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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민의 팩토리] 사드 MD를 MD라 못 부르다니

[편집자주]

미국의 고(高)고도 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의 발사장면.(록히드마틴 제공)
미국의 고(高)고도 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의 발사장면.(록히드마틴 제공)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는 정치적 무기임이 분명하다. 효능을 떠나 존재 자체만으로도 지금의 논란을 부르니 무기 이전 함축된 정치적 상징이 더 강해 보인다. 여기에 투명성이 배제된 밀실 합의와 일방통행 추진은 논란을 더욱 키웠다.      

이를 주도한 국방 당국의 궁색한 해명도 한몫했다. 여러 설명 중 가장 어이없는 부분의 하나가 미국의 미사일방어망(MD)에 편입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참 소가 웃을 일이다. 이미 여러 미국 내부 증언과 문서들이 한국 배치 사드가 MD의 일환임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음에도 유독 우리 국방부만 사드가 북한만을 겨냥한 한국 독자 MD라고 고집하니 기이하기조차 하다.     

주변국 특히 중국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되나 순진함도 정도껏이다. 넘어갈 중국도 아니고 이미 하고픈 압박 다하는 그들이다. 땅 내주고 뺨 맞고 고통은 우리만이 감내할 몫이다. 중국을 의식해 사드 레이더의 유효거리를 한반도내로 국한한다며 각도를 낮춰 운용한다는 설명은 차라리 코미디 같다. 주판알 튕겨 해낼 산수 계산에 슈퍼컴을 갖다놓은 격이다. 당장 중국은 기지 사찰을 허용하라고 나섰다. 합동군사훈련, 참관도 하는 수교 25년차 우방국 처지니 딱히 둘러댈 명분도 없다.
   
미국의 미사일 방어망(MD)은 목적에 따라 두 가지로 구분된다. 미 본토를 탄도미사일 등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NMD(National Missile Defense)와 해외 미군기지와 동맹을 지키는 전역(theater. 戰域)용 TMD이다. 한국 배치 사드는 그중 TMD에 속한다는 설명이다.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드 이름에 ‘terminal’이 붙은 것은 마지막 타격 직전에 요격하는 ‘종말 모드’인 때문이다. 중부 평택 등에 집중된 주한미군 전력을 예상되는 북한의 핵 등 전술 미사일로부터 보호하는데 적합한 방어무기이다. 주한미군 전력이 온전해야 유사시 우리의 안위도 지키기에 해외 주둔지중 유일하게 한국에 배치된 사드 시스템은 고마운 일이다.    
 
미국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사드(THAAD)'의 핵심인 AN/TPY-2  X밴드 레이더(레이시온 제공) © News1
미국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사드(THAAD)'의 핵심인 AN/TPY-2  X밴드 레이더(레이시온 제공) © News1

MD에서 중추는 레이더망이라 할 수 있다. 눈·귀 역할을 하는 레이더 없이는 제아무리 첨단 요격 미사일이라도 눈 뜬 장님이다. 사드 시스템의 레이더는 AN/TPY-2 X밴드 레이더로 탐지거리는 1000~1500㎞에 이른다고 한다. 그 가운데 성주 주둔 레이더는 북한 국경을 넘지 않게 탐지거리를 600㎞로 제한할 방침이다. 앞서 얘기한 각도를 낮춰 운용된다는 말인데 북의 위협을 상정한 TMD 역할에 한정한다는 강조이기도 하다.
   
그런데 사드 체계중 성주에 전개되는 6개 미사일 이동식 발사대는 TMD에 속하더라도 레이더는 꼭 그러하지는 않다. 레이더의 탐지, 추적, 식별기능 등 정확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위성, 조기경보기, 타 레이더 시스템 등과 유기 통합적으로 운영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넓게는 현대전의 성패가 달린 미군 전체 C4II와 직접 연결되는 살아있는 촉수다.  

사드 레이더는 TMD의 핵심이기도 하지만 NMD의 전진배치라는 개념을 간과할 수 없다. 일본 내륙과 동해상 등 X밴드 레이더와 해상 이지스함 등을 연계한 미국의 동북아 MD는 ‘전천후 불침항모’격인 성주 내륙에 영구 배치된 레이더가 화룡점정이 될 수 있다. 하물며 사드보다 방위 범위가 낮은 PAC-3 패트리어트 시스템도 독자 운용되는 곳은 없다. 국방예산 절벽에 허덕이는 미국이 몇조에 달하는 고가 무기체계를 허투루 갖다 놓았을 리도 없다.

굳이 우리 국방부가 아직까지도 사드는 미국의 MD가 아니라고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막말로 “우리한테 없으면 안 돼” 읍소하니 트럼프 미 대통령이 비용 부담 등 기세를 올리는 것 아닌가.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 했지 않나. 이제라도 ‘미국 MD 맞다’고 나서는 것이 추후 미국과의 협상에 좋은 레버리지라 판단한다. 가령 그러한 사드를 성주에 배치해 중국 등의 보복을 받고 있으니 그 피해의 일부라도 보존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협상술이다. 이미 현실이 된 중국 압박도 책임의 일부를 미국에 떠넘겨 양자 대화로 풀도록 하는 것이 현명한 대응 같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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