사업지원 거부

혜화동1번지 '세월호2017' 크라우드펀딩 지원 249만원 거부

[편집자주]

세월호2017 포스터(좌측) 혜화동1번지 6기동인 입장문 갈무리© News1
세월호2017 포스터(좌측) 혜화동1번지 6기동인 입장문 갈무리© News1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 6기 동인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2017 크라우드펀딩매칭지원' 사업비 249만원을 거절한 것으로 확인됐다.

예술위가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지원을 결정한 데다, '블랙리스트'에 대한 책임 있는 해명 및 사과와 조치를 다 하지 않았다는 점이 지원 거절 사유다.

혜화동1번지 6기 동인은 박근혜 정부가 정치적 입장이 다른 예술가를 정부 지원에서 배제하기 위해 만든 '블랙리스트' 명단에 오른 대표적 연극 단체 중 하나로 지금까지 예술위 등의 공공지원사업에서 계속 탈락당해왔다.

이들은 상업적 연극에서 벗어나 개성 강한 실험극을 올릴 것 등을 결의해 1993년 탄생한 국내 유일의 젊은 연출가 동인제 집단이다. 기수마다 5~6명씩 앞 기수의 만장일치 추천을 받아 선발되며 2015년부터 6기 동인 구자혜, 김수정, 백석현, 송경화, 신재훈, 전윤환 등 연출가 6명이 활동하고 있다.

21일 연극계에 따르면 혜화동1번지 6기 동인들은 올해 3회를 맞이하는 기획초청공연 '세월호 2017' 제작비 목표액 830만원을 '텀블벅' 사이트에서 지난 5일부터 7월3일까지 모금하고 있었다. 텀블벅은 인터넷을 통해 일반인들에게서 제작비를 모금하는 대표적인 웹사이트다.

'세월호 2017'는 지난 15일 모금 10일차에 목표액 대비 약 65%를 달성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화예술후원센터' 명의로 245만원이 후원 약정돼 목표액 95%를 기록했다. 해당 금액은 예술위 크라우드펀딩매칭지원사업비 중의 일부다.

예술위는 이 과정에서 혜화동1번지에게 해당 지원사업에 대한 사전 설명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문자메시지만 남겨 오해를 낳았다. 예술위 사업 담당자는 후원 약정 후 혜화동1번지에게 '2017년 크라우드펀딩매칭지원사업으로 결정되어..(중략)… 모금 목표액 8,300,000원의 30% 선매칭을 예약하였습니다. 담당께서는 메시지 확인 후 artistree@arko.or.kr 로 이메일과 연락처를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수혜자용 양식 작성 제출을 완료하셔야 최종 지원이 결정됩니다'라고 텀블벅사이트를 통해 문자를 남겼다.

동인들은 개인 모금 방식인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제작비를 모금하는 과정에서 '지원사업으로 결정됐다'는 예술위의 통보는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입을 모았다. 예술위 관계자는 이런 지적에 대해 뉴스1과의 통화에서 "크라우드펀딩매칭지원사업이 올해부터 지원방식을 바꿨다"며 "이 사업은 2011년 4월부터 예술위 산하 예술나무 홈페이지(www.artistree.or.kr)에서 진행됐으나 2017년 민간 후원형 대표 플랫폼인 텀블벅과 업무협약(MOU)을 맺어 사업 취지가 좋은 프로젝트에 한해 목표액의 30%를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혜화동1번지의 '2017세월호' 뿐만 아니라 다른 공연 프로젝트에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18회 변방연극제 개폐막식 프로젝트에 90만원, 필하모니아서울의 종교개혁 500주년 멘델스존 교향곡 제5번 '종교개혁' 프로젝트에 150만원을 후원하기로 약정한 상태"라며 "좋은 의도에서 진행한 사업이 오해를 낳아 아쉽다"고도 했다. 그러나 크라우드펀딩매칭지원사업에 대한 소개가 텀블벅 홈페이지에 전혀 없고, 별개의 사이트인 예술나무 홈페이지에만 짧게 소개돼 홍보 부족으로 인한 오해를 낳은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혜화동1번지는 예술위의 '남몰래 후원'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이들은 21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 지원 사업의 진행 과정에서 저희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어떠한 사전 협의나 공유 없이 ‘지원하였으니 후속 조치를 밟으라’는 예술위 문화예술후원센터의 태도와 처리방식, 또한 후원 목표 달성률이 후원 독려에 큰 영향을 미치는 크라우드펀딩의 특성상 갑작스러운 ‘지원과 철회’ 과정으로 인해 계획되어 있던 후원 독려 활동 및 프로젝트 진행에 차질이 빚어진 점에 유감을 표합니다"라고 밝혔다.

이들은 또 "예술위는 '세월호'에 관한 공연들에 대하여 각종 지원사업에서 불공정하고 비합리적인 배제를 실행해온 기관"이라며 "이에 대한 책임 있는 해명 및 사과, 조치를 다 하지 않고 있는 예술위로부터 '세월호2017'에 대한 지원을 받을 의사가 없다"고 강조했다. 예술위 사업의 홍보 부족이 낳은 오해만으로 지원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혜화동1번지 6기동인 .전윤환(왼쪽부터) 김수정, 송경화, 백석현, 구자혜, 신재훈 연출가 © News1
혜화동1번지 6기동인 .전윤환(왼쪽부터) 김수정, 송경화, 백석현, 구자혜, 신재훈 연출가 © News1


다음은 혜화동1번지 동인이 페이스북에 올린 입장문 전문이다.

지난 며칠간, '세월호2017'의 크라우드 펀딩 모금액과 달성율이 급상승-급하락을 거듭한 것과 관련한 상황, 그리고 주최자로서의 입장을 공유합니다.

혜화동1번지 6기 동인은 올해 3회를 맞이하는 기획초청공연 '세월호2017'을 준비하며, 공공지원사업에 탈락한 후, 많은 고민과 협의 끝에 크라우드펀딩이라는 결코 쉽지 않은 방식을 택했습니다. 이는 뜻을 함께 해주시는 예술인 동료들과 관객들의 힘을 모아 최소한의 예산으로라도 이 프로젝트가 실현되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6월 5일 펀딩 개시 이후 10일차인 6월 15일에는 목표액 대비 약 65%를 달성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날 밤 저희의 모금액은 95%이 되어 있었습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화예술후원센터’ 명의로 249만원이 후원 약정되어 있었고, “2017년 크라우드펀딩매칭지원사업으로 결정되어..(중략)… 모금 목표액 8,300,000원의 30% 선매칭을 예약하였습니다. 담당께서는 메세지 확인 후 artistree@arko.or.kr 로 이메일과 연락처를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수혜자용 양식 작성 제출을 완료하셔야 최종 지원이 결정됩니다”라는 메시지가 텀블벅 사이트를 통해 전해졌습니다.

크라우드펀딩 진행 결정 후, 또 다른 공공지원사업에 의존할 의사가 없었을 뿐더러 문화예술위원회의 해당 지원사업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저희는, 위의 메일 주소로 ‘후원의 경위, 기준, 근거’를 문의했으나, 월요일 오전에 ‘내용을 알 수 없는 목표금액 달성으로 모금활동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으니 빠른 답신을 요청한다’는 답신 재촉 메일을 발송한 후에야, 해당 사업 공지 링크가 담긴 답변을 받았으며, 후원 약정은 철회돼 있었고, 담당자로부터 메일과 전화를 통해 저희가 원하는 시점에 다시 후원하겠다고 전달받았습니다.

저희는 사전에 전혀 인지하지 못했던 후원과 철회 과정에 최대한 중립적이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대처하고자 매 단계 협의하며 대응해왔습니다. 그리고, 월요일 오후 통화 이후, 논의를 거듭해 아래와 같은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 지원 사업의 진행과정에서 저희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어떠한 사전 협의나 공유 없이 ‘지원하였으니 후속 조치를 밟으라’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화예술후원센터의 태도와 처리방식, 또한 후원 목표 달성률이 후원 독려에 큰 영향을 미치는 크라우드펀딩의 특성상 갑작스러운 ‘지원과 철회’ 과정으로 인해 계획되어 있던 후원 독려 활동 및 프로젝트 진행에 차질이 빚어진 점에 유감을 표합니다.

더불어,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세월호'에 관한 공연들에 대하여 각종 지원사업에서 불공정하고 비합리적인 배제를 실행해온 기관입니다. 이에 대한 책임있는 해명 및 사과, 조치를 다하지 않고 있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로부터 '세월호2017'에 대한 지원을 받을 의사가 없습니다. 따라서, '혜화동1번지 6기 동인 기획초청공연-세월호2017'은 ‘2017년 크라우드펀딩매칭지원사업’의 수혜자가 되기를 거부합니다.

2017년 6월 20일
[혜화동1번지 6기 동인] 구자혜, 김수정, 백석현, 송경화, 신재훈, 전윤환
[세월호2017 PD] 고주영, 유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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